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당연히 찾아가 봬야한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총선 당시부터 이어진 '윤석열-한동훈 갈등설'로 인해 당정관계 문제가 새 지도부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다. 한 대표는 그러나 당선 소감에서부터 "민심", "국민 눈높이", "건강한 당정관계"를 언급한 데 이어 윤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검찰 출장조사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해 추가 긴장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동훈 지도부의 과제 ① : 당정관계…키워드는 "민심과 국민 눈높이", "생산적 당정관계"

한 대표는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대표직 수락연설에서는 "민심을 고려"하는 "건강한 당정관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이나 전당대회 과정에서 수 차례 '어느 한 쪽이 이끄는 대로 무조건 따르는 것은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라는 뜻을 강조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앞으로의 과제로 "민심과 국민 눈높이에 반응하라는 것", "더 유능해지는 것", "외연을 확장하는 것"을 꼽으며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민심과 싸우면 안 되고 한 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가 지난 총선 시기부터 '명품백 사건', '채상병 사건' 등에 대해 민심과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정부·대통령실과 각을 세워온 점을 상기시킨다는 평이 나왔다. 한 대표는 "거대 야당이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폭주하고 있지만 민심이 일방적으로 제지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아직 민심에 덜 반응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때그때 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수락연설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을 찾아뵙고 자주 소통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내일 윤 대통령 예방 일정이 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정이 구체적으로 잡히진 않았다"면서도 "당연히 찾아가 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검찰이 청사 바깥에서 김건희 전 대표를 조사하고, 이 과정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 대한 보고를 누락해 논란이 인 데 대해선 "영부인이 결단하셔서 직접 대면 조사가 이뤄진 거잖나. 검찰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수사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이날 다른 방송 인터뷰에서도 "영부인에 대한 직접조사가 결국 이뤄졌기 때문에 수사가 종결될 수 있는 전기가 새로 생긴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과정 등에 대해 국민들께서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고, (실제로) 그런 여론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할 때 국민 눈높이도 고려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한동훈 지도부의 과제 ② : 당내 화합…韓, 2007년 박근혜 인용하며 "갈등 다 묻자"

당권 경쟁자였던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특검은 곧 탄핵"이라며 '당정갈등 요소'라 비판했던 제3자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추진의사를 밝혔다. 한 후보는 '제3자 특검법과 관련 원내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에 "당내 민주적 절차를 통해 토론해 보겠다"고 했다. 당정관계 외에도 새 지도부의 과제 중 하나인 친윤(親윤석열)계와의 당내 화합 문제에 대해 한 대표는 "목표는 같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다. 목표가 같은 사람들끼리 이견이 있는 것을 갈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주적 토론과 합리적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에는 앞으로 친한이니 친윤이니 하는 계파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분당대회"(윤상현 후보)라는 말까지 나온 이번 전당대회 과정과 관련해서는 "전대 과정에서의 갈등은 묻고 가야 한다"며 "화합하고 단결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하신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경선 과정에서의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걸려서라도 모두 잊자'고 말씀했다"고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전대 과정에서 각 캠프 간에 오간 고소·고발 등 법적 다툼을 모두 취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일률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 "아주 과한 것, 없는 것을 만들어낸 것, 그런 것을 단지 그렇게 취하할 수 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당내 갈등 사안 중 하나였던 총선백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특정한 사람이 총선(책임)에 대해 규정한다고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총선 평가는 여러 분들이 하셨고, 이번 당 대표 선거를 통해서도 민심과 당심이 평가했다. 당을 위해 도움이 되는 총선백서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총선백서에 '한동훈 책임론'이 담겼든 아니든 개의치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한동훈 지도부의 과제 ③ : 대야관계…"협치하겠다"면서도 "민심과 함께 저지·심판"

한동훈 지도부의 또 다른 과제로는 108석의 소수 의석으로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협치 또는 원내투쟁 문제가 꼽힌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방송4법·민생지원금법 등 쟁점법안과 '탄핵 청문회' 등 국회 운영 문제를 놓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저는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집권 여당이 소수당일 때라고 좋은 정치를 못 하지는 않았다. 좋은 정치를 하고 좋은 성과를 낸 적도 있다. 다만 그건 집권 여당이 민심과 한 편이었을 때"라며 "저는 그렇게 변화할 것이고, 그렇게 변해서 지금 (야당이) 막 나가는 것을 민심과 함께 저지하고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협치하겠다'고는 했지만, 야당과 직접 대화·협상할 의지보다는 민심을 얻어 이를 바탕으로 야당의 반대를 돌파하겠다는 뜻이 더 강하게 묻어났다. 한 대표의 이같은 답변은 현재 민주당이 정부·여당과 협치할 뜻이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당에서 한 대표 당선을 계기로 국민의힘이 특검법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보이라는 논평을 냈다'는 질문이 나오자 "야당은 도대체 특검 말고 할 이야기가 별로 없나 보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표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조국혁신당이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이 민주당 소속 정청래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법사위원회에 상정, 논의될 예정이라는 질문을 받고는 "상대 당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집권당 대표를 인적으로 겨냥해서 그런 안을 낸다? 그건 협치를 포기하는 것 아나냐"고 했다. 그는 "그런 억지 협박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그런 억지 협박으로 지금 우리의 새 출발과 변화를 향한 열망,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