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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세상 지향한다"는 MB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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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세상 지향한다"는 MB의 거짓말 [시민정치시평] 핵안보 말하는 그들에게 시민의 안전이란?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아침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핵 테러는 이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위험요소가 되었고, 북한을 목전에 둔 우리도 핵 테러 위협 속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내주 26일~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두고 한 말이다. 주지하듯이 핵안보정상회의는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협을 핵테러로 규정하고, 이를 위한 국제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핵무기 원료가 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UE)의 사용을 줄이고, 보관장소를 통합하며, 핵물질과 핵무기가 테러집단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간 협력을 논의한다. 핵안보는 우리가 살고 있는 핵과잉 시대에 대처하는 하나의 조치라는 점에서 부정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통해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와 핵안보의 의미를 부각시키려 애쓰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이들은 왜 느닷없이 핵안보를 말하냐고 묻는다. 특히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불안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탈핵이나 핵발전소 폐기 얘기는 하지 않느냐고 의아해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핵군축이나 비확산 그리고 핵발전 문제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특히 한국 정부가 다루고 싶어 하는 북핵 문제 역시 주요 의제가 아니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후쿠시마 핵사고는 핵시설 오작동이나 파괴 방법을 테러집단에 보여준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물론 한국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위축된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킴으로써, 국내외적으로 원자력 시장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기여"하는 장으로 삼고 싶어 한다.

이러한 인식의 격차는 핵안보 문제가 9.11테러 이래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의 시각에서 나온 의제이고, 핵안보정상회의가 '핵 없는 세상'을 주창했던 미 오바마 대통령의 기획행사 같은 성격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전에도 국제사회에서는 핵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협약체결이나 공조방안이 논의되어 왔다. 핵안보 문제는 각국 정부의 실무적 협의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더욱이 미국은 2014년 이후 핵안보정상회의를 더 이상 개최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미국이 발의한 핵안보정상회의를 북한에 대한 압박과 한미동맹 강화의 계기로 보고 덥석 받아들였다.

국제사회 핵레짐에 있어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이지만 정작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핵군축과 비확산, 핵발전 문제해결은 뒷전이고, 아직 발생한 적이 없는 핵테러 대비책을 논의하겠다고 떠들썩하게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 그리고 핵안보 조치를 통해 핵 없는 세상을 지향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일까.

불행히도 핵안보정상회의를 발의하고 개최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핵정책은 핵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핵무기감축협정(NEW START)상의 의무 감축량보다 훨씬 많은 80% 이상의 핵무기 감축을 검토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남은 전략핵무기와 감축대상이 아닌 전술핵무기만으로도 핵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게다가 오바마 행정부는 핵무기 의존도는 줄이더라도 핵우산 제공은 물론 핵무기 사용위협은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핵정책은 유엔 총회에 제출되는 핵군축과 비확산 관련 결의안에 대한 표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부시 행정부 당시 모든 표결에 반대표를 던졌던 것에 비해 오바마 행정부는 일부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변화된 것은 없다. 국제적인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핵무기금지협약(Nuclear Weapons Convention) 제정에 대해서도 지난해 제출된 유엔총회 결의안의 경우, 전체 194개 국가 중 146개 국가가 찬성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이스라엘 등은 반대했으며,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는 한국과 일본 등은 기권했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는 핵보유 국가들이 핵무기를 높은 경계 상태에 배치해두는 것이 우발적 사용위험을 높인다며 핵무기 작동 준비상태를 완화할 것으로 촉구하는 결의안이나,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포기와 NPT 가입 촉구 결의안, 군사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중앙아시아 비핵지대 설립 지지 결의안에도 반대하고 나섰다. 게다가 미 행정부는 핵무기 제조와 유지, 현대화에 관계하고 있는 전세계 방산업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방산기업들과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미 오바마 행정부 핵정책의 현주소이다.

한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핵발전소의 신규 건설과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한편 후쿠시마 핵사고를 한국 핵발전소 수출의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앞으로 20년 동안 전 세계에 80기의 핵발전소를 수출해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세계 3대 핵발전 선진국으로 발돋움한다는 비현실적인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하는 핵주권론에 편승해 미국과 협상 중인 한미원자력협정개정 논의에서 핵재처리 기술 확보를 시도하는가 하면, 북한의 선핵폐기를 줄곧 요구하면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 정부이다.

더욱 고질적인 문제는 핵발전 확장에 열올리는 정부 정책에 타격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한국이 핵위험의 무풍지대라는 거짓 주장을 펴기 위해 핵위험을 조직적으로 은폐해왔다는 점이다. 지난 2월 고리 1호기에서 외부 전원 공급이 중단되어 냉각기능이 멈춘 대형사고를 숨긴 사례도 그렇다. 전원공급이 중단되어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의 냉각기능이 12분 동안 멈춘 이 사고는 후쿠시마 핵사고가 그랬듯이 안전한 핵발전소라는 주장은 허구이며, 수명을 다한 발전소는 즉각 폐쇄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이 위험천만한 사고발생에 대해서 관련 당국과 인근 주민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더 어처구니 없는 일은 관계 당국이 고리 1호기에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핵발전소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알리는 행사까지 열었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후쿠시마 핵사고 당시 방사성물질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국립환경연구원의 보고서가 국정원의 개입으로 은폐된 일도 있었다. 방사성 물질은 미량이라 하더라도 인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이를 조직적으로 숨기려 한 것이다. 당시 실제로 한반도에 방사성물질이 유입되어 방사능비가 내렸고, 이에 대해 만반의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주장에 대해 정부, 여당, 보수언론들은 좌파단체들이 방사능 공포를 퍼뜨리고 있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색깔론까지 지피기도 했다. 핵발전소를 유지, 확장하려는 음모일 수도 있고, 자신들의 무지와 신념을 진실로 설파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일관되게 무시되고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또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인류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자기만족적인 의미부여에 불과하다. 단언하지만, 핵무기와 핵발전을 감축하고 핵억지력을 폐기하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핵안보는 실현가능하지 않다. 그러한 노력 없이 핵무기와 핵물질을 테러집단으로부터 지키자는 핵안보 논리는 기존의 핵보유 국가들의 배타적인 논리와 다르지 않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핵무기 사용위협을 포기하지 않는 핵보유 국가들의 핵정책은 더 많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게끔 자극했고 실제 핵무기 보유 국가는 북한을 포함해 9개 국가로 늘어났다. 핵안보의 길은 그만큼 더 멀어졌다. 핵무기와 핵발전소의 파괴력에는 그 경계가 없음을 증명한 미국의 스리마일, 구소련의 체르노빌 그리고 지난해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모두 수습되지 못한 채 여전히 진행 중에 있지만, 핵발전소는 여전히 가동 중이다. 지금까지 핵폭탄 2만개를 넘게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이 존재하게 된 이유이다. 핵발전이 중단되지 않는 한 핵안보는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핵위험을 끊임없이 양산하고도 핵안보를 말하는 것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마침 정부는 지난 18일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시기에 맞춰 열릴 예정인 반핵아시아포럼(NNAF)에 참석차 입국한 일본의 반핵아시아포럼 사토 다이스케 사무국장의 입국을 거부했다. 반핵 활동가의 입국을 거부하는 정부 태도가 바로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핵안보가 아니라 핵위험을 근원적으로 제거해 나가는 노력이다.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고, 핵발전을 줄여나가는 핵정책의 전환도 중요하다. 아울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 없고 핵위험을 은폐하는데 급급한 핵산업계와 정부가 더 이상 우리의 안전을 좌지우지 할 수 없게 핵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시민통제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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