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경쟁 국면에서, 나아가 전체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김건희 문자' 논란과 관련, 일부 언론이 공개한 문자메시지 5통의 원문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본인에게는 이미 지워진 상태라고 한 전 후보 측 인사가 전했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한 전 위원장의 러닝메이트 형식으로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9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문 공개된 문자메시지의 출처가) 어느 쪽이냐가 지금 관심이지 않느냐"며 "일단 한 전 위원장 쪽은 아니다. 이유가 있다. 5건의 문자 중 일부는 한 전 위원장 쪽에서는 지워진 상태로 파악이 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보도된 내용은 5개가 다 보도됐는데, 한 전 위원장한테는 그 중 일부는 없는 상태"라며 "여사님(윤석열 대통령 영부긴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지칭)이 갖고 계신 문자였지만 여사님이 이것을 다른 분에게 보내서 전달됐을 가능성, 그러니까 여사님의 지시 없이 그런 일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TV조선은 김 전 대표가 한 전 위원장에게 지난 1월 보낸 문자메시지 5통의 원문을 입수했다며 이를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전 대표가 한 전 위원장에게 지난 1월 15일 보낸 메시지는 두 통 중 한 통은 "요새 너무도 고생 많으십니다.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립니다. 다 제가 부족하고 끝없이 모자라 그런 것이니 한 번만 양해해 주세요. 괜히 작은 것으로 오해가 되어 큰 일 하시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불편할 만한 사안으로 이어질까 너무 조바심이 납니다.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습니다. 한번만 브이(V. 대통령을 의미)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실지요. 내심 전화를 기다리시는것 같은데 꼭 좀 양해부탁드려요"라는 내용이었다. 같은날 보낸 두 번째 메시지는 "제가 죄송합니다. 모든 게 제 탓입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나흘 뒤인 1월 19일에는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 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뿐입니다.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충분히 죄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대선 정국에서 허위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프로(%) 빠졌고 지금껏 제가 서울대 석사가 아닌 단순 최고위 과정을 나온거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 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걸 위원장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발송됐다. 다시 나흘 뒤인 같은달 23일 김 전 대표는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습니다.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습니다. 제가 모든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김경률 회계사님의 극단적인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너무도 잘못을 한 사건입니다. 저로 인해 여태껏 고통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의 노고를 해치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 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여러가지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적어 보냈다. 마지막 메시지인 1월 25일자 문자메시지는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맘 상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큰 맘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김 전 대표가 한 전 위원장에게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는 지난 4일 기독교방송(CBS) 보도를 통해 그 개략적인 내용이 전해졌고, 지난 7일 채널A 방송은 친윤계·친한계 양쪽을 취재해 파악한 내용이라며 문자메시지 5통의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보도했다. (☞관련 기사 : 채널A, 문자메시지 5통 내용 보도…"시키는 대로 하겠다", "대통령과 전화해보라") 이에 이어 결국 문자메시지 원문 전체가 방송 보도를 통해 공개된 것.
한 전 위원장 측에서는 '문자 논란' 파장 차단에 나섰다. 역시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장동혁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들은 문자의 진실 여부에 대해선 크게 관심 없다"며 "아무리 전당대회 국면에서 급하더라도 영부인의 사적 문자까지 공개하는 것은 도대체 누구 좋자고 하는 것이냐. 대통령실이든 영부인이든 당 전체든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기에 이런 것을 했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유불리는 지켜봐야 될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캠프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신지호 전 의원은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실은 며칠 전에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고 불개입 원칙을 천명하지 않았나. 저희들은 대통령실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개입한다고는 생각 안 한다"며 "이른바 친윤 핵심들 몇 명이 김 여사님의 문자를 동료 의원들에게 보여주면서 '한동훈은 참 문제가 많지 않느냐' 이런 식의 작업을 했다는 게 이미 실명까지 까지고 있는 상황 아니냐. 그 분들이 좀 자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친윤계를 겨냥했다. 그러나 상대 후보 측의 공세는 이날도 계속됐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는) 그 당시에 가장 논란되는 이슈에서의 당사자"라며 "그 분의 의사를 확인하고 이것을 어떻게든지 해결하는 것에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는데 답하지 않고 그냥 무시했다는 것은 비대위원장으로서 해야 되는 직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했다. 나 의원은 "책임을 져야 한다. 본인이 정치적 판단을 잘못했든지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총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 우리 당에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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