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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돼도 박근혜에 질 것 같은 끔찍한 육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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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누가 돼도 박근혜에 질 것 같은 끔찍한 육감이…" [30대, 정치와 놀다]<16> 문재인-안철수, 왜 이렇게 국민 힘들게 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만나 '국민'에 약속한 후보단일화 데드라인인 26일을 사흘 앞둔 23일 오전까지도 양측은 단일화 룰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만에 하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러다 후보등록 전까지 단일화가 안 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감도는 상황이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약속했던 두 후보 입장에선 '유구무언'일 따름이겠지만, 단일화가 결코 쉽지 않은 정치 과정이라는 점에서 후보들 탓만 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단일화 뿐 아니라 단일화 이후 역시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따르는 정치 과정일 터, 야권을 지지하는 일반 유권자들이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어쩌면 당장의 단일화 룰의 유불리 못지 않게 중요한 '변수'다.

<프레시안>이 지난 해 4월 총선 직후부터 1년 반 가까이 계속해 온 정치 방담 '30대, 정치와 놀다' 참여 패널들 역시 단일화 국면을 애태우며 바라보고 있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미 지지후보를 정한 이들도 있었다. 20일 저녁 여의도 모처에서 있었던 방담을 통해 거듭 확인된 건 단일화 못지 않게 단일화 이후 양측 지지자들의 마음을 끌어모으는 게 중요하며, 이 과정에 실패할 경우 결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편집자


참석자 소개

송새벽
: 나이 서른 셋.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오래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전세금 등 자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이태권 : 나이 서른 일곱.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아이가 셋.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안철수 지지자.

임재범 : 나이 마흔. 열한 살(아들), 여덟 살(딸), 두 살(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듬. 문재인 지지자.

한예슬 : 삼십대 중반의 미혼녀. 자유기고가. 부모님을 포함해 주변에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많은데 본인은 느슨한 안철수 지지자.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셋. 나이 순으로 프레시안 1(마흔.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프레시안 2(서른 넷, 싱글남), 프레시안 3(서른 둘, 갓 결혼한 새신부))가 함께 했다.


지난 6일 후보 단일화 협상을 위해 단독회동을 가진 문재인,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안철수, 박근혜 대세론 무너뜨린 것만 해도 큰일 한 것"

프레시안 : 임재범 씨가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커밍아웃'을 했군요. 이태권 씨는 그전부터 '안철수 지지자'였죠. 나머지 분들은 아직 특별히 결정을 내리거나 하지는 않으신 것 같지만, 약간 한 쪽에 쏠려 있을 수도 있겠고요. 임재범 씨는 원래 안철수 쪽에 마음이 가 있었던 것으로 알았는데 잘못 알았군요. (웃음)

임재범 : 예전엔 막연히 얘기를 했었는데, 이제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지지를 (문재인으로) 결정하게 된 거죠. 왜 그렇게 됐냐고 물어보고 그러겠네? 다른 게 아니고 선거전이 돌아가면서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건 개인적인 결정이잖아요. 전 개인적으로 노동 문제를 가장 중시해요. 후보들 발언, 정책 나오는 것을 죽 봤는데, 박근혜는 아닌 것 같고, 참신하고 뭔가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처음엔 안철수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맞죠. 고해성사하는 것도 아닌데.(웃음) 디테일하게 가는데 노동 문제로 들어가니까 안 후보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왔어요. 그게 제일 결정적인 거였어요. 문 후보는 아주 전문적인 내용으로도 바로 토론을 해도 될 정도로 깊이 있게 알더라고요. 노동을 깊이 안다는 것,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동은 단순히 노사관계 문제라기보단, 사람의 문제잖아요. 먹고 사는 문제, 민생의 문제죠. 그래서 저는 문재인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새벽 : 두 후보 모두 노동 정책이 빈약하다는 평가도 있던데요.

임재범 : 부족하다는 보도가 있었죠. 디테일하게 들어가보니, 얘기가 좀 통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말이 좀 되고. 지금도 노동 쪽에서 보면, 내용이 굉장히 디테일해요. 참여연대에서 최저임금 가지고 평가했을 때도 좋게 나왔고.

이태권 : 안철수도 노동 정책이 보강이 됐다고 봐요. 물론 당에서 하는 것과 비교하면 역량이 떨어질 수 있죠. 그러나 안철수는 노동을 좀 다각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 같아요.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봐요.

임재범 : 제가 결정적으로 봤던 게 (안철수는) 노동자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더라고요.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처럼 보인다는 거죠. 이게 무슨 소리인가.(웃음) 그건 노동이라는 말의 역사성을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 한국노총에 가서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의 날로 바꾸고, 매년 행사에 참석하겠다. 이런 얘기를 해서 좀 바뀌긴 했구나 생각은 들더라고요. 공부를 좀 했구나 하는 느낌. (웃음)

프레시안 : 이태권 씨는 왜 안철수 지지로 마음을 굳히게 됐나요?

