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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병' 또 패소…"이재용 회장 등에 구상권 청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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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 합병' 또 패소…"이재용 회장 등에 구상권 청구해야" 메이슨에 438억 규모 ISDS 패소…"판정문 원문 공개" 정보공개 청구
이재용 회장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 합병 문제로 인해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에 또 수백억 원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가 중재판정문 원문을 공개하고, 삼성물산과 이재용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는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엘리엇 이어 메이슨 ISDS에서도 패소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 측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2000만 원, 환율 1368원 기준)와 지연이자 지급을 판정했다. 메이슨이 청구한 손해배상금 약 2억 달러 중 16%가량이 인용됐다. 메이슨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 개입해 주주로서 손해를 봤다며 2018년 9월 국제투자분쟁 해결 절차(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에 한국 정부를 제소했다. 2015년 합병 당시 메이슨은 삼성물산 지분 2.18%를 보유했다. 이는 삼성물산 합병 관련 ISDS에서 한국 정부가 두 번째로 패소한 사례다. 지난해 6월 한국 정부는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ISDS에서 패소해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 7억7000만 달러 가운데 5358만6941달러(당시 기준 약 690억 원)와 지연이자를 물게 됐다. 2015년 합병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소유했다. 이 사태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소유권이 강화했고, 그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가 손해를 입었다는 논리로 인해 발생했다. 2015년 5월 삼성그룹은 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발표했고, 같은 해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은 가결됐다. 그에 따라 같은 해 9월 두 회사는 합병했다. 문제는 합병비율이었다. 삼성물산 1주 가치가 제일모직 0.35주와 같은 수준으로 합병이 완료됐다. 엘리엇과 메이슨 등의 해외 투자자가 이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했으나, 삼성물산 지분 11%를 보유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면서 합병은 성사됐다. 정부 산하의 국민연금이 부당한 합병에 손을 들어줌에 따라 주주가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이에 따라 2018년 4월 엘리엇, 6월 메이슨이 차례로 한국 정부를 ISDS에 제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조문 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문제 없다는 사법부, 판단 맞나?

12일 참여연대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뿐 아니라 메이슨과의 분쟁 조정에서도 패한 사태를 두고 "이번 결과는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재용 회장 등 삼성그룹 주요 주주의 무죄를 선고해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 한국 사법부와 달리 중재판정에서는 "헤지펀드의 주장이 일부 인정됐다"며 "국제 중재판정에서 (한국 정부가) 연이어 패배하면서 정작 이재용 삼성물산 불법합병 형사사건에서는 전부 무죄가 나오는 이 모순적인 상황을 법원과 검찰, 법무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2 형사부(부장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삼성물산 불법합병 사건 1심 재판에서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행위를 통한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배임, 로직스 재무제표 거짓 공시 및 회계분식 행위로 인한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혐의에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삼성물산 합병에 문제가 없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국제 중재 판단과 전혀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 참여연대는 이번 메이슨 사례로 인해 "(한국 사법부의 판단이 국제 판단과 모순되는) 이대로라면 해외 투기자본들은 삼성물산 불법합병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지만 정작 국민연금과 국내 주주들은 아무런 손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역차별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한국 사법부가 "이재용 회장의 승계목적 합병을 부인해 중재판정 결과와 모순이 발생한 사실을 분명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번 국내 사법부 판단은 국내적으로도 모순을 보였다. 앞선 국정농단 재판에서 대법원은 이재용 회장의 승계목적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었던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표 전 본부장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 받았다. 즉 대법원은 삼성물산 합병이 분명한 불법임을 판단했음에도 정작 이재용 회장에게는 전부 무죄가 내려졌다. 참여연대는 지난 엘리엇 중재판정 당시와 이번 메이슨 중재판정에서도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승계 목적으로 인한 이재용 회장의 뇌물 공여와 정부의 부당한 압력이 결국 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졌다는 헤지펀드의 주장이 일부 인정됐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법무 대응도 문제…배상액 이자만 늘릴 것"

이번 중재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엘리엇 사건에서 패소한 후 국제중재 무효 소송을 한 것과 관련해 "무효 소송을 할 것이 아니라 삼성 등의 배상 책임을 검토했어야 한다"며 "국제중재 무효 소송은 국제법상 매우 예외적이고 한정적인 사유만을 따지는 절차로, 일반인이 생각하듯 1심에 대한 2심 재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식으로 런던법원에 이 문제를 끌고 가는 건 기하급수적으로 배상액 이자만 늘리고 국가 재정 부담을 가중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 측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2000만 원, 환율 1368원 기준)와 지연이자 지급을 판정했다. 사진은 9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혈세로 돈 갚게 돼…이재용·박근혜 등에 구상권 청구해야"

법리적 모순도 문제이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이재용 회장이 정작 이 문제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라고 참여연대는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이재용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형을 살다가 가석방으로 출소하면서 국민께 큰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더니 뒤이은 삼성물산 불법합병 재판에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용 회장과 삼성물산은 지난 2022년 엘리엇 사건과 관련해 엘리엇과 이면합의로 약 724억 원을 지급한 바 있다. 겉으로는 삼성물산 합병 재판 혐의를 부인했으면서 정작 이면으로는 엘리엇 측에 손실에 관한 배상을 지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이는 우선 엘리엇과 다른 주주간 형평성 문제로 이어진다. 삼성물산이 공시 의무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참여연대는 정작 이재용 회장이 "국민연금이 입은 최대 6750억(참여연대 추산)의 손해와 삼성물산 국내 주주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으면서 외국 헤지펀드에는 손실을 메워준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회장을 향해 "자신의 삼성그룹 승계와 지배력 확보를 위해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회적 혼란과 약 2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고손실, 국민 모두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 및 삼성물산 주주들이 입은 손해에 관한 책임을 인정하고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참여연대는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중재판정 불복절차에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엘리엇과 메이슨에 물어줘야 할 국민혈세에 대한 책임을 주 책임자인 삼성물산과 이재용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묻는 구상권 청구 절차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내 주주가 입은 손해도 배상받을 수 있도록 중재판정문 원문과 번역본을 정부가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관해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12일)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법무부에 이번 판정문을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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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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