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2024년도 세법개정안이 큰 폭의 상속세율 감면 등으로 인해 부자 감세 논란이 다시 일어난 가운데, 가업상속 공제제도 개정안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본래 목적과 달리 지금은 가업 승계가 아닌, 부의 세습 수단으로 이 제도가 변질된 가운데, 이번 정부의 개정안은 부의 대물림을 더 강화한다는 지적이다.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공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 같은 주제로 현 정부 승계제도 개정을 비판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의원 김영환, 김남근, 오기형(이상 더불어민주당), 차규근(조국혁신당)과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 주최로 열렸다. 가업상속공제는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대를 이어 전수해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1997년 도입됐다. 이에 가업의 주식이나 자산 상속 시 예외적으로 상속세를 공제해 가업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소유권과 경영권을 대를 이어 이전하도록 했다. 도입 후 총 7차례의 개편을 통해 적용 범위와 공제한도가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현재는 피상속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등이 지분 40%(상장법인은 20%) 이상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한 가운데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대표이사직을 맡는 경우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이 공제 대상이었다. 최대 600억 원 한도 내에서 사전 가업승계 시 과세표준 60억 원 이하의 경우 10%, 60억 원 초과 시 20%의 상속세율이 적용된다. 유 교수는 "특히 2007년 가업승계세제가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되고 사후관리가 대폭 완화했다"며 "이제 가업승계세제는 자산가의 상속세 면탈 수단으로 전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조세특례제한법은 창업자금 증여의 경우도 과세특례를 적용했다. 피상속인이 승계 전 창업 과정에서 가산을 특례를 적용 받아 물려받고, 이에 더해 가업 승계 공제까지 얻으면서 막대한 부를 이전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유 교수는 "이는 기회균등 민주주의 헌법정신을 일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사실상 자본가의 감세 제도로 작용하고, 그 반대로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는 증세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조세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점 역시 문제라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연 평균 수백 건에 불과한 가업상속·증여로 인해 2022년 기준 1조 원 이상의 공제 혜택이 부여되지만 총 국세수입 중 근로소득세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업의 동일성을 유지하도록 해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든다'는 본래 목적과 달리, 현재 가업상속 공제 시에는 피상속인이 한국표준산업분류표 상 대분류 내의 다른 업종으로 변경해 기업을 영위한 기간도 상속 공제 조건에 합산해 준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공동 상속도 허용해 주고, 승계 기업의 업종 변경까지 점차 완화"하는 추세라며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가업의 요건과 공제대상 기업의 기준이 넓고, 공제한도는 너무 크고, 사후관리 요건이 지속 완화하면서 가업을 변질시킨 채 일부 고액 자산가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가업의 공제가치 판단 기준이 없다는 점 역시 제도상 문제로 지적됐다. 김 사무처장은 "가족에 의한 승계가 제3자 매각을 통한 소유권 및 경영권 이전, 전문경영인이나 기업 임직원에 의한 승계보다 승계 이후 경영실적이 더 좋은지에 대한 실증연구에서조차 상반되는 결과가 나온다"며 "가업상속 가치 판단 기준이 없어 지금은 정해진 한도 내에서 누구나 공제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유 교수는 독일이 기존 가업상속 공제 제도에 위헌 결정을 내리고 공제제한 등 관련 규정을 더 엄격히 적용하도록 개정해 왔다고 강조했다. 당초 독일의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공제한도에 제한이 없었으나 2016년 개정 후 상속액이 2600만 유로를 넘을 경우 75만 유로 당 공제율을 1%포인트씩 인하하도록 했다. 또 백퍼센트 공제를 적용할 시 상속액이 최대 9000만 유로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아울러 엄격한 사후관리 조건도 있다. 상속 후 가업을 유지해야 하며, 가업 재산 또한 유지해야 한다. 휴업 또는 폐업해서는 안 되며, 가업재산을 피상속인이 처분할 경우 추징 대상이 된다. 고용 규모 또한 유지해야 한다. 독일의 이 같은 움직임과 정반대로, 이번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라 이 제도는 더 완화했다. 내년부터는 모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제도 적용 대상이 된다. 즉 매출액 5000억 미만의 중견기업 역시 상속 특혜를 받는다. 또 밸류업·스케일업 우수기업은 공제한도가 2배로 상향되고 기회발전특구 내 창업·이전기업은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적용받지 않는다. 김 사무처장은 "2019년 기준 중견기업 5007개 중 매출액 5000억 원 미만인 기업이 4583개로 91.5%에 달한다"며 "현행 매출규모 기준으로도 대다수 중견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평했다. 김 사무처장은 "매출액 5000억 미만 중견기업 중 상장기업은 화천기공(창립 1952년), 한국주철관공업(1953년), DSR제강(1940년), 씨젠(2000년), 동우팜투테이블(1979년), 한성기업(1963년) 등"이라며 "이는 시민이 생각하는 '비법을 가진 백년식당, 백년기업'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기업공개가 이뤄진 상장기업의 주인은 최대주주뿐 아니라 일반주주, 소액주주들이기도 하다"며 "반드시 최대주주 일가가 공개된 기업을 물려받아야만 기술력이 보존되고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김진태 중앙대 교수는 "가업상속 공제 확대 시 최소한 중소기업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 또는 고용 창출 효과라도 고려되어야 한다"며 "조세혜택을 받은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역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조세정의가 말하는 경제적 또는 사회적 특수정책 실현을 위한 정책 목적"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현 상태의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승계가 예정된 기업 경영자가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조세 회피 수단"이라며 "이 같은 이익조정행위는 비효율적 자원 배분 문제를 일으켜 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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