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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문재인, 복고 워딩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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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문재인, 복고 워딩은 'ㅠㅠ' [30대, 정치와 놀다]<12>문재인의 장점과 단점
본격적인 휴가시즌이다. 요즘 뉴스의 중심 화제는 폭염과 런던 올림픽이다. 한 지인이 물었다. "근데 대선 후보 경선은 언제 시작해?" 안타까운 일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참 진행 중이지만 솔직히 예년에 비해 관심이 크게 떨어진다. 여당의 결과가 너무 뻔해서, 야당은 유력한 장외 후보 때문에 본 경선이 사실상 예선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의 '공천 헌금' 파동까지 겹치면서 대선 후보들에 대한 주목도는 더 떨어지게 생겼다.

상황이 암울하다 해도 '내 삶의 향후 5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대통령 잘못 뽑으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이미 충분히 학습하지 않았나. 앞선 연재에서 박근혜 후보의 장, 단점을 꼽아본 데 이어 이번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이하 등장인물 직함 생략) 차례다.

문재인의 장점은 1)'시대정신'이라는 측면에서 새누리당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 주자 중 지지율 1위 2)국제회의 석상에서도 빠지지 않을 정도의 준수한 외모와 선한 이미지 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모로 끝까지 옆을 지킨 의리와 국정운영 경험 4) 사심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진정성 5) 합리적 리더십과 이에 기반한 협상력 등이 꼽혔다.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유권자들 사이에 '반 MB' 정서가 팽배해 있다는 점을 볼때, 문 후보의 야권의 다른 어떤 후보보다 이명박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정치인이다. 단점은? 가장 큰 약점은 이 모든 장점이 여권의 유력 주자인 박근혜와 비교할 때 큰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 개인 자질을 당과 캠프의 기획력, 조직력이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다음은 지난 23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문재인과 관련된 방담 내용 전문. <편집자>

참석자 소개

송새벽 : 나이 서른 셋.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오래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전세금 등 자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이태권 : 나이 서른 일곱.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아이가 셋.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임재범 : 나이 마흔. 열한 살(아들), 여덟 살(딸), 두 살(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듬.

하지원 : 나이 서른 둘. 프레시안 기자의 취재망에 걸려든 길거리 캐스팅의 주인공. 영화 연출가. 지금은 3개월 넘게 일을 쉬고 있는데 '저임금 노동착취'인 영화판으로 돌아갈지 심각하게 고민 중.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세 명이 참석했음. 한 명은 마흔.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다른 한명은 서른 둘, 지난 6월 결혼한 유부녀, 마지막으로 스물 여덟 싱글녀가 '깍두기'로 함께 했다.



"문재인, 국제적으로도 미모론 꿀리지 않을 대통령"

▲ 문재인 의원 ⓒ프레시안
프레시안1 : 새벽 씨 회사에는 박근혜 지지자가 많다고 그랬었잖아요.

송새벽 : 그래서 그런지 조용해요. (일동 웃음)

프레시안1 : 왜 좋다, 이런 얘기 안 하나요?

송새벽 : 이런 얘기는 들었어요. 아버지가 찍으라고 한다고. 우리 어머니가 찍으래, 이런 얘기들은 하는데 그 이상의 얘기는 못 들어봤어요.

프레시안2 : 혹시 그들이 안철수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나요?

송새벽 : 네. 아직까지는요.

하지원 : 저희 집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약간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시는데요. 안철수가 출마하면 아버지는 안철수를 찍을 것 같고, 그래도 어머니는 박근혜 찍을 것 같아요. 박근혜를 어른들이 찍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희 엄마는 불쌍하다고 찍어준대요.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다 그렇게 (총탄에) 가신 게 불쌍하다고요.

프레시안3 :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런 분들이 한국에 생존해 있는 한 박근혜는 계속 나올 거고, 계속 박근혜는 유력한 주자일 거라고 농담처럼 얘기도 하더라고요.

