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가 뿌옇게 하늘을 뒤덮으면서 한국사회에서 에너지 전환 회의론의 실체가 다시 한 번 드러나고 있다. 먼저 탈원전 회의론자들은 미세먼지로 숨 막히는 상황을 탈원전 정책 철회의 지렛대로 삼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원자력계와 자유한국당 등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탈원전 회의론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이 가세하면서 크게 이슈가 되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자신은 탈원전 회의론자가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는 장기적인 탈원전 정책을 부정하지 않으며, "언젠가는 그렇게 할거야"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 방안, 즉 노후 석탄화력발전의 퇴출과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의 교환은 원자력계의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원자력계 역시 "언젠가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주장하며 실질적인 전환을 저지해왔다. 또한 원전 산업생태계를 유지해서 원전 수출을 지원해야한다는 송영길 의원의 주장에는 원전은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것은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탈원전은 시기상조거나 무리라는 탈원전 회의론자들의 주장과 맞닿아있다. 이와 같은 탈원전 회의론은 미세먼지나 기후변화가 심각한 위협이라 말하지만 원전의 안전성과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위험성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합리적 의심이 아닌 특정 이익의 대변에 가깝다. 탈원전 회의론이 원자력계를 향한 "충심"에 불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국내 미세먼지 회의론자들은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성토하기에 바쁘다.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고, 중국은 자국 내 미세먼지 발생량을 더 신속하게 줄여야한다.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 미세먼지 회의론자들의 기대와 달리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외면한 채 중국으로 눈을 돌리면 문제 해결의 길은 더 요원해진다. 단적으로 미세먼지 중 국내 경유차, 화력발전소 등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에 의한 2차 생성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탈원전 회의론과 국내 미세먼지 회의론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치와 경제, 나아가 일상의 변화를 거부한다. 합리적 의심을 표방하며 때때로 진정성을 호소하지만 실상 기득권 보호를 목표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너지 전환 회의론이 제시하는 길은 결국 '기든스의 역설'이 우려하는 길, 즉 예고된 위험을 외면한 채 파국으로 가는 길이다. 따라서 숨쉬기가 답답해질수록 누가, 무엇을 위해 에너지 전환 회의론을 퍼뜨리고 있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탈원전과 탈석탄,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에너지소비 효율화와 수요 관리의 연결이 느슨해질수록 에너지 전환 회의론자들이 파고들 지점이 늘어난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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