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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무너지는 건 한순간"…'북한 달래기' 나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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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무너지는 건 한순간"…'북한 달래기' 나선 까닭 정부 "제재 틀 내에서 금강산·개성공단 추진"
청와대와 정부가 북미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남북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추진하기로 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이 결렬됐지만, 정부는 앞으로 북미가 대화의 끈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두 사업이 더 필요해졌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현 유엔 제재의 틀 안에서도 두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 관계의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을 최대한 찾아 주기 바란다"며 "특히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100분간 이어진 NSC 회의에서 "우리가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더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인 만큼, 북미 모두 인내심을 갖고 대화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을 마련해서 미국과 협의를 준비하겠다"며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 공동선언의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금강산과 개성공단 재개가 제재의 틀 안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 결렬에 따른 추가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

두 사업 재개와 관련해 걸리는 조항은 북한에 대한 '대량 현금 유입'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다. 정부는 이 조항을 우회할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2월 26일 "금강산 관광 사업을 해온 현대아산을 통하지 않고 금강산 관광을 한다면 대량 현금 유입이 아니어서 유엔 제재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려면 북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줘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국내 농업계에서는 현금 대신 쌀 등 현물로 개성공단 임금을 지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1월 11일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미국의 양해를 얻어 두 가지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 폐기 등 새로운 의제를 들고 나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이 결렬된 만큼, 정부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붙들기 위해서라도 두 사업이라는 지렛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앞으로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1.5트랙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스웨덴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의제를 조율했는데, 이를 재가동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이도훈 본부장은 이르면 오는 5일 미국에서 비건 대표를 만나 추후 대책을 논의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미 사이에 핵심 쟁점이 '영변 플러스 알파' 대 '제재 해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이 핵심 쟁점에만 북미 사이의 협상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강경화 장관은 북미 정상이 "북미 연락사무소나 종전선언 등 다른 조치에 대해서는 사실상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하노이 선언' 불발 뒤 본격적인 중재 역할을 모색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첫 단추는 남북 경협 관련 사업에 관한 우회로 찾기 등 전반적으로 '북한 달래기'에 맞춰졌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영변 핵 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며 미국 측 반응과 온도차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반면, 북한은 '새로운 길'을 언급하며 "(미국의) 거래 계산법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최선희 외무성 부상)는 등 궤도 이탈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는 '영변 플러스 알파'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외에 다른 시설'을 언급한 데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특정 시설을 가리키는지, 아니면 포괄적으로 영변 핵 시설에서 더 나아간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대신 "한미는 북한의 특정 시설과 지역에 대해 완벽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있고, 미국과 한국 정보 당국이 북한의 시설에 대해 다 알고 있음을 북한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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