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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즐기지만 여성 뒷자리서도 편안"…민주, 월즈 통해 '진짜 미국 남성'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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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즐기지만 여성 뒷자리서도 편안"…민주, 월즈 통해 '진짜 미국 남성' 재구성

여성혐오 비난 받는 트럼프·밴스와 다른 '진화한 남성성' 제시…월즈, 후보 수락 연설서 "자유" 강조

사냥을 즐기고 미식축구 코치 경력이 있는 '전형적 미국 남성'의 면모를 지님과 동시에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통해 민주당이 여성혐오로 비난 받는 공화당 대선 후보들과 대비되는 '진정한 미국 남성'의 모습을 재구성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월즈 주지사의 수락 연설에 앞서 코치 시절 제자들이 무대에 오르는 등 남성성이 재차 강조되며 민주당이 부진한 남성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15분 가량 이어진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월즈 주지사는 가족과 이웃, 고등학교 교사 경력 등 자신의 평범한 삶의 이력을 언급하며 이와 관련한 개인의 자유을 강조했다. 그는 "공화당원들이 자유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이는 정부가 여러분의 진료실을 자유롭게 침범할 수 있고 기업이 자유롭게 공기와 물을 더럽히며 은행이 손님에게 이득을 취할 자유를 의미한다"며 "그러나 민주당원들이 말하는 자유는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 자신의 건강 관련 결정을 스스로 내릴 자유, 복도에서 총에 맞아 죽을 걱정 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자유"라고 말했다.

월즈 주지사는 미네소타에서 임신중지권 보호 법률에 서명한 월즈 주지사는 "미네소타에서는 이웃과 이웃의 개인적 결정을 존중하기 때문에 재생산의 자유를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네소타에서 공립학교 무상 급식 정책을 실시한 업적을 언급하며 "다른 주가 학교에서 책을 금서로 지정해 몰아내는 동안 우린 학교에서 배고픔을 몰아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교사로 일하다 연방하원의원이 됐다며 "공립학교 교사를 얕보지 말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나는 퇴역 군인이자 사냥꾼이다. 의회에 있는 대부분의 공화당원보다 총을 잘 쐈고 이를 증명할 트로피도 갖고 있지만 나는 아빠이기도 하다"며 "우리의 첫 번째 책임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총기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월즈 주지사는 자신이 고등학교 교사 시절 가르쳤던 학생회장 선거에 나갔던 학생들이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에게 지도자가 무엇인지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도자는 사람을 헐뜯고 모욕하는 데 온종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아시아인·흑인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인종적 혐오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발언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또 고교에서 가르친 "한 반 24명의 학생 중 누구도 예일대에 가지 않았다"며 예일대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일했지만 가난한 백인 가정 출신임을 강조 중인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을 공격했다.

그는 연설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검사 경력을 언급하고 해리스 부통령의 다국적 범죄 조직을 소탕하고 강력한 기업의 이익에 맞선 "강하고 숙련된" 모습을 강조하며 지지를 촉구했다.

월즈 주지사는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군 경력, 고등학교 미식축구팀 코치 경력을 강조했는데 외신은 이러한 경력에 더해 사냥을 즐기는 미국의 전통적 남성성을 구현하는 월즈 주지사를 통해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이 내세우는 과장된 남성성에 대비되는 진화한, 혹은 '정상적' 남성의 모습을 백인 남성 유권자들에게 보이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월즈 주지사 연설에 앞서 건장한 성인 남성이 된 그의 미식축구 코치 시절 제자들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대표로 연설에 나선 제자 벤자민 잉그먼은 월즈 주지사가 코치 시절 강인하고 "서로를 믿도록 돕는"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회상했다.

<뉴욕타임스>는 월즈 주지사가 "헐크 호건(프로레슬링 선수 출신)에 대한 민주당의 답변"이라며 "민주당은 월즈 주지사의 사격과 미식축구에 대한 사랑을 찬양하면서도 여성에 대한 존중과 여성에게 투표하는 것을 최고의 남성적 행동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호건이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에 취해" 옷을 찢는 장면을 연출한 것을 상기시키며 민주당이 이와 "완전히 다른 형태의 남성성을 유권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라고 짚었다.

관련해 민주당 소속 볼티모어 시장 브랜든 스콧은 <뉴욕타임스>에 "진짜 남자는 여성을 존중하고 여성의 몸에 대한 선택권을 존중한다. 진짜 남자는 여성이 지도자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또 "진짜 남자는 여성에 뒤처지는 것을 편안하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여성에게 보고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고 '백인 특권'을 이용해 유색인종 여성을 지원하고 재생산권을 증진하는 동시에 사냥과 낚시, 자동차 수리를 즐기는" 월즈 주지사를 "현대 미국 남성성의 모범"으로 본다고 짚었다. 통신은 조지아에서 온 민주당 대의원 캐머런 랜딘(20)이 월즈 주지사가 "올바른 방식으로 남성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정치 분석가 릭 윌슨은 <로이터>에 월즈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 이미지에 근육질 남성을 합성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선거 구호) 지지자들과 대비되는 "전통적 미국 남성성의 사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통신은 경쟁자 밴스 의원이 비출산 여성·가족을 비하하는 "캣레이디(cat lady·아이 없이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 발언 재조명으로 곤혹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월즈 주지사의 이러한 모습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민주당이 월즈 주지사의 남성성을 강조하는 것은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해리스 부통령을 훨씬 앞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24일 실시된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 공동 여론조사에서 남성 유권자 56%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반면 해리스 부통령 지지는 37%에 그쳐 격차가 거의 20%포인트(p)에 달했다. 이 조사에서 전체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지지율 격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포인트 앞서는 데 불과했다.

이날 전당대회에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연사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직 자기 자신만 생각한다며 "다음에 그의 말을 들을 때 그의 거짓말을 세지 말고 '나(I)'라고 몇 번 말하는지 세어 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매일이 '당신(you), 당신, 당신'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상대방(트럼프 전 대통령)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방심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패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경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되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고마워요, 조"라고 언급하고 곧바로 "해리스 부통령이 우리를 새로운 단계로 이끌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안다"며 6분 남짓 간단한 연설만 한 채 무대에서 내려왔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가족이 21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행사에 참석해 무대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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