이태권 : 솔직히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문재인 보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문재인이 되면 정권 교체를 하는 의미가 있겠는데, 안철수가 되면 그 효과라는 게 있잖아요. 한국 정치를 쇄신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안철수 현상'의 입장에서 여전히 보는 거죠. 실제로 대통령 직을 수행한다고 보면 지금 부족한 것이 많겠지만, 학습 능력이 빠르고, 상황 주도 능력은 좋은 것 같아요. 제 3후보가 조직도 없이 힘든데, '꼼수'라는 얘기까지 들었지만 여기까지 끌고 온 것, 그것만 해도 뛰어나다고 봤어요. 어떤 '현상'을 만드는 것은 안철수가 할 수 있는 것이죠. 만약 당선되면 새누리당 포함한 정계 개편이 되지 않겠어요? 정치판을 흔들기 위해서는 안철수가 되는 것이 맞다고 보는 거죠. 정책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제가 예전에 주장을 해왔던 것인데, 수평적 네트워크 체제를 중점으로 두고 있어요. 그런데 집권 후에 이것을 운영할 할 때 어떨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임기 내내 실험을 해야 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 사회, 한국 정치 전반에 쇄신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임재범 : 저도 그런 비슷한 부분을 느끼는 게,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박근혜에 아무도 대항마가 못 됐잖아요. 굉장히 답답했었죠. 민주당은 자기들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들이 됐고, 총선 때도 그랬잖아요. 그런데 안철수가 부상하면서 희망을 줬어요. 저는 처음에 걱정했던 게 안철수가 바람을 일으켜서 박근혜와 손잡으면 어떡하지?(웃음) 그런데 어찌됐든 박근혜 독주를 막는데 안철수 현상이 굉장히 역할을 많이 했다고 봐요. 그것은 국민들 전체에서 봤을 때 기쁜 일이예요. 박근혜를 어떻게 꺾을 수 있을까 답답했는데 가능성을 보여준 거죠. 그건 정말 큰일을 했다고 봐요.

프레시안 :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칭찬하네요.

임재범 : 저는 대선이 재밌게 됐다고 봐요. 이명박-정동영처럼 갈까 걱정했는데, 그게 깨졌죠.

프레시안 : 송새벽 씨는 마음 정하셨어요?

송새벽 : 고민 중이네요. 원래 안철수가 안 나오고 그냥 '멘토'로 있어주길 바랐던 사람인데. 안철수가 정치판에 등장해서 욕 먹지 않기를 바랐던 마음이 있었고, 그게 아직도 망설이는 요인이 되는 것 같아요.

이태권 : 안철수, 엄청나게 욕 먹고 있어요. (웃음)

송새벽 : 정치인 안철수가 아니라, 사회에 좋은 말을 많이 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는데요. 과거에도 그렇게 말했죠. 그런데 신문을 보면서 그래도 만약 안철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대한민국 정치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좀 판을 흔드는 역할을 해도 좋겠고요. 어찌됐든 둘이 합쳐서 하는 게 맞다고 봐요. 합치는 과정에서 '누구를 선택해라' 하면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알아서 결정해서 한 명이 되면 좋겠어요.

프레시안 : 안 합쳐질 수도 있잖아요?

송새벽 : 안 합쳐져요? 선거를 해야 되나? (웃음) 둘 다 싫지는 않아요. 지금도 호감은 안철수에게 있어요. 문재인의 경우는 처음에는 그렇게 봤어요. 비서실장 이미지가 강하니까. 앞에서 리더로 나서는 게 좀 걱정스럽게 생각했는데, 최근에 하는 것 보면, 좀 멋있는 것 같아요. 슬슬 리더가 되는 것 같아요.

프레시안 : 따지고 보면 문재인도 정치 경험이 없었던 사람이죠. 정치 안하겠다고 한 사람을 끄집어낸 것인데.

이태권 : 문재인은 장악력이 좀 약한 것 같아요. 안철수는 노무현처럼 연설을 잘한다. 이런 것은 없는데, 그래도 후보 본인이 뭔가 컨트롤하는 모습이 있어요. 그런데 문재인은 과연 자기 측근 그룹을 컨트롤하는 사람인가, 의심이 좀 들어요. 이런 데 대해서 아직 믿음을 못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문재인 지지율 왜 오를까...맏형론? 조직력?

프레시안 : 최근에는 문재인 지지율이 오르는 게 조금씩 보여요. 물론 일부 여론조사지만.

이태권 : 안철수가 지지율을 그렇게 유지하는 게 이상한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권위에 약하고 그런 게 있잖아요. 그런데 되게 많이 왔다. (안철수 지지율이) 사상누각이 아니라는 느낌이 오히려 드는 거죠. 최근에 '맏형론'이 (문재인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좀 미친 것 같고.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이 좀 이상해요. 과거에 비해 (안철수 지지율이) 너무 많이 떨어지는 거죠. 의도적으로 조작을 하는 건 아니라고 보지만, 전체적으로 당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동원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추정인데, 민주당은 아니라고 하지만, 민주당원들 호남에서 차 사고 난 것을 보면, 조직이 막 움직이고 있는 것은 맞는 것 아닌가요.

프레시안 : 특별히 여론조사 흐름이 뒤바뀔 일이 없었는데,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지지율이 올라가더라고요. 궁금해서 물어보면, 문재인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안철수가 기대에 못 미쳐서 그런 것 아니냐. 그런데 그것만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누구로 단일화가 될 것 같을까. 가장 관심이 많은 주제인데요.

임재범 : 단일화는 하겠죠.

이태권 : 정권 교체가 시급하다는 게 대다수의 생각인데, 문재인 쪽에는 굉장히 호전적인 지지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임재범 : 제가 보기에는 반대인데.

프레시안
: 양쪽 다 있죠.

이태권 : 제가 보기엔 결이 좀 달라요. 문재인 지지자는 여러 번의 선거에 직접 참여해 온 뿌리 깊은 역사들이 있죠. 조금 멀리 가면 노사모부터 시작하는 건데, 안철수 지지자들은 조금 달라요. 제가 어떤 안철수 지지자를 만났어요. 20대인데, 자기는 안철수로 단일화 안 되면 박근혜를 찍겠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새누리당을 지지했고, 집안이 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인데, 여기까지 온 거예요. (안철수 지지자들 중엔) 정치적 무관심층이었던 사람, 심지어 새누리당 지지자였던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기존 정당이 다 싫고, 민주당도 싫어서 온 것이거든요. 내가 왜 민주당을 찍어야 하느냐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한예슬 : 그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안철수라는 콘텐츠에 젊은 사람들이 익숙한데다, 정치판에 무관심했거나 회의적이었거나 실망했던 사람들이 (안철수라는) 개인으로 한국 정치가 바뀔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안철수가 기존 판을 바꿨다는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본 거죠.

