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심·민생·협치를 강조했다.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면서도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방송4법 등에 대해선 "강력히 반대"한다며 여권의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한 대표는 본인이 제안한 '제3자 특검법'을 둘러싸고 당선 직후부터 벌어진 친윤계 최고위원들과의 신경전을 의식한 듯, 당 내부적으론 "통합과 화합"을 수차례 당부했다. 이에 지도부 내 친윤계 의원들에게서도 "한 대표를 지지한다"는 등 '일단 협조' 분위기가 포착됐다. 한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께서 선택하고 명령하신 변화는 첫째 국민의 뜻대로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에 반응하라는 것, 둘째 미래를 위해서 유능해지라는 것, 셋째 외연을 확장하라는 것"이라며 "민심과 한 편이 돼야한다"고 일성을 전했다. 이는 지난 23일 전당대회 직후 전한 당선소감과도 동일한 내용으로,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과 차별화·단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 대표는 이날도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특히 '민심정치'의 구체적 사례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민생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현할 것"이라며 "금투세를 내년에 바로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 찬성여론이 34.6%, 반대여론이 43.2%다. 더불어민주당에도 조국혁신당에도 민심을 따라서 민생정치를 하자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여론 지형이 여당에 유리한 사안을 앞세워 정책 협치를 제안한 것이다. 다만 그는 "협치를 말한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부드러워지자는 말이 아니"라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선 지금보다 더 단호하게 대응해서 이기는 정치하겠다"고 말해 대야투쟁 의지도 내비쳤다. 특히 한 대표는 이날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안을 겨냥 "민주당이 여당 전당대회 직후라는 시점을 (특검 상정일로) 선택한 이유는 전대 직후 남은 감정들 때문에 우리 국민의힘이 분열할 거라는 얄팍한 기대일 것"이라며 "그건 착각이란 말을 분명히 드린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저는 전대 내내 민주당이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왔다"며 "오늘 민주당의 그 얄팍한 기대가 착각이란 것을 우리가 하나로 뭉쳐서 보여드리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개의될 본회의에 채상병 특검법, 방송4법 등을 상정해 야당 단독으로라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한 대표는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과거 예결위원장 시절) 합리적인 정치력과 여야를 가리지 않았던 공정한 진행에 대해서 제가 상당히 깊은 인상을 갖고 또 그런 것을 지금 또 국회의장으로서도 대단히 기대하고 있다"며 "지금 굉장히 어려운 정치 상황이고 실망스러운 상황인데 이 점에 대해 실타래를 잘 풀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우회 압박했다. 한 대표는 우 의장과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의장님을 뵙고 합의 정신을 잘 지키는 협치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나눴다"고 했다. 우 의장에게 "국회를 공정하게 잘 운영해달라"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반면 우 의장은 한 대표에게 "국회라고 하는 건 국민들 민심을 그대로 투영해서 구성이 되는데, 22대 역시 그렇다"고 언급했다. 쟁점법안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 양상이 엿보인 대목이다.
