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하다", "많이 부족했다", "질책 겸허히 듣겠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한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국민 여러분. 지난 2년, 저와 정부는 시급한 민생정책에 힘을 쏟으며 우리 사회의 개혁에 매진해 왔지만 국민 여러분의 삶을 바꾸는 데는 저희의 힘과 노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3년, 저와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더욱 세심하게 민생을 챙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집권 2년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진행한 모두발언에서, 첫머리부터 "봄은 깊어가는데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현장에서 만난 국민들의 안타까운 하소연을 들을 때면 가슴이 아프고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모두발언 말미에도 또 한 차례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상황에서 민생의 어려움을 다 해결해 드리지 못했고, 정책의 속도도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며 "앞으로 3년, 국민의 삶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겠다"고 그는 강조했다. "저와 정부를 향한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더 새겨듣겠다"고도 했다."진영 간 갈등 키우는 정치, 나라 미래 어둡다"
야당을 향해서는 협치를 제안하며 간접 공세를 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민생을 위해 일을 더 잘하려면 국회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앞으로 여야 정당과 소통을 늘리고 민생 분야 협업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국회에도 당부 말씀을 드린다.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일하라는 것이 민심"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아이돌봄 지원법, 정부조직법 등 민생 법안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야당도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리 경제를 다시 도약시키고 외교의 새 길을 열기 위해 이 중요한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 바로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면서 "정작 할 일은 뒤로 미뤄놓은 채 진영 간 갈등을 키우는 정치가 계속되면 나라의 미래도, 국민의 민생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정책 과제와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진국 정부와 의회들이 어떻게 이해집단의 갈등을 조정하고, 어떠한 협의 구조를 통해 국가적 아젠다와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지, 앞선 국가들의 선례를 잘 살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일하는 방식을 바꿔나갔으면 좋겠다"며 "먼저 저와 정부부터, 바꿀 것을 바꾸고 국회와의 소통과 협업을 적극 늘려 나가겠다"고 했다."의료개혁 추진"…저출생·양극화 극복 강조
국정과제 및 사회 현안과 관련해서는 현재 최대 이슈인 의대 정원 문제 언급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현재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증원된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담당할 수 있도록 공정한 보상체계와 지역의료 지원체계,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방침에서 후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저출생 고령화를 대비하는 기획 부처인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서, 교육·노동·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아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국회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더 자유롭고 충분하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따른 기업의 부담은 정부가 확실히 지원하겠다", "시차 출퇴근, 근무시간 선택제 등 육아기 유연근무를 제도화해 일과 육아의 양립 환경을 든든하게 조성하겠다", "아이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가기 위해 기다리는 일이 없도록 상생형 어린이집과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포함해 어린이집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대상도 확대하겠다"는 등의 정책방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과 함께 양극화 문제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국가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고 사회의 양극화가 고착된다"며 "양극화에 따른 계층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위기감을 보였다. 그는 "대한민국을 성장의 길로 이끌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더욱 높이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더 적극적으로 펼쳐가겠다"며 "서민은 중산층으로 올라서고 중산층은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도록,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경제의 역동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한편, 교육 기회의 확대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재건하겠다"며 "이를 위해 복지정책'과 시장정책을 따로 나누지 않고 하나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쟁에서 아쉽게 뒤처진 분들도 손을 잡고 함께 갈 것"이라며 "생계급여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수준을 인상해서, 가장 어려운 분들의 삶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 지원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어르신이나 아픈 가족의 부양을 국가가 책임져 준다면 경제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마음 편히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실패를 겪으신 분들을 국가가 도와서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 이는 국가 전체로도 큰 이익이 된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 내 기초연금 지급 수준 40만원으로 인상 △최중증 발달장애인 지원 강화 및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행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정책자금 확대와 금리부담 완화 등 지원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경제회복 청신호…국민소득 5만 달러, 꿈 아니다"
윤 대통령은 경제 전망에 대해 "곳곳에서 우리 경제 회복의 청신호가 들어오고 있다"며 "최근 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6%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G20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2026년 우리 1인당 GDP가 4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했다. 그는 "(이는)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함께 뛰며 이뤄낸 소중한 성과"라며 "앞으로도 힘을 모아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의 추세를 잘 유지한다면 국민소득 5만 달러도 꿈이 아니라고 하겠다"고 기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난 2년간 국정운영과 정책 추진 상황을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설명했다. 그는 "시장경제와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민간주도 성장으로 바꾸는 데 집중해 왔다"며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경제의 펀더멘털을 더 단단히 하고 국가신인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재정으로 만드는 일회성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를 힘들게 했던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하는 등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또 △150여 회 정상회담 등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 △핵발전소 수출, 방산 수출, K-콘텐츠 수출 등 경제영토 확장 등 외교 성과를 제시하며 "핵 기반의 확장 억제력을 토대로 힘에 의한 진정한 평화를 구축했다. 작년 4월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동맹을 핵 기반의 안보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한미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을 가동하고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사회정책으로는 "도로와 철도를 비롯해서 우리나라의 모든 지역이 공정한 교통 접근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는 부분과 "노동시장도 과감하게 개혁하며, 합법적인 노동운동은 적극적으로 보장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여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했다. 그 결과, 파업에 따른 근로 손실 일수와 분규 지속 일수가 역대 정부의 3분의 1 수준으로 현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을 성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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