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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트럭에 100여명 사망하자 미 부통령 "이스라엘, 변명 여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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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구호트럭에 100여명 사망하자 미 부통령 "이스라엘, 변명 여지 없다" NYT "이스라엘, 가자 북부 법집행 기관 설치 지연·하마스 공백 범죄 집단이 채울 수도"
지난주 굶주린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이 구호 트럭에 몰리며 100명 이상이 사망한 참사가 벌어진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즉시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질책했다. 이번 참사를 두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몰아낸 뒤 통치 공백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며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한 연설에서 "가자지구 내 엄청난 규모의 고통을 감안할 때 적어도 향후 6주간 지속되는 즉각적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는 휴전을 원한다고 주장한다"며 "협상이 진행 중이고 하마스는 이 협상에 동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불과 며칠 전, 가자지구 북부에 몇 주 동안 구호품이 거의 전혀 도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배고프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단지 가족을 위한 식량 확보를 위해 구호 트럭에 접근했다가 총격과 혼돈에 직면했다"고 언급하며 "이스라엘 정부는 구호 흐름을 크게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이스라엘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구호 물품 통과를 위한 "새 검문소를 개방하고 구호 전달에 불필요한 제한을 부과해선 안 되며 인도주의적 인력, 현장, 호송대가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은 "지금까지 미국 고위 지도자에게서 나온 이스라엘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질책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 정부의 "극심한 좌절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에 주민이 몰리며 100명 이상이 숨지고 700명 이상이 다친 참사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초기 조사 결과 군이 당시 군중 해산을 위한 경고 사격 및 이스라엘군에게 직접적 위협이 되는 몇몇 개인에만 대응했고 대량 사망은 압사로 인해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외신들은 목격자, 의료진 등을 취재해 100명 이상이 총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UN) 대변인도 1일 언론 브리핑에서 생존자 중 "많은 수의 총상" 환자를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전 휴전 협상 타결을 압박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3일 미 CNN 방송은 이스라엘 당국자가 이스라엘이 이집트 카이로에 휴전 협상을 위한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당국자는 하마스가 인질 명단에서 생존자와 사망자를 특정해 달라는 요구와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비율을 확정해 달라는 이스라엘 쪽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하마스 대표단은 회담 참석을 위해 3일 카이로에 도착한 상태지만 이날 하마스 소식통은 하마스가 협상에 동의하기 위한 세 가지 걸림돌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CNN에 전했다. 영구적 휴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철수, 남쪽으로 피난한 북쪽 실향민들의 귀환이 그것이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 역시 진전이 더디고 48시간 이내 돌파구가 마련될 것 같지 않다며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방송에 전망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도 2일 이집트 소식통과 하마스 당국자에 따르면 하마스는 일시 교전 중단이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과정의 시작이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10~11일께 시작되는 라마단 기간 이슬람교와 유대교 공동 성지인 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또는 성전산 방문을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거의 매년 갈등을 벌여 왔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 쪽은 라마단을 피난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대한 공격 시한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지난달 29일 구호 트럭 참사로 이스라엘의 혼란스러운 전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의 부작용이 일부 드러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일 <뉴욕타임스>는 분석가들과 구호 활동가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전투가 거의 종료된 가자지구 북부의 통치 공백을 메우길 꺼리고 있는 것이 이번 참사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1월 초 이스라엘이 북부에서 군사를 물린 뒤 가자지구 북부엔 법질서를 집행하고 구호 트럭을 보호할 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재건을 막기 위해 하마스가 주도했던 전쟁 전 정부의 경찰이 트럭을 호위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를 대체할 팔레스타인 법집행 기관 설치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서 군사 통제권을 무기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것이 일상 생활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가자지구 전후 계획을 놓고 의견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 1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주권 구상에 반대하며 요르단강 서쪽 모든 지역에 대한 보안 통제권을 주장했지만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후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기구가 통치할 것이라는 구상을 내 놨다. 분석가이자 전직 이스라엘 정보 관리였던 마이클 밀스타인은 <뉴욕타임스>에 "이 비극적인 사건은 이스라엘에 장기적, 현실적 전략이 없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가자시티를 그저 점령하고 떠난 뒤에 뭔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바랄 수는 없다. 대신 혼란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가자지구 부국장 스콧 앤더슨은 지난주 유엔 당국자들이 피해 평가를 위해 가자지구 북부를 방문했을 때 이 지역에서 더 이상 하마스가 광범위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과 방문을 조율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하고 "가자지구 지도부는 문자 그대로, 혹은 비유적으로 지하에 있으며 그 공백을 채울 구조가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한 절망과 공포"가 지난달 29일 참사와 같은 일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높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공무원이나 지자체 당국자들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고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와 하수가 거리에 들어차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외교관들이 하마스 공백이 범죄 집단으로 메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에서 자란 가자지구 문제 전문 미국인 평론가 아흐메드 푸아드 알카티브는 전후 통치에 대한 아무 계획이 없다면 "공백은 혼란과 무법 폭력단, 범죄자들로 메워질 것"이라며 "아니면 하마스가 다시 부상해 재건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편집위원회는 이번 참사를 언급하며 "이스라엘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국가로서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고통을 완화하고 공격을 끝내도록 설득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더 많은 구호 지원, 현실적인 전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 등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무기 판매에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을 지지해 미국 정부가 2국가 해법에 진지함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러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이 가자지구 재앙에 더 연루된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3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미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가자지구 전쟁 "즉시 휴전"을 촉구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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