이태권 : 제가 볼 때 선거의 가장 위력적 프레임은 과거 대 미래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박근혜가) 미래 쪽을 점유할 가능성은 좀 멀다 싶어요. 시대정신과도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이명박의 747 공약보다 사람들을 혹 하게 하는 것은 덜하다는 거죠. 55세 이상은 5미터 내 접근근지 같은 홍사덕의 위기의식도 그래서 나온 것 같아요. '노땅'들은 좋아할 것 같은데 젊은 사람들에게는 좀 후지다는 거죠.

임재범 :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잖아요.

이태권 : 네. 이회창 선거 때도 봤지만 결국 9부 능선을 넘어서야 (이기는) 건데, 그런 것들이 박근혜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프레시안1 : 자, 그럼 이제 문재인 얘기를 해볼까요? 제가 하나 얘기해보면, '잘 생겼다!' 또 뭐가 있죠?

하지원 : 신사의 품격? 착해 보인다? 국제회의석상 같은 데 세워 뒀을 때, 미모로 꿀리지 않는 대통령감?

이태권 : 후보자 자체는 신중하고 가볍지가 않아서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양반이 하는 것들이 신중한데 좌고우면하는 신중함이라기보다는 책임감에서 우러나오는 신중함이 보이는 것 같아요.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 때 냉철했던 모습이라든지, 토론도 좀 신사적으로 잘 하는 것 같아요.

프레시안2 : 당연히 1위 후보니까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그런 느낌을 주는 것 아닐까요?

이태권 : 네.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 있죠. 이미 수권자 같은 그런 느낌은 좀 있는 것 같긴 해요, 장점을 꼽으라면요.

문재인, 특전사 옷은 이제 그만!

프레시안3 : 안철수는 잘 모르니까 빼고 보면, 박근혜와 문재인과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을 봤을 때, 인간적으로 매력적이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건 맞는 것 같아요. 사심도 없고요.

이태권 : 네, 진정성이 있어 보여요.

프레시안3 : 또 문재인은 사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닳고 닳은 이미지는 없죠. 안철수 현상도 결국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라고 보면, 초짜인 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보이는 거죠.

이태권 : 후보자 개인의 자질은 진짜 장점인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캐릭터가 굉장히 확장성도 있고요. 특전사도 그렇고요. '그러나'는 이따 단점에서. (웃음)

하지원 : 후보자 개인 장점이라기보다, 이명박 정부를 겪은 사람들이 괜찮은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것이 문재인한테는 있는 것 같아요. 지지해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이 나왔다는 느낌?

이태권 : MB에 대비되는 것 같은?

하지원 : 네.

임재범 : 그런데 MB하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게 문제죠.

프레시안1 : 국정운영의 경험도 사실 박근혜와 경쟁하면 '쨉이 안 되죠.'

임재범 : 제가 고민해 온 문재인의 장점 5가지도 사실 박근혜와 대비해 보면 다 경쟁이 안 돼요. 다섯 가지 전부 다 그래요. 의리도 그렇고요. 국정운영 경험, 박근혜와 안 되죠. 원칙 있는 율사에서도 원칙은 박근혜도 마찬가지죠. 박근혜는 변호사는 아니지만요.

이태권 : 이러니까 '대한민국 남자' 같은 고육지책이 나온 거죠.

하지원 : 아우, 정말….

이태권 : 후보는 그나마 쓸만한 재료가 되는데 선거 캠프 돌아가는 행보를 보면 후보만 소진시키는 것 같아요.

하지원 : 변명을 하더라고요. 캠프가 꾸려진 게 아니라 다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거라고, 그게 자랑이냐는 거죠.

이태권 : 캠프가 꾸려지고 노무현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결합돼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정책이 잘 안 나올까. 홍보에서도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이 '번 아웃' 현상인데, 그 루트를 지금 타고 있는 것 같아요. 벌써 식상해져요. 특전사 옷도 벌써 몇 번을 입힌 거예요. 제가 볼 때는 선거운동 기간에 아껴 놨다가 해야 하는 건데, 주변이 문제예요.

