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며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총선 민의'를 앞세워 원 구성 협상에서 주요 상임위 위원장을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확보에 의지를 드러내는가 하면, 21대 국회 전반기 민주당이 1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했던 전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18일 한 유튜브 방송 인터뷰에서 "법사위뿐만 아니라 중요한 상임위들을 좀 더 갖고 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의원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박 의원은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서 맡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희가 이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탄핵하겠다고 했더니 법사위 위원장이 법사위를 안 열어버렸다"며 "(여당이) 본회의에 올릴 안건을 없애는 작전을 썼다. 합의된 본회의 일정조차도 법사위원장이 다 흔들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당시에 저희 당뿐만 아니라 국회의장도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는 그런 일이 있었는데, 지금 법사위를 또 지금 여당이 달라는 거는 그런 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절대 이거(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장)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사위 위원장을 하고 싶다고 벌써 말씀하시는 의원님들이 꽤 나오고 계시다"며, 박 의원 본인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위와 관련해서도 "운영위가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한 견제적 의미가 있다"며 "그렇다면 원래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서 국회가 정부를 견제를 하고, 그러려면 사실상은 야당이 견제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면 운영위도 사실은 야당이 해야 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MBC라디오에서 "현재와 같은 상임위 구조라면 법사위원장을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맡는 게 맞고, 아울러서 운영위 역시 다수당이 책임지는 게 맞다"며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국회 운영의 틀을 한번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석수 비율을 고려해 법사위원회, 운영위원회 등 17개 상임위원장(예결위 제외)을 배분했던 기존의 관례가 깨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법사위는 법안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지고 있어 모든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거쳐야 하는 '관문'의 역할을 한다. 국회 법사위원장은 법안 처리와 관련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로인해 다수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차지하면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법사위원장은 야당 또는 제2당이 맡는 게 관례였으나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동시에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21대 국회 때도 180석을 확보했던 민주당은 첫 원구성 때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갔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수하자 국민의힘이 협상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의회독재'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친명계를 중심으로 원구성 협상 단계부터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당내에서는 친명계를 중심으로 '상임위 독식'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친명계 김병주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이번 총선 민의가 지금 윤석열 정부의 폭정과 폭주를 입법부가 막아달라는 것 아니냐"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법사위원장을 우리 당에서 해서 이러한 일이 없도록 행정부의 독주,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위 같은 경우는 특히 우리 민주당이 해야 된다고 본다"며 "대통령의 실책이라든가 여러 가지 의혹이 있을 때 운영위를 열어서 국회에서 그런 것들을 해소를 해야 되는데, 예를 들면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문제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열어야 되는데 제대로 열지를 않는다"고 덧붙였다. 강경파로 꼽히는 김용민 의원도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 체계·자구 심사 때문이 아니라 특검법, 검찰개혁법 등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대부분 주요 법안이 법사위 (소관) 법이기 때문"이라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오는 것은 총선 민심을 충실히 받드는 시금석"이라고 적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행정부를 견제 감시하려고 그러면 국회의 다수당이 책임을 지고 역할을 하는 게 맞다"며 "지금과 같은 관행으로 소수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서 입법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이런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하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국회 운영도 운영위원장이 당연직 여당 원내대표가 하는 것처럼 돼 있는데 그것도 저는 다시 재고해봐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운영위원회가 사실은 국회법을 비롯한 국회 운영 전체, 국회사무처까지 다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특히 문제는 한번 다수당이 맡는 게 맞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한편 정 의원은 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여야관계가 최악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는 의장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여론이 많다"며 "그런 면에서 누구보다 유연하고 여야의 타협과 대화 중재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간접적으로 의지를 드러냈다. 친명계 중에서도 비교적 '온건파'에 속했던 정 의원이 일부 상임위에 대한 '야당 독식'을 주장하는 것은 당내 의장 경선을 의식한 것으로도 보인다. 관례대로라면 선수가 높은 추미애 당선인, 조정식 의원이 후보군이지만, 5선인 김태년·안규백·우원식·박지원·정성호 의원까지 가세해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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