임재범 :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를 찍을 건 아니잖아요.

이태권 : 아뇨. 그게 섞여 있어요. 제가 놀랐던 게, 우리 모임이 하나 있는데, 그 사람들 중 야권 성향이었던 사람들은 '문재인 되면 문재인 찍어야지' 하는데, 그 20대 친구는 단일화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도 화를 내더라고요. 안되면 투표를 포기한다는 게 아니라 박근혜를 찍겠다는 거죠. 문재인 책은 있는지도 모르고, 안철수 책은 다 읽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어찌됐든 민주당이 더 싫다는 거예요. 저도 놀랐어요. 안철수 지지자들의 스펙트럼이 그렇다는 거죠. 그게 '극성 지지자'들의 결이 다르다는 것의 의미예요.

프레시안 : '팬덤' 같은 거네요. 그래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좋아는 하지만 투표장에는 적극적으로 나가는 사람들일까 하는 의구심은 좀 들죠.

한예슬 : 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만약 정치판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들은 (투표장에) 아예 안 나갔겠죠. 팬덤이고, 의리라고 생각해서 그게 투표장으로 나가는 동인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이태권 : 안철수가 '한국 정치를 쇄신해야겠다' 하는 것으로 팬덤을 몰고 간 것은 잘한 것 같아요. 한국 정치 역사상 정치 쇄신이 메인 이슈로 된 적은 없었잖아요. '나 안철수 팬이예요' 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정치 쇄신'이라는 명분을 준 거예요. 그래서 안철수 지지자들 결기가 넘치는 거죠.

임재범 : 안철수가 복지, 경제민주화에서 '정치 쇄신'으로 흐름을 바꿨죠. 정치 무관심층이 살아나면서 대선을 재밌는 쪽으로 가져가는 게 안철수가 한 역할이죠.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 역할만 해도 굉장히 잘 했다는 거죠. 이명박 정부 처음 들어올 때는 잘 몰랐죠. 김대중, 노무현 시절도 개인적으로 짜증나는 시대였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오고 겪어보니까, 아, 그 때가 나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명박에서 박근혜라니. 이명박이 뉴라이트 스타일이라면 박근혜는 군부독재, 민정당, 공화당 스타일인데, 더 갑갑한 거예요. 민주당이 잘 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지금 민주당이 과거 구 민주당 사람들, 그리고 시민사회, 그리고 노동계 일부 이런 게 섞여서 통합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예요. 안철수의 쇄신 요구로 민주당이 인적쇄신으로 밀고 가게 됐잖아요. 친노 9인 사퇴, 이해찬 지도부 전원 사퇴. 그 쪽으로 갔는데, 제가 보니까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부글부글 끓는 사람들이 많아요. 문재인 지지자들 중에서요.

프레시안 : 남의 당에 이래라 저래라 한다?

임재범 : 그렇죠.

프레시안 : 안철수로 단일화되면 그 '부글부글 끓는' 사람들이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임재범 :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민주당 사람들, 대체로 투표하면 다 투표장에 나가는 사람들이에요. 나가면 어떡하든 (야권을) 찍어요. 그렇다고 해도,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거죠. 친노 세력이 특히 그렇겠죠. 소수의 극성 지지자들이요. 요즘 문재인이 '대인배'라는 얘기 많잖아요. 그런 것들이 자꾸 퍼지면서 역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 아닌가 싶어요.

이태권 : 문재인 캠프가 민주당 경선하면서 재미를 좀 봤잖아요. '룰 양보한다' 이런 식. 그런 게 한국 사람들 정서에 맞는 것 같아요. 원래 그렇다기보다 민주당 경선 때 학습된 것 같기도 하고.

프레시안 :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 노무현도 그랬죠.

임재범 : 저는 어떻게 보면 문재인 지지로 바뀐 사람인데, 문재인 개인은 사람이 좋다, 그런데 주변에서 (안 좋게) 그렇게 만든다는 거죠. 그러나 지금 리더십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정리해나가면서 측근을 통제하는 힘도 커지고, 비서실장에서 리더로 점점 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한예슬 : 저도 문재인에게 그런 느낌은 받았어요. 원래 별로 문재인을 안 좋아했거든요. 문재인을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이 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굉장히 좋은 사람이래요. 술도 잘 마시고. (웃음) 사람은 좋은데 문재인 개인 이미지를 보면, 리더십, 카리스마가 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있었죠.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 아니고 해서 오히려 리더십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했죠. 안빈낙도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하고, 그리고 끌려 나와서, 지금 무거운 짐이 지워졌는데, 주어진 짐을 팽개칠 사람 같지는 않아요. 이제는 그 책임감도 느낄 거고, 책임을 지기 위해 발동을 걸고 있지 않나. 그런 느낌이 들어요. 더 일찍 이런 행보를 했다면 사람이 더 '숙련도'가 높아질 것 같다는 아쉬움도 들고요.

제 주변은 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인데요, 특히 어머니 주위에 박근혜 지지하는 분들은 '이제는 여자가 나와서 할 때가 됐다'고 해요. 할머니들은 '박근혜가 (개인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데' 하는 거죠. 저희 아버지는 새누리당을 지지하셨는데 또 박근혜는 싫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누구 찍으실 거냐'고 하면 말을 안 해주세요.

