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하락, 추석 전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실패,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 공세 등 여당 측 악재가 겹친 추석연휴의 민심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親) 한동훈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분출됐다.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등 소위 친윤계로 분류되는 원내지도부에선 의료대란과 관련 의료계 책임을 강조하는 등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하는 메시지가 나오기도 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19일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시기와 관련한 질문에 "성사가 거의 8부 능선에 와 있고 정부의 태도 변화만 일정 정도 이루어진다면 이건 얼마든지 성사될 수 있다"며 "정부가 조금 전향적으로 움직여줘야 된다"고 말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 성사를 위해 "정부와 야당도 더 적극적으로 더 유연한 입장으로 나서주실 것"을 강조한 바 있는데, 친한계 인사인 김 부총장이 이에 힘을 실은 것이다. 신 부총장은 특히 "정부도 2025년 의대 정원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라는 것을 좀 분명히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5년 의대 정원 재논의 여부에 대한 지난 12일 대통령실의 혼선을 짚으며 "아침에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서 논의 가능하다 했는데 오후 1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또 국무총리께서는 논의가 절대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정부 입장이 뭔지 저희 같은 사람들이 들을 때 헷갈릴 정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 좀 입장을 분명히 정하면 그러면 저는 협의체 출범 가능성은 거의 굉장히 90% 이상으로 높아진다"라고 했다. 친한계 지도부인 김종혁 최고위원도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 "정부의 대응이 발언하는 분들에 따라서 다 서로 다른 수위와 내용을 얘기들을 했다. 그래서 더 큰 혼란을 자아낸 부분이 있다"고 정부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2026년 제로베이스에서 얘기하자는 것도 처음에는 죽어도 안 된다, 말도 안 된다라면서 반응을 했다가 나중에 또 바꾸고 그랬지 않나"라며 "이런 식의 왔다 갔다 하는 것들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한 측면이 있기는 있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정부가 한사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2025년 의대 정원 재논의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2025년은 이미 수시접수가 마감됐기 때문에 아마 어느 누가 와도, 대통령이라도 그걸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의제로 올리는 것도 못 한다는 게 왜 그렇게 돼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해당 의제를 '여야의정 협의체 의제로 삼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대화를 하자는 입장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계파색이 옅다고 평가되는 유정복 인천시장도 의료대란 사태와 관련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유 시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조건 중 하나인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요구와 관련 "물론 인사는 정부의 몫이고 종합적인 판단하에서 하게 될 텐데…"라면서도 "고도의 정치적 상황이고 또 현실적으로 문제가 돼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도 결과론적 책임의 문제 그리고 정무적 판단을 통해서 잘 처리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사실상 경질론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그간 정부는 장차관 인사조치 등 전제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유 시장은 이에 대해 "의료 문제가 국민들 걱정 사항으로 됐고 또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정무적 판단도 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관계자 경질을 시사했다. '경질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묻는 질문엔 "구체적으로 제가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의료계나 이런 데서도 차관에 대한 경질은 필요하지 않느냐 하는 주장을 하는 것 같다"고 애둘러 동의했다. 유 시장은 의료대란의 책임 소재와 관련해서도 "(정부 의료개혁은) 목표와 방향은 옳았을지 모르지만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그렇게 썩 지혜롭지 못했다"며 "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사전에 조율하지 못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좀 되돌아봐야 될 시점"이라고 정부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의료대란 과정에서 불거진 당정갈등 문제에 대해선 "충분히 소통되지 못했다는 건 뭐 사실 아닌가" 되묻기도 했다. 연휴 동안 하락세를 보인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도마에 올랐다. 신 부총장은 "이 상태를 계속 방치해 둔다면 국정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동력조차 확보하기 힘든 그런 상황"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그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대통령실 동향에 대해 "대통령 지지율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 평가"라며 "어떻게 들으면 민심이 어떻게 흘러가든지 나는 그거 상관없이 내 갈 길 가겠다, 이런 거니까 좀 가려서 말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 또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 건 맞다. 따지고 보면 사실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는 일들이 많이 있었잖나"라며 대통령 지지율과 관련 정부의 실정을 원인으로 짚었다. 특히 그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전북 잼버리 대회 논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총선 패배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채상병 특검 등 여러 이슈를 두고 "사실 한 2년 동안에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는 일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정부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김 여사 관련해서는 도이치모터스와 명품백이라든가 뭐 이런 것들이 다 이어지면서 논란이 많이 됐다"고 말해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최근 김 전 대표의 대외행보로 야권의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을 두고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우리 당원들도 만나면 '여사 좀 다니시지 말라고 하라'로 얘기하더라"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불기소 처분으로 끝난 김 전 대표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것들이 해결되지는 않았잖나"라며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시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앙금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해 '김건희 리스크'를 주장했다. 그는 김 전 대표 주변 참모들에 대해 "정치적으로 너무 초보적", "여태까지 하는 모든 것들이 다 마이너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 부총장 또한 김 전 대표를 두고 "지난번 마포대교 시찰 나간 것은 이건 좀 이제까지 못 보던 영부인의 모습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며 "제가 파악하기로도 비판적인 평가가 많다. 그래서 이런 것들은 좀 대통령실에서 민의를 잘 수렴을 해서 영부인이 움직이는 데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와 관련 "지금은 어쨌든 여사에 대한 말을 하면 당원분들이 '여사분이 좀 자중하셨으면 좋겠어' 이런 표현들 많이 하신다", "(김 전 대표 비판에 대해) 대다수가 당내에서도 많이 공감을 하고 계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는 의료대란과 관련 의료계의 책임을 강조하는 모습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명절 기간 의료대란에 대해 "연휴기간 중에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큰 문제 없이 가동됐다"며 추석 전 '의료대란 사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해온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추 원내대표는 연휴기간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태에 대해서도 "이런 지방의 필수의료 부족 문제는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했다. 의료대란 사태의 와중에 의료계와 각을 세우면서도 '원안대로의 의료개혁 완수'를 강조해온 정부 측을 대변한 셈이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또한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료계 요구와 관련 "전공의 단체에서는 2025년도 의대 학생 수도 동결을 해야 된다,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된다는 걸 전제로 얘기하는데 물리적으로 좀 생각을 해보면 수시 접수가 이미 마무리가 됐다"며 "그건 사실 좀 어려운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난항을 겪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상황과 관련해선 정부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기 보단 "민주당은 같이할 것처럼 하다가 의사가 꼭 들어와야 된다든지 아니면 대통령의 사과, 책임자 경질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정말 점점 국정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오히려 더 힘을 보태지 않는가"라며 야당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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