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 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또다시 넘었다. 국민의힘이 펼친 필리버스터, 즉 무제한 토론을 거야가 '180석의 힘'으로 강제 종료시키면서다. 다만 지난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4일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 의원 190인 중 찬성 189인·반대 1인으로 가결했다. 본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 김재섭 의원만이 표결에 참여했다. 공개적으로 찬성 의견을 밝혔던 안철수 의원은 찬성표를 던진 반면, 김재섭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안 의원은 찬성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법안에 문제가 있음에도 찬성표를 던진 이유는 국민 가까이 가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라며 "총선 참패 이후 우리 당이 다시 국민 신뢰를 얻는 일이 한시가 급하다. 그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검법에 대해 재차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국회로 돌아와 폐기 또는 재표결 할 수 있다. 재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 참석 및 참석 의원 3분의2 이상'이다. 법안이 재표결되면 즉시 발효된다. 채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1사단 소속 채모 상병이 2023년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순직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부당국의 외압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를 다루기 위해 발의됐다. 채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과 가장 다른 점은 특검 후보 추천권이다. 기존 법안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권을 가졌지만 22대 국회 발의 특검법은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씩을 총 2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수사 대상은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사령부·경북지방경찰청 내의 은폐·무마·회유 등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관련 불법행위 등이다.
특검법 표결에 앞서 여야는 전날부터 이어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결 과정에서 고성을 주고받으며 정면 충돌했다. 전날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토론을 시작한 지 6분 만인 오후 3시 45분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을 제출했다. 국회법 106조2에 따르면 종결동의안 제출 이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의 5분의 3인 180명 이상의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끝낼 수 있다. 종결동의안이 제출된 지 24시간이 경과한 이날 3시 50분께 우원식 국회의장은 "해병대원 특검법 무제한 토론이 24시간이 지났다"며 "10분 안에 토론을 마무리 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토론자로 나선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표결할 때까지 발언권이 있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을 표결해야 한다고 했고, 여당은 단상 앞으로 나와 토론시간을 보장하라고 반발했다. 결국 우 의장은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드렸다"며 "표결에 들어가고 정리하자"고 곽 의원의 발언을 중단시키고 오후 4시42분께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을 향해 "사퇴하라"고 항의한 끝에 본회의장에서 퇴장, 별도의 의원총회와 규탄대회를 열었다.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안은 재석 188인에 가(可) 186표, 부(否) 2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의사진행에 대한 반발로 당초 익일(5일)로 예정된 국회 개원식 불참을 선언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을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도중 긴급 의원총회를 진행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은 국회 개원식 불참을 공식 선언한다"며 "여야 합의 없는 일방적인 의사 일정으로 국회를 파탄시키는 현실에서 국회 개원식은 아무런 의미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여당 없는 개원식에 대통령을 초청해서 하는 것도 저희들은 원치 않는다"며 윤 대통령에게 국회 개원식의 불참을 요청했다. 현직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은 1987년 개헌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결국 국회의장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5일 예정이던 국회 개원식이 연기됐다"며 "개원식 일정은 추후 확정(후)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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