이태권 : 문재인 리더십 얘기를 조금 더 할게요. 인적 쇄신 했다고 하는데, 사실 그래 보이지는 않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과연 문재인이 당을 장악하고 있나. 하는 의심은 여전히 드는 거죠.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손발 다 자르고 대선 후보가 어떻게 대선을 치르나'라면서 '문재인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와요.

이태권 : 자기 사람 있어야죠. 그런데 백의종군을 해서 돕든가 해야지, 문재인 캠프에서는 여전히 잡음도 있는 것 같고 그래요.

임재범 : 단일화 시작 국면 이후에,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안철수 측이 떼를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 아닌가 해요. 인적 쇄신 요구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단일화 본질과 상관 없을 수 있거든요. 크게 보면 상관 있겠지만 민주당 당원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뽑은 최고위원인데, 너 나가, 너 나가 하는 게 왜 그러느냐'는 거죠. 지지율이 좀 흔들릴 때 그런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친노는 예를 들어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하면, 그렇다면 MB 정부에 있던 사람(이태규)은 괜찮냐 하는 거죠.

이태권 : 제가 봐도 이태규 카드는 별로 실익도 없는 것 같아요.

임재범 : 그런 게 먹히는 거죠. 그런 혼선들을 보면 안철수가 아마추어리즘이 없다고 할 수 없죠.

문재인은 지지자들이 안티고, 안철수는 캠프가 안티다?

이태권 : 제가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적어도 (안철수) 참모들 사이에 알력다툼은 없는 거 같아요. 후보가 조직을 잘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캠프 내 아마추어리즘 관련해서) 요즘 보면, 문재인은 (친노 등 소수 열성) 지지자들이 안티고, 안철수는 캠프가 안티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나네요.

프레시안 : 지금 안철수의 경우 논란을 일으켰던 이슈들은 모두 후보가 제안한 안들이지, 캠프에서 뭘 잘못해서 논란이 되는 경우는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사소한 부분에서도 후보가 좀 흔들리면 결과적으로 더 안 좋아 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태권 : 이를테면 국회의원 정원 축소, 저도 별로 좋은 생각으로 보지 않거든요. 오히려 국회의원 수는 늘리면서 특권을 뺏어야 하는 건데, 저도 '왜 저런 말을 하지' 했는데, 인터넷에는 좋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프레시안 : 그런 류의 제안에 대해 즉자적으론 사람들이 속시원해하지만,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결과적으로 '아마추어리즘'으로 비춰면서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이태권 : 저는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을 한 1000명으로 늘리면 좋겠어요. 그래서 경쟁을 붙이고요.

프레시안 : 국회의원 월급을 절반으로 줄인다. 이런 것이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국회의원 세비가 대중의 공분을 사는 걸로 치면 제일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임재범 :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이 좀 다른데요. 의원정수를 줄인다. 이런 것은 신중하게 봐야 해요. 입법, 행정, 사법부가 있는데, 입법부의 예산이 행정부, 사법부를 견제할만큼 적절한가. 세비가 월급이라고 생각하면 보통 사람들보다 많죠. 일을 하는데 있어 예산이 없어서 할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안 좋은 것이죠. 못하면 못 하는 걸 질책해야지, 그냥 '월급 뺏어'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 것인가요. 그러면 결국 제일 좋은 게 누구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행정부 관료들이에요. 행정부가 강화되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마이너스가 되죠.

이태권 : 동의하는데 일의 선후가 있는 것 같아요. 기존 기득권을 깨줘야 한다는 거죠. 의원 줄이는 것은 반대지만 질서는 좀 흔들려야 해요. 저는 국회의원을 늘리고 특권을 줄여야 한다고 봐요. 그러면 정말 돈 있고 할 일 없어서 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안 하려고 하겠죠.

임재범 : 저는 특혜, 특권 줄이는 게 좋다고 보지만, 자칫 하면 아이 씻긴 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린다고,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어디까지 특혜, 특권으로 봐야 하는지, 잘 살펴서 줄여야죠. 예전에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한 대형 노조에서 '위원장에 당선되면 차가 나오고 기사가 나오는데 다 반납하겠다'고 공약을 해서 당선이 됐어요. 그런데 6개월도 못 갔어요. 넉다운 됐죠. 감당을 못하는 거예요. 조합원 만나고 전국을 돌면서 일해야 하는데, 잠도 모자라고, 나중에 쓰러졌다는 거죠. 그래서 일은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일반 국민들이 '정치인 놈들 다 쓸어버려야 돼' 여기에 편승하면 입법부 권력이 약화되는 거죠.

송새벽 : 국회의원 특혜 줄이고, 월급 깎고 하는 얘기 듣고 생각난 건데요. 효율성 관점에서만 본다고 하면, 어떤 회사에서 이를테면 비용 대비 효율성 문제로 직원들 월급을 줄이려고 해요. 월급을 줄인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부분은 논외로 치죠. 국회의원 얘기를 하니까. 어찌됐든 사람을 부리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 월급을 깎겠다고 했을 때 경영진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죠. 다른 비용을 줄여서라도 직원 월급은 깎지 말자. 왜냐하면 경영진 판단에서는 '그들이 가진 것을 축소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갈굴 수 있는' 무기도 줄이는 것이다' 이런 판단을 때에 따라 할 수 있는 거예요. 줄만큼 주고 요구할 것은 제대로 요구하자는 거죠. 쓸데없는 사람도 분명 있겠죠. 그런 사람들이 제 발로 나가주면 '땡큐'지만 억지로 줄이는 것은 생각보다 머리 아픈 일인 것 같아요. 만약 분위기가 잘못된 쪽으로 흐르면 진짜 필요하는 직원이 그만둬 버리는 경우도 회사에 많잖아요.