이날 최고위에선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도 야당의 법안처리 저지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당내 단일대오 기조가 두드러졌다. 추 원내대표는 우 의장을 겨냥 "여야 극한대치, 국론분열 운운하며 여야 간에 중재하는 척하더니, 결국 민주당 입법폭주에 힘을 실어주겠단 속내를 드러냈다"며 "민주당의, 민주당을 위한, 민주당에 의한 일방적인 의사진행"이라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방송장악4법이 본회의에 올라오는대로 법안 하나하나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진행"하겠다며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 부의장에게도 법안상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번 무제한토론의 사회를 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도 "방송장악4법은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장악을 위한 악법이다",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며 "108명 의원들이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나되어 거대 야당의 의회독재에 맞서서 한 치의 이탈도 없이 단일대오로 맞서야 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당내에선 친윤계 최고위원인 김민전·김재원 의원 등이 한 대표의 제3자특검법 추진계획과 관련 '원내대표의 소관'이라고 밝히며 신임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 간 대립이 예고되기도 했는데,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모두 이날 본회의 대응을 강조하며 '일단은 단일대오' 기류가 형성된 셈이다. 지도부 내 친한계 대표격인 장동혁 수석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오늘 다시 재의결하려고 하는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는 절대 받을 수 없다"며 "이것은 반드시 부결시켜야 된다고 하는 입장"이라고 본회의 대응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검안에 대해 개인 의견을 전제로 "민주당의 특검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제3자가 하는 특검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특검으로 가야 된다'는 측면에서 나온 게 아니"라고 했다. "민주당은 오늘 채상병 특검이 만약 부결된다면 이걸 다시 발의하는 게 아니라 다른 특검으로 발의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 만약 부결된다면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굳이 이어갈 실익은 없다"고도 했다. 이날 본회의 부결을 출구전략으로 삼아,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한편 한 대표는 당내를 향해서는 통합을 당부했다. 최고위 회의석상에서 그는 "당의 자강은 통합과 화합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변화한다면 가능할 것"이라며 "108명의 국회의원, 원외당협위원장들, 자치단체장들, 지방의원, 보좌진들, 당직자들, 무엇보다 84만 당원의 힘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다시 받아서 제대로 바꾸고 승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서 똑같이 63% 지지율을 주셨다"며 "압도적으로 국민의힘의 변화를 선택하고 명령하셨다. 다르게 해석하실 분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의 전대 득표율을 언급하며 잠재적 반대파를 압박하기도 했다. 지도부 내 친윤계 인사들도 일단은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전대 당시 친윤계 원희룡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인요한 최고위원은 "선거 때 일어난 여러가지 말들은 뒤로 하자"며 "적극적으로 한 대표를 지지한다"고 했다. 역시 친윤계로 분류돼 한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새 출발하는 한동훈 지도부의 나침반은 국민 눈높이"라며 "정책위는 더 낮은 자세로 반성하고 쇄신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한 대표의 취임 일성에 협조하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당직 인선과 관련,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정 의장의 유임·교체 여부를 두고 "당 대표가 우선 결정해야 될 문제이고 정책위의장만큼은 원내대표와 협의해서 정해야 될 사항이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두 분이 협의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둔 언급을 해 눈길을 끌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선 기준을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우리가 바꿔나가겠다는 공약을 잘 실현해낼 수 있는 분들로 맞추어서 인선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제시하며, 특히 '친윤을 배려하는 탕평을 인위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냐'는 재질문에 "한 대표도 늘 강조했지만 친윤이든 친한이든 그런 게 없고 우리는 다 하나로 힘을 모아야 된다", "변화와 쇄신, 유능한 정책정당에 가장 맞는 분들을 인선할 것이지, 무슨 억지로 뭘 맞추고 남들이 '(계파구도가) 이렇게 이렇게 돼 있으니까 이렇게 이렇게 한다' 그런 것에 대해 크게 염두에 두고 인선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예고했다. '지역 안배, 계파 안배, 성별 안배 등은 없다는 것이냐'고 확인성 재질문이 나왔지만 장 최고위원은 이번에도 "그렇게 인위적으로 안배하기에는 저희의 인력 풀이…(좁다). 그런 것 저런 것을 다 고려하다 보면 변화와 쇄신을 이끌,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바꿀 그런 인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게 쉽지 않다"며 "그런 저런 인위적 비율을 맞추는 것보다는 능력 위주로, 그러고 그 자리에 맞는 적합한 인물로 인선하는 것이 주가 돼야 된다"고 부정적 뜻을 분명히 했다. 지명직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 인선에서 친윤계에 대한 배려나 탕평인사보다는 친한계 전진배치를 시사한 말로 풀이된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그래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함께 협의할 수 있는 분들이 필요할 것"이라며 비슷한 분위기를 전하며"한 대표가 당 내에서 하는 실질적인 첫 번째 인사이고 스스로 정치활동을 시작하는 첫 번째의 결정", "여러 가지 요구가 있겠지만 저는 한 대표에게 조금 일임해서 인사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지금 상황에서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딱히 반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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