임재범 : 조바심이 드나?

프레시안3 : 문재인의 최대 문제는 그 주변인 것 같아요. 무능할 뿐 아니라 폐쇄적이기까지 해요.

이태권 : 저는 당연히 친노 아닌 사람들도 들어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하지원 : 문재인 쪽이 더 젊고 감각 있고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대한민국 남자'가 나온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우리나라 대통령'보다 더 이상해요.

이태권 : 슬로건 뿐만 아니라 그 캠프에서 나오는 '워딩'들도 복고에 쩔어요. '슬픔 아침' 이런 거요. 박근혜는 복고인데 그래도 카리스마라도 있지만, 여기는 궁상스러워요. 유치하고요. 감성 코드라지만, 이건 너무 저급해요. 트위터에서 보니까 탁현민 이런 선수들이 거기 가 있는 것 같던데, 이해가 안 돼요.

프레시안1 : 자, 여러분. 우리 장점을 얘기합시다.

하지원 : 자연스럽게 단점으로 넘어간 것 아니었나요? (일동 웃음)

프레시안1 : 송새벽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송새벽 : 장점이요? 저는 딱 봤을 때 바르게 살아온 것 같은 이미지예요. 지금의 대통령과 비교해 볼 때 바르고, 일반적인 학창 시절을 보냈을 것 같고요. 일반적인 군대 생활을 했을 것 같고, 일도 일반적으로 했을 것 같아요. 욕심 없이. 그래서 참 좋은 이미지? 말 그대로 장점은 '좋은 이미지'인 것 같아요. 지금 대통령은 '나쁜 이미지'니까요.

하지원 : 그런 장점이 아까 여러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이명박을 상대하기에는 좋은 장점인데 박근혜와 붙였을 때는 모르겠다는 거죠. 노무현을 당선을 시킨 조직력이라도 있었는데, 그 조직이 100% 문재인에게 간 것도 아니고요.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이미지는 있는데, 노무현도 평가가 분분하잖아요. 그러니까 '노무현의 그림자'라고 하면 오히려 그보다도 더 하수인 듯 한 느낌이 들어요. 본인에게는 단점이죠.

프레시안1 : 장점 얘기해주세요, 여러분. (일동 웃음)

하지원
: 아까 말씀드렸는데, 신사의 품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비리도 없을 것 같고요. (웃음) 그런데 이런 사람이 한 번 꽉 막힌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걱정도 조금 들어요.

이태권 : 총선 때 (이정희 전 대표의 경선 부정 사건 때) 통합진보당과 사이에서 문제 해결 능력도 보여줬잖아요. 안철수한테는 없는 장점이죠. 없는지, 아직 안 보여준 건지는 몰라도, 정치신인이지만 그런 (갈등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하는 모습?

프레시안2 : 관악에서 이정희 문자 메시지 부정 파동 났을 때요. 이정희 사퇴시켰던 거 말씀하시는 거죠. 그 당시 사실 야권의 최대 위기였고,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가 갖는 권위일 수도 있는데 또 문재인이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도 있죠.

이태권 : 그러니까 이 사람은 대화는 잘 할 것 같아요. 심지어 새누리당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낼 것 같은 거죠. 노무현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부분이 바로 그거죠. 그게 정치잖아요. 신인이어서 신선한데 정치적 협상력이나 포용력은 있어 보이는 거죠. 자꾸 얘기하지만 제 결론은 재료로서의 후보는 야권에서 제일 좋다, 그런데 그 주변이 너무 후진 것 같다는 거예요. 컨텐츠도 없다.

하지원 : 사실 지금은 영화로 따지면 본 예고편 나오기 전에 '티져' 하나로 기대감을 줘야하는데, '티져'가 두 개 다 너무 후졌어요. 본 예고편은 걱정돼요. 게다가 지금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붙을 것 같다는 생각도 안 들어요. 야권의 다른 주자들이 경선에서 패하고 후보로 확정이 되더라도, 다른 캠프가 다 대동단결해서 문재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줄 것 같지도 않고.