프레시안 : 그렇죠. 사람들이 가지는 불신은 국회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인 지도층에 대한 불신이기 때문에 국회만 가지고 볼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임재범 : 저도 국회의원을 대폭 늘려서, 각계각층의 의사가 반영 안 되던 것을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레시안 : 그래서 저는 두 후보의 새정치공동선언 내용이 너무 실망스러워요.

임재범 : 그런데 그 정도만 가도 지금보다 낫지 않아요?

프레시안 : 사실 민감한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하나도 없고 (선언 내용이) 다 추상적이에요.

임재범 : 지금까지 나온 정치개혁과 관련된 추상적인 얘기는 다 합쳐놓은 것 같아요.
ⓒ트위터 이용자 @pencilsound

미지근한 대선 분위기, 문재인-안철수 누구 탓?

프레시안 : 단일화가 이번 주 내로는 될 텐데요. 단일화하기로 하고 중간에 협상 중단되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관심은 있는 것 같은데요. 이전 대선과 비교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조용하다 싶어요.

임재범 : 아직 한 달 남았잖아요.

프레시안 : 그렇긴 한데, 단일화 얘기가 나온 뒤에도 사람들이 한쪽으로 확 쏠리는 현상은 없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임재범 : 매력적인 게 너무 없어요. 저도 그 생각 해봤는데요. 특히 20대와 30대 초반 사람들에게 이번 선거판이 별로 매력적이지가 않은 것 같아요. 세 후보 모두 그래요. 그 매력을 만드는 사람이 아마 될 것 같은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바람을 일으키는 사람이요. 마약에 중독되듯이, 흥분되게 하는 그런 요소가 지금 없어요. 왜 그러지?

이태권 : 그건 후보들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 김대중이 살아 돌아와도 그건 못 해요. 저는 한국 사회가 예능 사회가 됐다고 얘기하곤 하는데요. 너무 자극이 많아졌어요. 정치권에서 하는 것들이 별로 사람들에게 자극이 안 되는 거예요. 예전에 음반시장이 위축됐을 때 사람들은 그게 mp3 때문이라고들 했는데 사실 뒤늦게 밝혀진 게 그게 휴대폰 때문이었거든요. 음반 살 돈이 없었던 거예요. 마찬가지로, 지금의 무관심은 정당의 문제, 정치권의 문제도 있지만 사회 구조가 많이 바뀐 것도 있어요. 과거엔 사실 정치가 일종의 유희였잖아요. DJ-YS 시절에요.

프레시안 : 요즘은 그런 유희를 아이돌을 통해 다 해결하니까.
이태권 : 물론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유희의 측면을 잘 못 주고 있는 건 있죠. 그런데 프랑스 같은 나라는 사실 우리보다 더 그런 현상이 고도화된 나라인데도, 대선은 투표율이 엄청 높잖아요. 결선투표가 있어서 그런 건데, 우리도 그래서 결선투표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해요.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올리기 위해서도 결선투표처럼 흥행력을 높이는 제도를 해야 한다고 봐요.

임재범 : 그게 이번에 나온 문재인-안철수의 정치쇄신안에 들어가 있어요?

프레시안 : 안 들어가 있죠. 사실 그런 게 들어갔어야 하는 건데. 그런데 안철수는 왜 결선투표제 도입은 안 들고 나왔을까요?

임재범 : 사실 결선투표제만 있으면 지금 하는 단일화 이런 건 필요도 없잖아요. 결선투표로 다 할 수 있는데.

프레시안 : 사실 이번에 꼭 도입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피부로 확 느껴질 텐데요. 투표시간 연장처럼 박근혜가 받을 수도 없는 안이니까 여러 면에서 나쁘지 않았을 것 같고요.

이태권 : 이런 것만 봐도, (후보들이 별로) 구체적이지 않아서 사람들이 열광을 안 하는 것 같아요.
후보단일화 어떻게?…이러다 박근혜에 지면?
프레시안 : 자, 다시 단일화로 갑시다. 단일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태권 : 가위 바위 보? (웃음)

임재범 : 오늘 아침에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 측에 단일화 룰을 양보한다니까 안 후보 쪽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안을 내놨는데요, 그 문제 때문에 안철수 지지율은 떨어졌을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왜요?

임재범 : (문재인이) 단일화 방식에 대해 맡긴다고 했으면 어느 정도 말이 되는 안을 가지고 나왔어야하는 거죠. 어떤 사람이 페이스북에 이런 비유를 했더라고요. 엄청 잘 하는 야구 선수가 있었는데 팀을 바꾸면서 '나의 연봉을 구단에 전적으로 위임하겠다'고 하니까 그 구단이 '그래? 그럼 니 연봉은 100원이야'라고 하는 꼴이라고. (일동 웃음) 뭐하자는 거냐는 거죠. 그 방식은 진짜 제가 봐도 말이 안 돼요. 그냥 던져보자고 나온 거라면 공개하지 말았어야죠.

처음엔 안철수가, 뭐랄까 '나는 국민을 믿고 간다'는, 그런 이미지였거든요. 그런데 점점 가면서 '꼼수'랄까, 암튼 머리를 쓰는 게 자꾸 보여요. 전 사실 그런 모습 안 보이기를 바랐거든요. 누가 후보가 되든 그래야 승복하고 갈 텐데, 어느 쪽이든 그런 모습을 보이면 지지자가 조금씩 떨어지죠. 그 사람들이 박근혜로는 안 가겠지만 무당파로 가면서 투표 안 할 확률이 높다고 봐요. 사실 안철수 현상이 정치에 관심 없고, 투표장에 안 갔던 사람들을 끌어냈다는 면에서 엄청나게 큰일을 한 건데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효과까지도 같이 잠식해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럼 누가 후보가 되든 남는 게 뭐가 있죠?

