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이른바 쌍특검법, 즉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재의 표결에서 부결됐다. 결과 자체는 예상대로였고, 국민의힘 내 '반란표' 규모도 지난 7월 채상병 특검법 재의 부결 때와 동일했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야당이 특검법을 재추진할 경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 것이 최근 당정 간 갈등 상황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국회는 4일 오후 본회의에서,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온 3건의 법률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 수는 재적의원 300명 전원. 5선 의원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제가 17대부터 국회의원을 했는데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해서 투표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표결 결과,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으로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재석 300인에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의 가결 요건은 헌법 53조 4항에 의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2의 찬성'이다. 재적 300인 전원이 출석했으므로 가결 정족수는 그 3분의2인 200표가 된다. 이어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총 투표 수 300표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2표로 역시 부결됐다. 채상병 특검법의 재의결 부결은 21대 국회에서 1차례, 22대 국회에서 이날까지 2차례 등 총 3차례 이뤄진 셈이 됐다.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찬성 187표, 반대 111표, 무효 2표로 부결됐다. 이 법안은 지난달 26일 재의 부결된 '25만 원 민생지원금법'의 패키지 법안이다. 쌍특검법 표결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최소 4명이 찬성·무효·기권 등 당론에서 이탈한 셈이다. 현재 국회 의석 분포상,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가결시키기 위해서는 여당 내 8표의 반란표가 필요한데, 이날 나온 반란표는 정확히 그 절반에 해당한다. 22대 국회 들어 있었던 법안 재의 표결 사례를 돌아보면, 지난 7월 25일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은 재석 299인에 찬성 194명, 반대 104명, 무효 1명으로 이날 투표 결과와 거의 비슷했다.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방송4법이 재의 부결될 당시 찬성표는 187~188표, 반대표는 107~109표 사이였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재의결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지난 7월 표결 때와 마찬가지로 의원 4명의 이탈을 막지 못한 셈이다. 앞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전 의원총회를 마친 후 결과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재의 요구한 3건에 대해서 오늘 의총에서 당론으로 모두 부결, 폐기해야 된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한동훈 당 대표도 참석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에 대해 국민들과 언론에서 주목할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당 내외 많은 분들의 생각을 저도 알고 있다.그러나 지금 이 민주당의 특검법안은 민주당 마음대로 전횡할 수 있는 내용이고, 이런 법이 통과되면 사법 시스템이 무너지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연설했다. 방점은 '반대·부결'에 있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한 대표는 전날 개천절 경축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건희 특검법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도 '특검법이 한 번 더 넘어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고 해 여운을 남겼다.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서 (당 안팎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에서도 생각들이 많을 것이고 국민들이 보시는 시각도 다양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당장 이번에는 특검법 부결에 힘을 모으겠지만, 민주당이 특검법을 또다시 재발의한다면 해당 법안 내용이나 그 시점의 여론 추이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풀이를 낳았다. 국민의힘 소장파 김재섭 의원은 이와 관련, 이날 아침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반박 논리를 무력화시킬 만큼 위헌성을 제거하고, 국민의힘과 적극적 협상에 나서 합리적 수준에서, 국민들 눈높이에 '이 정도는 수사 범위 안에 넣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내용의 법안을 가져오고), 특검 추천권도 국민의힘·대통령실과 공히 논의하겠다고 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럴 경우) 한 대표 입장에서도 안 된다고 할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한 대표도 그렇고 저도 (민주당 특검법의) 절차적 문제, 위헌성을 지적해 왔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윤리적·정치적인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이런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는 해야 한다"고 했다. "사과든 수사든 출구전략은 분명히 있어야 된다. 아마 한 대표는 그런 것을 고민하고 한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그는 부연했다. 반면 친윤계인 추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민주당이 법안을 재발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법안을 같은 형식으로 상임위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또 강행할 경우에는 당연히 지금과 같이 부결시켜 나갈 것"이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추 원내대표는 다만 '당 안팎에서 대통령 영부인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용산에서도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걸로 (답을) 대신하겠다"고만 해 여지를 남겼다.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후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의힘에 대한 비난 여론전을 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규탄사에서 "국민의힘은 또 다시 국민 명령을 거부했다. 양심을 외면했다"며 "국민의힘이 아니라 국민의짐 아니냐"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언제까지 도대체 용산 꼭두각시, 용산의 거수기로 살 것이냐"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 김건희 왕국이 아니다.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고 공표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 발의하고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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