이태권 : 문재인의 세력적 장점은 박근혜 비토 세력, 그러니까 야권에서 유력한 주자고, 나름 이쪽 진영의 대세론이 있는 건데 그걸 별로 활용을 못 하는 것 같아요. 안철수 때문에 그런가?

프레시안1 : 재밌는 것이 후보들이 지지율이 확 올라가는 기점들이 있는데 문재인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후보 개인에 대한 새로운 사진이 공개됐을 때에요. 특전사 사진, 젊었을 때 사진, 아내랑 기차여행 가는 사진. 이런 거죠.

이태권 : 그러니까 지금 후보 개인기로 가고 있는 거예요.

임재범 : 소진되고 있는 거죠.

하지원 : 이제 기타 쳐야 된다니까요. 노래 부르면서.

프레시안3 : 그러니까 참모진이 문제예요.

▲ 특전사 출신인 문재인 후보. ⓒ뉴시스

'대한민국 남자', '우리나라 대통령', "복고에 쩔어요"

하지원 : 친구들이랑 얘기해보면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가 '우리나라 대통령'이나 '대한민국 남자'보다 훨씬 낫대요. 슬로건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거죠. 박근혜 슬로건이 훨씬 더 희망적이라는 거죠.

이태권 : 그래서 '사람이 먼저다'가 공식 슬로건이라고 주장하잖아요.

임재범 : '사람이 먼저다'도 약간 노무현 아류 같아요.

이태권 : (프랑스 대선에서 좌파전선의 후보였던) 멜랑숑도 '인간이 먼저다'였는데, 멜랑숑은 그 뒤에 컨텐츠가 다 있었다구요. 그런데 '사람이 먼저다'라고 해 놓고 문재인은 그 뒤에 컨텐츠가 없어요. 혼자 노는 슬로건이 대체 어딨냐고요.

하지원 : '사람이 먼저다'라고 하면 SK텔레콤의 '사람을 향합니다'가 생각나요. (웃음)

이태권 : 제가 주변에 봐도 문재인은 좋은데, 열광하게 하는 모멘텀을 못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 구조적으로 야권의 대표주자는 되고 있는데 또 호남 민심을 보면 아직 추인을 받지 않았구나, 호남은 역대 선거에서 가장 전략적인 판단을 해 온 사람들인데 이들이 아직 추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재인이 아직 무엇인가를 못 보여준 거죠.

프레시안2 : 일반 국민은 잘 모르겠는데, 정치권에서는 확실히 문재인의 확장성에 한계는 있는 것 같아요. 4월 총선의 공천 파동, 이박연대 등등 (민주당의 문제가) 다 문재인으로 수렴되는 거죠.

이태권 : 그런데 그 사람들은 왜 이렇게 못 해요? 총선 끝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민주당 개혁 프로그램 하나 나온 게 없잖아요. 이 사람들이 안철수더러 들어오라고 할 게 아니라, 자기들 먼저 바꿔가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말이죠. 당도 후보를 못 도와주고, 참모들도 못 도와주는 것 같아요.

송새벽 : 지난주 휴가여서 집에 내려갔다 왔는데 아버지가 박근혜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프레시안3 : 집이 어디신데요?

송새벽 : 목포요. 아버지 말이, 박근혜가 누구 딸이냐. 무조건 싫다고 하시더니만 그러면서도 '아, 그럼 누구를 찍지'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우리 쪽에서 누굴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프레시안2 : 현재 야권의 제일 유력한 후보는 문재인인데 호남 사람들은 뭔가 마음이 안 드는 거군요.

임재범 : 김두관이 땅끝 마을에 가서 출마선언을 한 건 그걸 노리고 한 건가요?

프레시안2 : 아래에서부터, 뭐 이런 거죠. 문재인은 비서실장 이미지도 강한 것 같아요.

