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동(새마을금고)은 김 회장(김상욱 지칭)이 다리를 놔줘서, 거의 그건 은행이 아니라 자기 금고야. 자기 금고처럼 돈을 빼서 썼거든."
-김상욱의 '오른팔' A 씨 대화 녹취
'사채왕' 김상욱 일당들의 대화 속 청구동새마을금고는 "김상욱의 개인금고"라고 등장한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입수한 2000여 건의 녹음파일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김상욱(52)은 지난해 1500억 원 규모의 불법대출 사건을 일으켜 청구동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 그는 스스로를 "목포오거리파" 소속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사채업자"라고 칭한다."종남이(전종남 전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 '회장님(김상욱 본인 지칭) 새마을금고가 솔직히 규정이 어디 있습니까? 씨X. (대출) 나가면 다 나가는 거지.'"
-2023. 6. 19. 김상욱 통화녹음
1500억 원대 불법대출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 공범은 전종남 청구동새마을금고 당시 상무. 임원 한 명에 의해 처참히 망가진 청구동새마을금고는 결국 문을 닫고 인근 신당1.2.3동새마을금고로 합병됐다.하지만 ○○하우스를 담보로 나온 대출금과 그 이자는 모두 '부실채권'이 돼버렸다. 새마을금고 9곳에서 실행된 대출금 총 200억 원은 현재 상환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 대출금이 사채왕 처제에게…이태원 고급빌라 '텅텅')
"종남이(전종남 지칭)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모르겠냐? 종남이 이렇게 챙긴 사람 없어. 지금도 1000만 원씩 그놈 챙겨줘. 다음 주 일주일간 회장님(김상욱 본인)이 (여행) 다 보내줬잖아. 일주일 방값만 스위트니까 1000만 원인데."
-2023. 7. 13. 김상욱 통화녹음
김상욱 일당은 대출사기 피해자들을 한 카페로 불러 대출 계약을 맺게 했다. 서울 신설동에 위치한 카페 '하타○○'. 김상욱 아들이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실제로는 김상욱 일당의 사무실이자 '아지트'로 쓰이고 있는 곳이다."처음에 하타○○에서 설명을 듣긴 했는데, 다음번에 청구동새마을금고 2층 회의실에서 자서(자필서명)했지. 그 자리에 전종남 상무랑 김상욱 회장 둘 다 있었어. 계약서 쓰고 나니까 하타○○에서 사온 빵을 한 보따리씩 주더라고. 김상욱 아들 카페 매출 올려주려고 사온 거겠지."
-대출사기 피해자 B 씨
통상 금융기관의 의뢰로 이뤄지는 정식 감정평가는 감정평가법인 무작위 추출 시스템을 이용해 이뤄진다. 하지만 경찰은 전종남이 이 시스템을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전종남이 사전 섭외된 감정평가사가 속한 특정 감정평가법인만 선정되도록 만들었다는 의미다. KC월드카의 분양가는 7억 5000만 원. 하지만 감정평가액은 무려 12억 원. 전종남은 감정평가액이 부풀려진 사실을 알면서도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해줬다. 명의자들의 대출금 상환 의사나 경제적 능력에 대한 고려는 일절 없었다. KC월드카 상가를 담보로 나온 대출금은 무려 9억 6000만 원. 부풀려진 감정평가에 따라, 대출금은 분양가보다 2억 원가량 더 많이 나왔다. 이렇게 이뤄진 불법 담보대출만 75건. 분양가를 치르고도 남는 대출금 차액이 김상욱 일당에게 흘러 들어간 걸로 확인된다. 경찰이 확인한 액수만 약 85억 원. 아직 1500억 규모의 불법대출 담보 물건지가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김상욱 일당에게 흘러 들어간 부당 수익금의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미 셜록은 억대의 현금이 대출사기 피해자들의 통장에서 인출된 사실을 보도했다. 한 사람당 약 1억 3000만~1억 5000만 원. 명의자들 본인도 모르게 빠져나간 돈이다. 여기도 전종남이 개입돼 있다. 전종남은 당시 청구동새마을금고 실무책임자로서 '고액 현금 인출'을 승인했다. 실제 전종남이 지난해 3월 14일, 직원들이 아무도 없는 0시 10분경 대출금 일부를 현금으로 반출하는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이후 전종남은 그의 직원들이 올린 고액현금거래보고(CTR) 결재를 반려하며 보고를 막았다. 보험상품도 강매했다. 원칙적으로 대출 실행 전후 1개월 이내에는 해당 금고가 취급하는 상품을 '대출 채무자 의사에 반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종남은 담보대출과 동시에 보험상품(화재공제)에 가입시키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사기대출 피해자들의 친척 명의 등으로 보험 계약자를 설정해 눈속임을 하기도 했고, 이러한 부당 계약 또한 김상욱 일당의 아지트인 하타○○에서 진행했다. (☞ 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전종남은 김상욱 일당과 함께 100건이 넘는 불법대출을 실행했다. 총 대출금 1359억 원 중 약 75%에 달하는 1025억 원이 연체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가처분 기각 결정문 참고.기자 주.)
이 모든 일은 전종남이 청구동새마을금고에 근무한 지 3년도 안 돼 일어났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지난해 봄, 전종남을 향한 새마을금고의 감사와 징계가 진행됐다. 김상욱은 '전종남 구하기'에 최선을 다했다. 전종남을 위기에 빠뜨린 자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기도 하고, 전종남과 연관된 '문제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그거(브로커 C 씨 지칭) 죽여버리려고 있잖아, 진짜 (땅) 파놓고 묻어버리려고. 이것은 종남이(전종남)가 걸려 있는 문제야. 쟤네들 때문에 종남이가 잘못됐잖아. 즈그들이 뭔가 해서 내 돈도 갚고 종남이 위해서 뭔가를 해줘야 될 거 아니냐."
-2023. 7. 13. 김상욱 통화녹음
"인자(이제) 종남이(전종남 지칭)랑 관련된 것들 있잖아, 이태원 (○○하우스) 것들 먼저 퍼야(정상화해야) 돼."
-2023. 7. 16. 김상욱 통화녹음
김상욱은 왜 이렇게 전종남을 구하기 위해 애썼던 걸까. 그는 수사기관의 칼날이 전종남을 타고 본인을 향하는 걸 우려했던 걸로 보인다. 그동안 그들이 한몸처럼 움직여왔기 때문."저것(검찰)이 종남이(전종남 지칭)가 아니고 회장님(김상욱 본인 지칭)을 택해서 잡는 거 같아."
-2023. 7. 27. 김상욱 통화녹음
"새마을금고중앙회 차원에서 제도적인 보완을 해놨지만, (개별 새마을금고 법인) 임원이 이런 제도를 무시하고 진행했을 경우 즉시 차단하기 어려운 건 맞습니다. 그래서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2년에 한 번씩 감사를 통해 (비위 사실을) 적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셜록은 전종남 전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가 구속되기 전인 지난달 16일, 그의 반론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다. 세 번째 통화 시도 만에 그와 1분가량 통화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바쁘다", "(불법대출 연관성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남긴 뒤 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후 그에게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전종남 전 상무는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새마을금고가 징계사유로 삼은 행위들은 모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업무처리에 불과하거나 전종남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의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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