지금도 투표율 대비해보면 박근혜에게 본선에서 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진짜 지면요? 상상하기도 싫어요. 이번 단일화나 후보 구도는 역대 단일화와는 성격이 다르잖아요. DJP 연합은 공화당의 후예인 김종필과 독재에 저항했던 김대중이 심하게 말하면 '야합'을 한 거고, 정몽준과 노무현도 정치철학이나 이념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런데 안철수랑 문재인은 얘기가 되죠. 큰 틀에서 바뀌길 원하고 개혁을 원하는 것이 비슷해죠. 누가 되든 대선을 치러 당선이 되면, 이 체제는 굉장히 오래 갈 것 같아요. 최소 10년~15년은 이 구도가 지속된다는 거죠. 그 전 역사에서는 DJP 연합만 봐 왔고, 그 전에도 김영삼이 3당 합당으로 생뚱맞은 애들한테 기어 들어가서 대통령 했는데, 이번에 정권을 잡으면 사람들이 자신감을 엄청 가질 수 있다 싶어요.

프레시안 : 이번 대선을 이기면 처음으로 민주진보자유주의세력이 자력으로 이긴 선거가 되는거죠.

임재범 : 그렇죠. 그런 면에서 더 잘해야 하는데, 안타까운 건 좀 있어요. 안철수 지지율이 빠지면 최소한 그 숫자 이상은 문재인이 올라가야하는데 같이 조금씩 빠져요. 그 수가 무당파로 가는 거예요.

이태권 : 박근혜가 오히려 올라갔죠.

임재범 : 그게 저는 참 안타깝더라고요.

프레시안 : 송새벽 씨 주변에서는 어떤 얘기들을 많이 해요? 단일화 방식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송새벽 : 주변은 사실 단일화 협상 자체는 크게 관심은 없어요. 단일화 되면 보자, 그런 반응들이 많죠. 단일화 되면 누가 후보가 되던지 찍겠다는 회사 사람들이 전보다는 확실히 많아졌어요. 그리고 전보다 문재인의 카리스마가 보인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요. 전라도도 좀 분위기가 바뀌었잖아요. 안철수가 자꾸 민주당 원래 있던 사람들을 구태로 모는 것 같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심리가 발동해서 그런 것 같아요.

프레시안 : 호남 사람들이 친노를 싫어하는 것이, 노무현 정부에서 호남을 홀대했던 것도 있지만 친노들이 호남 사람들을 무시한 이유도 커요. 마치 구태의 상징인 것처럼 깔보고 그랬죠. 그런데 호남 사람들이 볼 때는, 안철수가 처음에는 신선했는데 점점 친노처럼 자기들을 청산해야 할 구태로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호남에서 안철수와 문재인 지지율이 역전되는 현상에는 그 이유가 크지 않나 싶어요.

이태권 : SNS 보니까, 어제까지는 안철수가 약간 더 불리했는데 오늘 오후부터는 좀 팽팽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안철수가 오늘 기자협회인가요, TV토론을 잘했다면서요.

프레시안 : 내일 TV토론이 중요하겠네요.

이태권 : 전 안철수가 잘할 것 같아요.

임재범 : 나는 문재인.

이태권 : 유시민은 말을 잘 해도 나와서 그걸 까먹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런데 안철수는 그런 식은 아니니까요. 그건 문재인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TV토론이 전형적인 쇼니까요. 감성적인 면을 얼마나 자극하느냐도 큰 변수죠.

프레시안 : 2002년에 비해 지금은 소셜미디어 등 후보들의 소식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많다보니 그때처럼 TV토론의 영향력이 막강할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지난해에 박원순-나경원 서울시장 선거 때도, 박원순이 TV토론은 정말 못 했잖아요. 거의 완패였어요. 그런데 지지율 변화에 별 영향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임재범 : (박원순은) 얼굴이 불쌍하게 생겼잖아요. (일동 웃음) 그러니까 결국 감성이라니까.

이태권 : 아니, 그때도 TV토론이 제 주변에선 영향력이 컸어요. 처음에 박원순이 엄청 여유 있다가 TV 토론 '개판' 치고 지지율이 많이 떨어져서 위기였어요. 그러다가 안철수가 다시 편지 쓰고 그러면서 반전시킨 거지. (나경원의) 1억 피부과도 터지고요. TV토론 영향력 되게 컸어요. 사람들이 다들 '박원순이 저 정도였나' 막 그랬어요.

프레시안 : 게다가 이번에는 TV토론을 여러 번 한 것도 아니고 처음 하는 거니까 관심들이 많겠죠. 그런데 여론조사만으로 단일화해도 될까요?

이태권 : 저는 안 될 것 같아요. TV토론 후 배심원 평가 이런 장치가 있긴 해야 할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여론조사보다 담판이 낫지 않냐는 얘기들은 주변에 없어요? 데이터 놓고 담판하라는 얘기도 있고요.

일동 : 그게 무슨 담판이에요. 그건 여론조사지!

임재범 : 담판으로 하면 새누리당의 공격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요? '이면합의 공개하라'부터 시작해서…. '권력 나눠먹기 아니냐' 등등. 그렇게 되면 오히려 불리해요. 어느 정도는 먹혀들 거거든요.

이태권 : 그런데 저는 87년 대선이랑 다르게, 하나의 가정인데요. 둘이 만약 단일화를 못 한다고 해도 유권자들이 스스로 SNS를 통해 누구한테 몰아주기도 가능할 것 같아요. 셋 다 나가더라도 87년이랑은 다를 수 있는 거죠.

임재범 : 단일화는 사실상 경선의 성격을 띠고 있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여론조사는 위험할 것 같아요.