이태권 : 그래도 일반 사람들은 그런 구분 잘 못하잖아요. 민정수석이나 대통령실장 한 건 사실 좋은 스펙이죠. 그런데 뭐가 안 나와. 가슴 뛰게 하는 게 하나도 없어. 성질만 나게 해. (웃음)

하지원 : 제 주변에서는 '우리도 품격 있는 대통령을 가져 보자'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 개인은 투표장에 나가 표를 던지겠지만, 2002년의 '노사모'처럼 친구 10명에게 전화하고 문자 보내서 투표하게 만들 것인가?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 줄 것인가가 문제죠.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이태권 : 중핵이 없는 거죠. 열정적 지지자들.

임재범 : 저는 문재인의 미래가 뭔지 모르겠어요. 문재인이 미래를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 뭐 이런 거요. 물론 정책 공약 많이 얘기했지만 귀에 안 들어와요. 임팩트가 없어요. 뭘로 먹고 살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태권 : '백투(back to) 참여정부'인 거지.

임재범 : 맞아요. 그거 외에는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현재의 지지율도 혹시 다 참여정부 시절의 열성적 지지자들이 만든 '붐' 아닌가. 일종의 한정된 지지율인 거죠.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만들어낸 1위.

이태권 : 확장이 안 되는 거죠.

임재범 : 당장 저처럼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은 더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도 도대체 문재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박근혜는 되든 안 되는 '복지사회' 막 떠들잖아요. 문재인은 뭔지 모르겠다니까요, 진짜. 노무현을 살려내라, 이거 외에는 없는 것 같아요. '그때가 좋았지'라는 수준? 그게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문재인을 안 지 정말 오래됐거든요. 부산에서부터 봤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내가 문재인을 이렇게 모르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문재인의 '운명' vs 안철수의 '생각'

프레시안1 : 최근에 안철수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인데 둘이 참 달라요. 문재인의 책은 자기의 역사성을 설명하는 거죠, 제목도 '운명'이고요. 반면 안철수는 현재의 자기 상품성을 보여줘요. 제목도 '생각'이고요. 안철수는 철저한 마케팅을 하는데 문재인은 자신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만 설명하고 있어요. 물론 책이 나온 시점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하지원 : 문재인은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태권 : 물론 처음에는 그게 필요했어요. 누군지 모르니까. 그런데 계속 그것만 해요. 후속이 나와야 하는데. (일동 웃음)

프레시안1 : 안철수는 어떤 면에서 그걸 최소화했거든요. 짤막하게 압부분에 압축적으로요. 물론 그래서 좀 영악한 느낌도 있지만요.

임재범 : 안철수가 영악하다고 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문재인이 이미지를 만들려고 애쓰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자신을 상품화시키려 일부러 노력하는 느낌이죠. 그런 느낌이 안 들게 상품화시켜야 하는데 다 드러나요. 반면 안철수는 그런 느낌이 없거든요. 그냥 툭툭 치고 나가는 거죠.

이태권 : '북콘서트' 같은 문화에 너무 젖어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북콘서트'의 원조는 안철수잖아요. 안철수가 그런 말을 했더라고요. 토크 콘서트가 유행처럼 됐는데, 정치권에서 하시는 분들이랑 자기랑 다른 점이 있다고요. 자기는 아픔을 같이 하면서 이해의 측면에서 다가갔는데, 정치권 사람들은 '내가 니네 얘기 들어줄게' 이런 식으로 했다고요. 그러니까 안 먹히는 거라고 말하던데, 참 아픈 얘기죠. 특히 '문재인 진영'에게는요.

프레시안2 : 2002년 노무현 마케팅을 했던 팀들이 지금 문재인 마케팅 팀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거든요. 좀 감성적이고요. 다만 방식이 좀 바뀌긴 했지만요.

이태권 : 그러니까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잖아요.

