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나라 살림 적자가 75조 원을 넘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이미 정부가 올해 예상한 적자 규모의 80퍼센트를 넘어서는 적자가 발생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받게 됐다. 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를 보면, 올해 1분기말(3월말) 기준 재정 총수입(잠정)은 전년 동분기 대비 2조1000억 원 증가한 147조5000억 원이었다. 총수입 진도율은 24.1%로 집계됐다. 올해 예상 총수입 612조2000억 원의 24.1%가 1분기 동안 걷혔다.
1분기 법인세 수입 5.5조 급감…국세수입 줄어들어
세부 항목을 보면, 경기 침체와 감세 등으로 인해 국세수입이 전년(87조1000억 원) 동분기 대비 2조2000억 원 줄어든 84조9000억 원이었다. 월별 국세수입은 작년 11월과 12월 감소한 후 올해 1월 증가세로 전환했으나 3월 들어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1분기말 현재 세수진도율은 23.1%에 그쳐 지난해 1분기(25.3%) 대비 2.2%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정부가 예상한 세수 367조3000억 원 중 1분기에 25%에 못 미치는 세수가 실제 들어왔다. 법인세 수입이 전년 24조3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8조7000억 원으로 5조5000억 원 급감했다. 감세와 12월말 결산 법인의 실적 저조가 원인이다. 소득세 수입은 28조2000억 원에서 27조5000억 원으로 7000억 원 줄어들었다. 고금리로 인해 이자소득세가 증가했으나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해 성과급 지급이 줄어들면서 근로소득세가 감소했다. 관세 수입은 1조9000억 원에서 1조6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부가가치세 수입은 지난해 1분기 16조5000억 원에서 올해 20조2000억 원으로 3조7000억 원 증가했다. 증권거래세 수입이 2000억 원, 교통세 수입이 1000억 원씩 각 증가했다.
1분기 관리재정수지 75.3조 적자…역대 최대
총지출은 전년 동분기 대비 25조4000억 원 증가한 212조2000억 원이었다. 연간 계획한 지출 252조9000억 원 가운데 1분기에만 41.9%에 달하는 106조1000억 원이 집행됐다. 이는 전년 동분기 대비 23조2000억 원 증가한 결과다. 1분기 집행률은 전년 대비 7.8%포인트 상승했다. 즉 국세 총수입은 예상보다 감소했으나 올해 예정한 지출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를 1분기에만 집행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신속집행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국세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분기말 현재 64조7000억 원 적자가 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 10조6000억 원 흑자를 제외한 실질 나라 살림인 관리재정수지는 1분기 75조3000억 원 적자가 됐다. 월별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다.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작년 1분기(-41조4000억 원) 대비 23조3000억 원 악화했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작년 1분기(-54조 원) 보다 21조3000억 원 악화했다. 특히 3월 들어 재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말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6조2000억 원이었으나 3월 들어서만 39조1000억 원 악화하는 등 한달 사이에만 적자 규모가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 정부와 비교하며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재정 관리 능력이 더 의심받게 됐다. 당초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91조6000억 원대로 전망했다. 1분기에만 이미 한해 예상 적자의 82.2%가 발생했다. 결국 경기 침체, 감세 등으로 인해 국세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1분기에 신속한 재정 집행이 이뤄지면서 나라살림에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한편 올해 들어 4월까지 누적 국고채 발행량은 63조4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연간 총 발행한도의 40.0% 수준이다. 4월 한달 동안은 15조 원의 국고채가 발행됐다. 정부는 이란-이스라엘 긴장 고조 등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글로벌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고채 금리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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