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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다문화·다인종 사회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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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다문화·다인종 사회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외국인 가사노동자 정책, 선 넘은 인종차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에 따르면 2024년 3월 전체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의 비율이 5%를 넘어섰다. 굳이 숫자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외국인 인구가 늘고 있다는 사실은 언론을 통해 꾸준히 접해왔을 뿐만 아니라 삶의 현장 곳곳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이미 다문화라는 용어에도 익숙하다. 한국에서 다문화 관련 법률과 정책, 사회복지서비스가 시행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럴싸한 정책들

정부는 2008년부터 5년마다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현재는 4차 기본계획(2023-2027)이 시행되고 있는데, 1차부터 4차 계획까지 공통적으로 사회통합과 외국인의 인권 존중을 정책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고용에 있어서는 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 임금 및 임금 외의 금품 지급, 자금의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017년에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개정되면서 다문화 이해 교육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교원의 의무교육이 되었다. 교원뿐만 아니라 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도 많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복지관 등에서 외국인의 복지 증진과 사회통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겉보기엔 그럴싸하다.

다문화·다인종 사회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살펴볼 사례가 있다. 유럽 어느 국가의 한 지역에 한국 여성 유학생이 점점 늘어났다. 이 지역은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많았고, 결혼하지 못한 많은 남성과 낮은 출산율이 오랜 문제였다. 지방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하지 못한 자국의 남성들과 한국 유학생의 결혼을 추진하는 계획을 세웠다. 당사자인 한국 유학생들은 지방정부의 발표를 접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분노했고, 그 국가의 인권단체와 함께 문제 제기했다. 결국 지방정부는 사과하고, 계획을 철회했다. 이 사례가 사실일까? 국가만 바꾸면 사실이다. 유럽의 어느 국가는 한국으로, 한국 유학생은 베트남 유학생으로 바꾸면 된다. 불과 3년 전인 2021년도에 실제 있었던 일이다. 2023년에는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이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과 여성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자는 내용이다. 올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갔다. 돌봄서비스 인력난을 완화하고,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당연히 최저임금은 적용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첫 번째는 개별 가구가 이주노동자와 사적으로 계약해 최저임금법 적용을 피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이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것이다. 매우 놀라운 주장이다. 이대로 시행된다면 한국이 비준한 각종 국제 협약과 국내 법규를 위반할 수밖에 없다.
▲녹색정의당 이자스민 의원이 지난달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이주 가사·돌봄노동 최저임금 차등적용 발언 규탄 기자회견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되풀이 되는 인간의 도구화와 인종차별

한국의 대표적인 외국인 유입은 정부 정책으로 진행되었다. 고용허가제와 국제결혼이 그것이다. 먼저,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고용주가 합법적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제도로 2004년부터 시행되었다. 한국인이 기피하는 저임금의 힘든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로 메꾼 것이다. 이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처우가 좋다면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2023년 고용노동백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유해·위험 요인이 많고 작업환경이 열악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고, 낯선 환경과 언어소통의 장애 등으로 재해예방 지식·정보 습득의 한계로 많은 산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뿐만아니라 사업장 변경 제한을 악용한 인권 침해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고, 여전히 비닐하우스에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가 있다. 유엔인종차별위원회는 이러한 고용허가제 제도가 가진 여러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20년이 지나도록 제도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인력난 해소를 목적으로 고용허가제 업종과 인력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국제결혼은 2006년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사회 통합 지원 대책'을 통해 지방정부의 사업으로 확대되었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이다. 시대착오적이고,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기반해 이주여성을 출산과 보육, 가사노동의 역할만 수행하는 대상으로 간주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최근까지도 많은 지자체에 '농촌총각 국제결혼지원에 관한 조례'가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는 여기에서 더 뒷걸음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주노동자를 낮은 임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근거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그러하다. 명백한 인종차별이자 이주노동자를 사회적 비용 절감, 저출생 문제 및 인력난 해소 등 오로지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전형적인 인간의 도구화이다.

지금은 모두를 위한 공존을 고민할 때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지금 필요한 것은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문화적 역량이다. 한국 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누군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특히 다문화 정책을 정부나 정치인의 손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시민이 나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을 위한 국제규범과 협약, 각종 법과 제도가 실효성 갖도록, 차별적 제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차별에 대한 저항은 차별받는 사람만의 몫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차별은 결코 차별받는 사람의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는 한국이 1978년 비준한 유엔인종차별철폐협약에 잘 설명되어 있다.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은 사회적으로 부당하고 위험하며, 어느 곳에서든 이론상으로나 실제 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정당화가 있을 수 없다. 인종, 피부색 또는 종족의 기원을 근거로 한 인간의 차별은 국가 간의 우호적이고 평화적인 관계에 대한 장애물이며, 국민 간의 평화와 안전을 그리고 심지어 단일 국가 내에서 나란히 살고 있는 인간들의 조화마저 저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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