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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행진의 경로는 헌재가 결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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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후정의행진의 경로는 헌재가 결정하지 않는다

[초록發光] '녹색 헌법' 개헌으로 틀을 바꾸자

9월 7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 일대에서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907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지난 8월 29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사건', 즉 기후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기후정의행진에 어떤 의미일까?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요지는 이렇다.

첫째,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대응하는 보호조치의 하나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행위'와 헌법상 기본권인 환경권과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입법부와 행정부의 환경권 침해 여부를 확인했다.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하였는지를 의미하는 '과소보호금지원칙'과 행정작용의 본질적인 사항은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했다.

둘째, 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한국이 기여해야 할 몫, 기후위기 영향과 온실가스 배출 제한에 대한 미래 세대의 부담 과중, 온실가스 감축의 제도화 실효성 등을 구체적인 심사 기준으로 고려했다.

셋째, 탄소중립기본법의 2030년까지 감축목표(40%)와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은 환경권을 침해하지 않는다(재판관 4:5, 기각). 비록 위헌 결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에 미치지 못했지만, 재판관 5명은 감축목표 선정 방식(기준연도 총배출량 : 목표연도 순배출량)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기준연도 순배출량 : 목표연도 순배출량 재산정에 따른 36.4% 감축목표는 탄소중립기본법의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과소보호금지원칙와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여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다수의견을 제출했다.

넷째, 탄소중립기본법상 2031~2049년까지의 감축목표 미설정은 과소보호금지원칙과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으로 2026년 2월 28일까지 법률을 개정하여 장기 감축 목표 및 경로를 명문화해야 한다(전원일치, 헌법불합치 결정).

'기후소송 국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곳곳에서 2666건의 기후소송이 (지방)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제기됐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다른 나라 이야기로 전해 듣던 기후소송이 이렇게 끝났다. 공개 변론에 제출된 국무조정실장과 환경부 장관의 입장과 달리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환경권을 인정하고, 그 침해 여부를 일부 인용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침해되는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위반되고, 포괄위임금지 원칙, 의회유보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대한민국헌법에 위반된다."(국가인권위원회 결정, 1쪽)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기후위기 대응 촉구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이 삼성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냉정하게 생각하면, 입법부와 행정부의 의무와 책임 측면에서 크게 바뀔 것은 없어 보인다.

첫째, 제22대 국회는 2031~2049년 감축 목표 및 경로 조항을 신설하는 식으로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하면 된다. 관건은 탄소중립 및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할 것인지, 오목한 모양의 감축경로를 통해 배출량 절대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이다. 국회의 역할이 강조되지만, 제대로 수행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한 제21대 국회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정치 과정 참여가 제약되는 다양한 당사자를 포함하는 '기후시민의회'를 올바르게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둘째, 윤석열 정부는 딱히 할 게 없다.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은 변경하거나 재수립할 이유가 없다. 제2차 NDC(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25년에 유엔에 제출하기로 되어 있다. 탈탄소 산업구조 개편, 공공재생에너지와 녹색대중교통 확대 등 녹색국가로의 전환에 역행하는 정부 입장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어쩌면 산업계 부담을 이유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마저 재량적 거부권을 행사할지 모른다. 공개 변론에서 국무조정실장과 환경부 장관은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 "산업 부문의 감축 부담을 줄인 것은 탄소 저감이 어려운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여건에서 경제에 미칠 영향과 정의로운 전환을 고려한 것으로 단지 일정 부문에 대한 감축 비율 조정을 두고 위헌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셋째, 헌법재판소는 국가와 지역, 계층과 연령, 성별 등에 따른 차별적 요소가 존재함을 언급하지만, 주로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의 평등한 기본권 보장에 초점을 맞췄다. 다른 차별적 요소와 기후 불평등은 장식용으로도 등장하지 않는다. 탄소중립기본법상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개념의 인정적, 절차적, 분배적 정의 대부분, 그리고 오염자 부담 원칙은 헌법상 환경권이 품을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부의 권한 행사의 위법 사유나 재량 일탈을 검토할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일까. 정의로운 전환을 꺼내든 정부의 방어 논리가 인상적일 뿐이다.

제6공화국 대한민국 헌법 해석이 곤란하다면, 이제 '녹색 헌법' 개헌으로 틀을 바꾸면 어떨까. 907 기후정의행진의 요구가 '녹색 헌법'으로 안내한다.

1) 불평등이 기후재난이다.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거권·노동권·기본권을 보장하라.

2) 위기에도 존엄하게 살 권리! 차별 철폐, 돌봄 증진, 공공 의료 및 공공 교통 확충하라.

3)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신규건설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핵 진흥 폭주를 멈추고 에너지정의 실현하라.

4) 기업을 위한 무한정 에너지 공급과 송전탑 건설 중단하고, 노동자 일자리 보장하는 탈석탄·탈화석연료 계획 마련하라.

5) 민주주의와 공공성 훼손하는 재생에너지 민영화 중단하고, 공공재생에너지로 정의롭게 전환하라.

6) 노동자·시민 주도 정의로운 전환. 기후정의·사회정의에 기반한 산업구조 실현하라.

7) 이윤을 위한 생태파괴, 신공항 건설과 국립공원 개발, 4대강 보 사업을 철회하라.

8) 농업재해 대책과 생태농업전환 계획 수립하고, 먹거리기본권 및 농민 생존권을 보장하라.

9) 비인간 동물을 상품화하는 공장식 축산을 정의롭게 전환하고, 동물 착취 시스템을 철폐하라.

10) 무기 수출·전쟁 지원 중단하고, 군비 축소·반전 평화 실현하라.

11) 한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하고 국제적 책임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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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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