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현직 국회의장을 향해 방송에서 한 막말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박 전 원장은 '방송이 시작된지 모르고 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된 실수'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향해 일부러 강성 발언을 흘린 게 아니냐는 것. 박 전 원장은 "흐름을 보고 있다"며 국회의장 출마 의향을 일부 내비치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은 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제가 생각해도 박지원 정치인생에 처음 큰 설화를 남겼다"며 "무조건 제가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한 것은 잘못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특히 "박병석 의장은 나올 분도 아닌데 제가 부적절한 말을 한 것은 그 세 분(김진표 의장·박병석 전 의장, 윤석열 대통령)에게나 시청자, 국민들께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했다. 그는 전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국민적 합의로 채상병특검법과 이태원참사특별법, 김건희 특검법은 하게 돼있다"면서 "이것을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고 해외에 나간다"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병석, 김진표 똑같은 놈들, 윤석열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다. 진짜 개XX들이다"라고 욕설을 섞어 비난했다. 이같은 발언이 방송에 나가면서 파문이 일자,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송 시작 멘트가 없어 방송 시작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적절치 못한 내용을 얘기했고 이 내용이 그대로 방송 되었다"면서 "방송 중 이 사실을 알고 취소, 사과를 했고 방송사에도 방송 직후 편집을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은 2일 방송에서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보는 일부 시각도 있는 것 같다. 방송 워낙 오래하셨고 그러시니까 30초 이상 빨간불이 켜진 걸 몰랐을까 의문을 제기하는 (신문) 칼럼도 있다'는 질문에 "방송 스튜디오 내부를 잘 모르시는 말씀"이라며 의도한 발언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김 의장과 박 전 의장에 대해 비난한 이유에 대해선 "이번 총선 민의는 국민들이 정치권에, 특히 야권 민주당의 김건희, 이태원, 채 상병 특검해라 하는 준엄한 명령"이라며 "왜 이것을 직권상정을 하지 않으려고 하느냐. 이것은 의장의 권한이고, 정의를 위해서도, 국민적 요구를 위해서도 상정해야 된다 하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삼는 게 당연한 직분 아니냐'는 반론에 대해선 "그것 때문에 민주당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180석 의석을 가지고도 정권 재창출을 못 한 무능함, 180석의 의석을 가지고도 이러한 법안, 개혁입법, 소위 특검법에 대해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면 먼 산만 쳐다보는 무기력한 민주당을 이번에 국민들이 다시 힘을 가지고 개혁입법, 부당한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라. 그래서 야권에 192석을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당의 절체절명의 일은 정권교체에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돼야 되는데 이건 아니지 않냐"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야 (한다) 그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되어 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하기 위해선 국회의장이 이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발언은 박 전 원장이 앞서 국회의장 역할론과 관련해 불과 일주일 전 했던 발언과 상충된다. 박 전 원장은 지난 25일 라디오 방송에서 국회의장 출마 의사를 밝힌 민주당 인사들이 잇따라 '기계적 중립 포기 선언'을 하는 데 대해 "(국회의장은) 국민들한테 법 정신이, 국회의장의 관례가 중립성이다, 이것을 강조를 해주는 것이 정치"라며 "'나는 민주당에서 나왔으니까 민주당 편만 들 거야' 이건 정치가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지금 (국회의장 후보들이) '명심(明心)팔이'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명심이 뭐냐? 민심이다. 이재명 대표가 이번에 민심을 잡았기 때문에 총선에서 승리했지 않느냐"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와서 추출이 돼야지 그냥 '명심이 나다'(하고) 명심팔이 하면 민심이 어디로 가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방송 말미에 국회의장 출마 가능성을 재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국회의장 선거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그런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면서도 "저는 흐름을 보고 있다 이런 정도로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과연 국회의장을 잘할 것인가 이게 중요한 것이다. 누가 정권교체를 해낼 것인가. 이번에 보면 여야 영수회담을 했는데 교착으로 빠졌다. 서로 비난하고 있지 않나. 이때 국회의장이 나서서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사이에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국회의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미 국회의장 선거를 두고 '친(親)이재명계 이벤트', '명심 선거'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박 전 원장까지 강성 발언을 보태면서 국회의장 역할이 왜곡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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