이태권 : 사실 지금은 흔쾌히 승복하느냐의 문제가 남은 거지, 감동적인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것 같아요. 그건 민주당의 패착이었다고 봐요. 단일화 얘기를 너무 일찍부터 너무 많이 했어요. 새누리당과 전선을 치면서 같이 왔었어야 하는 건데, 후보 되자마자 단일화, 단일화 했잖아요.

프레시안 : 민주당이 이기기 위한 전략이었을 수도 있잖아요.

송새벽 : 딱 보기에도 '민주당이 뭔가에 쫓기고 있나' 그런 느낌이 들었었어요.
오세훈이 한국 정치에 정말 기여를 많이 했네!

이태권 : 선거가 정치적 홍보의 기회인데, 단일화 말만 하고 실제로는 지금 또 된 것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선거가 더 재미없어졌고요. 선거법 영향도 크지만요. 미국처럼 뭔가 엔터테인먼트처럼 뭔가 줄 수 있는 게 있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규제가 너무 심해요.

임재범 : 그래도 SNS는 그나마 열렸으니 다행이죠. 돈은 묶고 입을 열어야 하는데 입도 묶어버렸어요. 오세훈이 참 기여를 많이 했어.

이태권 : 오세훈만큼 한국 정치에 기여를 많이 한 사람도 없어요. (일동 웃음) 사실 캠프는 돈을 좀 많이 쓰긴 해야 해요. 미국처럼 뭔가 많이 해야죠.

프레시안 : 안철수 후보님은 선거비용을 줄여야한다고 그러시는데요?

이태권 : 포퓰리즘이죠. 할 게 없잖아요. 전술적으로 얼마나 좋아요. 딴 애들은 돈 쓸 수밖에 없는 거대조직인데 안철수는 아니니까 그런 얘기를 하기가 좋죠. 사람도 없고 조직도 없고 돈을 쓸래야 쓸 수도 없으니까, 손해될 게 없는 얘기잖아요. 그건 정상적인 걸로 나온 얘긴 아닌 것 같아요. 정상적인 발상이라면 좀 풀어놔야죠.
ⓒ연합뉴스

여자의 육감, 단일후보는 안철수, 대통령은 박근혜? 으악!

프레시안 : 자, 다시 단일화 얘기로 돌아가서요. 방법은 그렇고, 누가 될까요? 본인의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송새벽 : 안철수가 될 것 같아요. 바람과는 상관없이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TV토론이 파급 효과가 크니까, 뒤집을 것 같아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박원순-나경원 때 박원순이 KO패 당했지만 영향을 못 미쳤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까 이태권 씨가 미쳤다고 하시니까 그렇다면, 내일 모레 뒤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이태권 : 그냥 이대로 가면 문재인이 이길 것 같아요. 그런데 안철수가 카드 하나 던질 것 같아요. 민주당 입당이든 뭐든 만지작거리는 카드가 있지 않을까요? 입당을 하진 않더라도 던질 수는 있잖아요. 그런 게 없다면 객관적으로는 문재인이 유리한 상황이죠.

임재범 : 지각을 뒤흔들 큰 뭔가가 나와 주면…. 이번에 협상 중단은 제가 볼 때는 굉장히 큰 이벤트였어요. 관심 없던 사람들이 위기감이 엄청 생겼거든요.

이태권 : 협상 중단이 문재인 입장에서는 손해될 게 전혀 없었어요. 지지율도 올라갔죠. 관심도 많이 받았죠. 하여튼, 그런 카드가 뭔가 나오지 않을까요?

한예슬 : 저는 육감을 믿거든요. 완전히 그냥 육감인데요.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대통령은 안 될 것 같아요.

임재범 : 으악, 끔찍해요!

프레시안 : 진짜 그렇게 되면 제 인생 상담도 좀 부탁드려요. (일동 웃음)

임재범 : 저는 비슷한 생각인데, 이대로 죽 가면, 여러 추이를 볼 때 문재인이 단일후보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있어요.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현상을 까먹고 본선을 치렀을 때 과연 박근혜를 깰 수 있을까, 걱정이 돼요. 저는 문재인이 됐으면 좋겠는데, 그와 별도로 누구든 한 번쯤 판을 더 크게 흔들었으면 해요. 그래야 박근혜를 꺾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될 것 같아요.

이태권 : 그런데 박근혜를 꺾으려면 대체 어떤 시나리오가 필요할까요?

임재범 : 박근혜의 이미지는 연세 많은 사람들에게는 '불쌍한 사람'이죠. 박정희의 화신인 건데, 거꾸로 얘기하면 미래비전 면에서는 굉장히 약해요. 어떻게 하겠다가 없죠. 그러니까 거기에 대적하려면, 당장 내년부터, 3년 뒤, 5년 뒤에는 이런 방향으로 가도록 하겠다고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하면 어떨까 싶어요. 20~30대를 투표장으로 확실히 끌어낼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겠죠.

이태권 :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인지가 궁금해요. 둘 다 나가면 거의 지는 건 100% 확실한 거고….

한예슬 : 안철수가 그냥 민주당 입당에서 하면 저는 될 것 같아요.

이태권 :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되는데 민주당에 입당해서 선거를 치르면 박근혜를 이길 것 같다?

한예슬 : 아뇨. 육감으로는 박근혜를 이길 것 같지는 않아요. (일동 웃음) 제 얘기는 그냥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임재범 : 거꾸로 박근혜도 본게임에 가면 판을 뒤흔들려고 하지 않을까요? 예전에 박근혜 보면 면도칼이라던가, 천막당사라던가, 대전은요 라던가 그런 사건이 항상 있었거든요. 상황을 뭔가 돌파해나가는 능력이요. 그게 박근혜의 장점이거든요. 다들 패닉 상태에 있을 때 박근혜가 뭔가 사건을 일으켜 '나를 따르라'고 하는.

