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의대 교수 집단 사직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화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연일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에 보조를 맞춘 듯 윤석열 대통령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정 협의체' 구성을 지시했다. 다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정부 의대 증원안 철회'를 대화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실제 갈등 해소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 위원장은 25일 서울 한양대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공의 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와 의료인과 정부의 건설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어제 보도됐다"며 "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이고 국민 건강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을 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도 필요한 중재와 대화의 분위기와 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 할 일을 할 것"이라며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해결하려는 국민의힘과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이용만 하려는 민주당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전날 서울세브란스병원에서 의교협 회장단과 만난 뒤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답변을 드렸다"고 했다.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 구성" 등을 지시했다.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에 녹색정의당이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 2000 확대 프로젝트'가 '총선용 기획'이라는 설에, '의사 반발로 모든 논란을 잠재운 후 총선 막판에 한 위원장이 등판해 극적 타결을 이끌어 낸다'는 '한동훈 구원투수설'이 현실화 되는 것인가"라고 꼬집는 일도 있었다. 다만 하루 뒤인 이날 의교협은 입장문에서 한 위원장과의 간담회 내용에 대해 "입학정원 및 배정은 협의 및 논의의 대상도 아니며 대화하지도 않았다"며 "입학 정원 증원은 의대교육 파탄을 넘어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 자명하다"고 강경 입장을 유지했다. 이어 "정부에 의한 입학정원과 정원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 위기는 해결될 수 없으며,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들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의교협은 또 "입학정원의 일방적 결정과 연이어 대학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정원 배분으로 촉발된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누적된 피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주52 시간 근무, 중환자 및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외래진료 축소는 금일부터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한 위원장과의 면담에도 불구하고 대정부 투쟁 방침을 이어가겠다고 한 셈이다. 이날로 예고됐던 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은 몇몇 대학에서 현실화됐는데, 사직서를 낸 교수들은 수리 전까지는 진료를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교협은 이에 대해 "현 상황에서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사직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며 "자발적으로 사직을 내면 해당 의사를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의교협 입장에 대해 한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며 "중재가 꼭 필요하다는 간절한 호소를 드린 것이기 때문에 지켜봐 달라. 어떻게 한 번에 모든 게 끝나겠나"라고 했다. 이어 "게다가 어느 한 단체가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의사단체들이 있지 않나. 시간이 좀 필요하고 그런 면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정부가 이 상황을 계속 주도해왔고 정부가 해온 방향성에 대해 많은 국민이 동의한다. 그렇지만 어떤 파국이 왔을 경우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있어 제가 중재하는 것"이라며 "제가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한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경기북부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분도를 즉시 시행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한다"고 한 일을 겨냥해서는 "지난 선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가 경기 분도 정책에 대해 강원도 비하까지 예로 들어가면서 반대 입장을 취한 것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입장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어제 민주당 총선상황실에서 '반대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말이 나왔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적극 추진한다'고 했고 이 대표는 '반대'라고 했고, 김민석 의원은 이 대표 발언 하루 만에 반대가 사실이 아닌 듯 말했다. 경기분도에 대한 민주당의 갈팡질팡과 오락가락 행보가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원서도 전락' 발언과 관련 이 대표는 전날 "(무리한 경기 분도시)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이라며 "본의가 아닌 것을 알아주실 것으로 믿고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시과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저출생과 관련한 국민의힘 차원의 추가 공약도 발표했다. △ 저출생 대응 정책 소득 기준 폐지 △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변경하고 생활 지원 강화 △ 3자녀 이상 가구 대학 등록금 면제 △ 육아기 탄력근무제 시행 의무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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