임재범 : 문재인, 참 사람은 좋은 사람인데…. (일동 폭소)

▲ 젊은 시절 부인과 데이트하는 문재인 후보.
프레시안3 : 문재인 대세론이 세게 가고, 그런데 결과는 노무현처럼 엉뚱한 사람이 야권 후보로 되면, 박근혜와 붙었을 때 오히려 분위기 몰고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태권 : 그 역할을 지금 안철수가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제가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사람들 반응을 페북 같은 데서 보면서 놀랐던 것이, 정말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아, 안철수의 생각이 나의 생각이었구나'라고 하더라고요. 기자들이 보시기에는 별로 특별한 얘기도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확인을 하고 있는 거죠. '나랑 똑같구나'라고 공감하는 것 같더라고요.

임재범 : 저도 책은 아직 못 봤는데요, 책 내용에 대한 여러 언론사의 기사들을 많이 찾아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프레시안2 : 왜요?

임재범 : 그냥 전체적으로요.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그대로 옮겨 담았구나, 싶더라고요.

하지원 : 저도 그 책은 관련된 평이 '무난하다'는 것이 가장 강점인 것 같아요.

이태권 : 네, 그러니까 여기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마케팅 방법을 알고 있는 거고, 저기는 3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이러고 있는 거죠. 스마트 혁명 운운하는데 원자력 발전소는 2060년에 폐기한대. 내가 모르는 얘기 투성이니까 관심도 안 가죠. 저는 진짜 '아, 안철수의 생각이 나랑 같구나'라는 반응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이 책이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의 평가와는 별개로 대중들에게, 특히 2030에게는 엄청난 파급력을 갖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렵지도 않고요. 기자 출신 교수를 택한 것도 굉장히 훌륭한 선택이죠.

임재범 : 그 기자 출신 교수가 안철수 캠프예요?

프레시안3 : 아니예요. 안철수가 찍어서 대담을 부탁했다고 하더라고요.

임재범 : 결국 안철수 주변에는 훌륭한 참모들이 있다는 얘기네요.

프레시안2 : 안철수가 부탁을 하니까, 그 분이 나는 언론인의 입장에서 인터뷰를 하겠다, 그리고 출마하면 비판적 관찰자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했대요. 안철수가 흔쾌히 오케이를 했고요.

이태권 : 그런 얘기들이 벌써 조짐이 좋은 거예요. 2002년 노사모도 '노무현이 대통령 되는 순간, 나는 비판적 시민으로 돌아간다'고 했었잖아요. 그게 조짐이거든요. 문재인은 빨리 캠페인 전략부터 수정해야하는 게, 2030 여성에게 너무 안 좋아요.

프레시안1 : 사실 (문재인이) 2030 여성들에게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후보인데….

이태권 : 이런 말하면, 문재인 캠프에서 오해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남자' 뿐만 아니라 그쪽에서 나오는 모든 게 구려요. 제가 팔로잉하는 30대 여성들이 '대한민국 남자'는 얘기도 안 하고요. '아침은 슬픔입니다'에 대한 비토가 정말 많았어요. 가뜩이나 아침은 힘들어 죽겠는데, 이게 웬 궁상이냐는 거죠.

프레시안2 : 캠프 사람이 기자들 만나서 '대한민국 남자가 그렇게 별로예요'라고 물으면서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자기들은 그 슬로건 관련 프리젠테이션을 보면서 감동 했다고요.

임재범 : 문재인을 놓고 처음에 '샌님' 이미지가 많았잖아요. 유약한 이미지다, 이러니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군복도 입히고 그런 슬로건도 나온 건데 누가 봐도 오버죠.

프레시안3 : 박근혜는 사실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하잖아요. 불통을 원칙으로 포장하고. 그런데 왜 문재인은 그걸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이태권 : 그러니까 문제가 많다니까. 특전사 사진 이런 건 팬들이 여기 저기에 사진 올리면서 '이런 이미지도 있다' 하는 걸 보여줘야지, 왜 자기들이 자꾸 써먹냐고요.

임재범 : 사람 불러야 돼~. (일동 웃음) 문재인 캠프도 사람 불러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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