프레시안 : 단일화 이후 국면에 내놓으려고 뭔가 준비하고 있을 수 있겠군요.

한예슬 : 네 맞아요. 아직은 드라마의 고점을 찍고 있지 않아요.

임재범 : 뭔가 들고 나올 거예요. '나 사회주의자야' 할지도 몰라. (웃음)

이태권 : 그런데 보통 그녀가 선거 때 그런 담론적인 카드는 안 쓰잖아요. 감성적인 것을 많이 쓰죠. 총선 때도 저쪽을 패륜집단으로 몰아간다거나 등. 휠체어 탈지도 몰라요.

임재범 : 30일 내에 분명히 박근혜도 판을 한 번 흔들 것이고, 이쪽에서도 흔들면서 지지를 확 끌어당겨야 할 텐데.

프레시안 : 그렇다면 결국 단일 후보가 결정되면 그때 다시 원점이라는 얘기네요.

임재범 : 그렇죠. 리셋이죠.

이태권 : 문재인이 후보가 되면 실패한 노무현 정부를 뒤집어 씌울 테고, 안철수가 되면 다시 뭘 꺼내겠죠. 딱지 아파트 등.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각각 됐을 때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요.

송새벽 : 하늘에 맡겨야죠.

프레시안 : 단일후보가 되면 그 자체로 지지율이 확 올라갈까요?

이태권 : 글쎄요. 아까도 말했지만 문재인이 되면 안철수 지지자 중에 20대가 상당수 안 옮겨갈 가능성이 있어요.

프레시안 : 하긴 문재인 후보도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고 나서도 바로는 지지율이 안 올랐죠.

임재범 : 안철수가 바로 출마선언을 하는 바람에 컨벤션효과를 제대로 못 누렸죠. 광주전남 경선 때는 금태섭이 기자회견을 하고. 항상 그랬어요. 내가 문재인이었으면 진짜 화났을 거야. (웃음)

이태권 : 문재인은 안철수 뿐만 아니라 안철수 지지자를 끌어당기기 위한 액션을 제대로 취해야한다 싶어요. 반대의 경우보다 더 각별하게 공을 들여야 해요. 선대위를 완전히 다시 꾸려야 할지도 몰라요. 노무현 때는 정몽준이랑 단일화가 된 것 자체만으로 이기고 들어갔던 거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그때랑은 다르니까요.

한예슬 : 지지자들 끌어당기는 것이 그때보다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문재인 지지자를 끌어오는 것은 쉽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엄청 어려운 일이죠. 제 친구들은 정치 무관심자가 많지만, 주변 어른들은 안철수한테 호감 가지는 사람도 많은데 당이 없다는 것이 너무 큰 핸디캡이거든요. 여자 대통령에 대한 열망은 아줌마들이 주로 많고요, 동네 미용실에서 수다 떠는 아줌마들이요. 반대로 박근혜를 스마트하게 보지 않고 거부감 가진 어른들도 꽤 있어요. 그런데 안철수한테는 무소속이라는 것이 약점인 거죠. 안철수한테 그런 거부감이 강하다고 볼 때, 안철수가 입당한다고 하면 시나리오가 많이 달라질 것 같아요.

이태권 : 안철수가 입당하는 데 그쳐선 안 되고, 입당 하더라도 민주당 개혁 프로그램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대선 후 민주당 리셋 프로그램 이런 것을 가동하겠다는 약속을 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자기 지지자도 떨어져 나갈 걸요. 단일후보 되면 박지원이랑 같이 호남 훑어야하는데 그때 안철수의 초기 지지자들이 오히려 시들해질 수도 있어요. 결국 안철수도 정치권에 저런 식으로 포섭돼 가는구나 하면서.

한예슬 : 단일화가 말이 쉽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을 수 있거든요. 특히 안철수랑 문재인은 색채가 강렬하게 달라요. 말만 단일화가 되고 실제로 하나로 합쳐졌을 때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을까 싶어요.

이태권 : 안-문은 더 심각하게 '포스트 단일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거 없으면 단일화 해도 질 걸요. 또 저의 지지 여부를 떠나서 정치 공학적으로 표계산 해 보면 안철수로 되는 것이 더 유리하고요.

문재인이 되면 안철수가 굉장히 열심히 선거운동 해줘야하는데, 제가 볼 때는 안철수가 그런 성격도 아닌 것 같아요. 자기가 본인의 행동에 책임 못 진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안철수는.

송새벽 : 저나 제 주변 사람들은 정치 잘 모르지만 당연히 단일화가 되면 한 명이 후보가 되고 나머지 한 명은 100% 서포트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1분 전까지요. 그런데 태권 씨 말을 들으니 '멘붕(멘탈붕괴)'이 오네요. (일동 웃음)

한예슬 : 이건 딴 얘긴데요. 안철수는 다음 대통령이 될 것 같아요, 이번 말고. (일동 웃음)

임재범 : 이번에는 박근혜가 되고요?

한예슬 : 죄송하지만 웬지 그럴 것 같아요.

프레시안 : 한국 정치에서 대선에서 한 번 떨어진 사람이 다시 후보로 나와 대통령이 되는 건 정말 힘든 거거든요.

임재범 : DJ 있죠. YS도 있고요. 딱 거기까지죠.

프레시안 : 새벽 씨는 진짜 '멘붕'인가봐요. (일동 웃음) 사실 둘 중에 문재인이 좀 더 적극적으로 상대 후보를 도와줄 것 같긴 해요. 다만 안철수가 되면 선거법 때문에 당이 개입하긴 어렵겠죠.

이태권 : 아우, 왜 이렇게 국민들을 힘들게 해? (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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