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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힘든 일 대신 하는 '대체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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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힘든 일 대신 하는 '대체제'가 아니다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위기에 빠진 지방을 구할 수 있을까?

하루가 멀다고 '지방 소멸', '지방 위기' 등등의 말이 들려온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수도권 인구는 자연적 증가보다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이동, 즉 사회적 증가가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00년 전체 인구 중 수도권 인구 비중은 46.3%를 차지했지만, 2019년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역전되기 시작했으며 2023년 말 기준으로 수도권 비중이 전체의 약 50.7%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의 상당수는 청·장년층, 즉 노동인구로 이들의 이동은 곧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2015년부터 수도권이 비수도권을 역전하기 시작하여 2022년 기준 수도권이 전국의 52.4%를 차지했다. 이는 단순한 인구의 수도권 쏠림 현상뿐 아니라, 지역 경제의 악화와 지역 노동인구의 유출이라는 악순환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더불어 저출생·고령화는 우리의 인구구조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지역 내에서 인구의 감소는 세수 감소를 비롯하여 각종 지역경제의 위축을 초래하고, 지역의 인력 유출은 지역산업의 위기, 더 나아가 지역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지방은 그동안 우리나라 전반에 인구댐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초유의 저출생과 수도권 쏠림이 보여주듯이 인구댐은 커녕 지방 자신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는 곧 국가 전체의 문제이다.

이러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그동안 정부는 지역 주도의 자립적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오랫동안 추진해왔지만,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지방 소멸의 대응책으로 '생활인구'를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국가 총인구 감소를 인구의 이동을 통해 메꾸어 보는 시도이다.

2023년 정부는 제1차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3대 전략 중 하나로 생활인구 유입 및 활성화 도모를 선정했다. 생활인구는 특정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며,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이외의 지역을 방문하여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사람과 등록외국인을 포함한다.

전자의 경우 고향올래(GO鄕ALL來), 두 지역 살이, 로컬 유학, 워케이션, 로컬 벤처, 은퇴자마을 등의 사업을 통해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문화와 관광자원 개발을 통해 지역으로의 이동을 활성화시키고 자주 오래 머물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후자의 경우는 외국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의도를 가진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외국인력은 주로 내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을 대체할 수 있는 비전문취업(E-9) 노동자를 중심으로 유입되었다. 비전문취업 노동자들은 현행법상 최대 4년 10개월 동안 체류가 가능하며 농업·제조업·건설업 등 취업할 수 있는 업종이 제한된다(일부의 경우 10년 이상 연속 체류가능한 경우도 있다).

노동자가 직접 작업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정부로부터 외국인을 추천받아 외국인과 고용계약을 하게 된다. 따라서 관련된 업종이 많은 지역에 비전문취업 노동자 또한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3월 현재 전국에 약 26만 명의 비전문취업 노동자가 체류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4%, 특히 경기도는 약 3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마저도 수도권 쏠림 현상을 보이는 셈이다.

2022년부터 정부가 새롭게 도입한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은 비전문취업과는 달리 지역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여 지역에 걸맞는 외국인의 지역 정착을 장려하기 위해 신설된 제도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범사업은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하여 해당 지역의 산업, 대학, 일자리 현황 등에 적합한 외국인에게 장기체류(우수인재의 경우 최소 5년, 외국국적동포의 경우 최소 2년)를 허용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생활인구 확대, 경제활동 촉진 등을 목적으로 한다.

이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지며, 가족의 장기체류와 배우자의 취업이 허용된다. 또한 해당 인구감소지역에서 5년 연속 체류 시 영주권 신청 자격을 얻을 수 있어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매우 좋다.

실제로 시범사업지역에서는 시행 초기부터 많은 지원자가 몰렸으며, 대부분 지역에서 약 30%의 외국인이 가족을 초빙함으로써 생활인구가 실제로 증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젊은 외국인 이주자의 유입으로 고령화를 완화시키고 구인난을 겪는 산업 현장의 수요를 충족시켜 지역과 외국인 모두에게 윈-윈 효과임을 확인하였다.

▲ 지난 4월 15일 전라남도 영암군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된 지역특화형 비자 신청 안내. ⓒ영암군 페이스북 갈무리.

그러나 지역특화형 비자가 시범사업을 넘어서 지속적인 효과를 가진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전술했듯이 지역특화형 비자는 인구의 이동을 통해 인구 부족을 메꾸려는 시도 중 하나이며, 이 비자는 노동자 스스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곧 숙련 노동자의 이동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작업환경이 열악한 농·축산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제조업으로 이동한 사례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이들의 이동은 수도권에서의 이동이라기보다 한 인구감소지역에서 또 다른 인구감소지역 혹은 지역 내에서의 이동인 경우가 많았다. 인구감소지역끼리의 이동은 결국 제로섬 게임이므로 생활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 치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의무체류기간이 지난 후 이들의 거취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외국국적동포의 경우 2년, 지역우수인재의 경우 5년 의무체류기간이 지난 후, 해당 지역에서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이들이 과연 정주할 수 있을까?

가족의 체류 역시 또 다른 과제를 가져온다. 이들의 미성년 자녀는 국내 출생 혹은 중도입국 자녀, 즉 이주배경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공교육에 진입한다.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중도입국 청소년은 국내 출생 청소년에 비해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고, 또래 친구 관계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부모와 떨어져 모국에서 조부모 등과 함께 거주하다가 우리나라에서 부모와 새롭게 생활하면서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교 생활이 어려우며, 공교육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은 편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들이 국내 공교육에 진입할 때 필요한 법적 서류가 충분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점도 지적한다. 모국에서의 학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서류 등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공교육 진입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한국어 교육 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 필요한 생활 정보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들과 함께 거주하는 지역주민들과의 원활한 교류의 장도 필요하다. 대부분 지역에서 외국인에게 제공하는 교육은 보통 결혼이주자와 그 자녀에 집중된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전면적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생활인구 증가를 위해 가족 체류를 허용했다면, 가족의 지역 내 생활을 용이하게 하여 이들을 지속적으로 정주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확인되었던 이러한 정책의 미비함을 다방면에서 보완시켜야 할 것이다.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지자체들은 모두 사업 확대를 원했다. 올해는 시범사업 때보다 배정된 인원의 규모가 커졌고, 참여하는 지자체들도 더 많아졌다. 생활인구 증가가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는 분명히 보이지만, 동시에 이들의 증가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지역특화 비자 사업이 원활하게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는 결국 '지역'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말 그대로 한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어떠한 특성을 갖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지역특화'는 일손이 부족한 산업에 치우쳐져 있어 오히려 지역마다 비슷한 업종과 일자리에 토대를 두고 있다. 지금의 부족한 일자리를 충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장기거주를 유도하기 위해선 지역의 산업단지, 지자체, 대학 등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유념해야 하는 점은 지역 내 거주하는 외국인을 우리 '주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코로나19 시기 공적 마스크 구매나 재난 지원금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우리는 그동안 생활인구를 구성하는 외국인을 진정한 주민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더 이상 외국인은 우리가 꺼리는 일자리를 메꾸어 줄 수 있는 대체재가 아니며,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하다가 본인의 나라로 돌아가는 일시적인 이방인도 아니다. 이제 우리와 함께 지역에서 정주하는 지역민이며, 우리는 이들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멈추고, 이들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우리의 그릇된 제도와 규범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역주민들과의 진정한 공생(共生)이 없다면, 의무거주기간이 끝난 후에 이들은 지역을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 저자 소개

고민경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지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조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한국경제지리학회 특별위원회 상임이사 활동과 함께, 이주와 지역개발 등과 관련된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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