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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희 선거의 시작과 끝, 허선윤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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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은희 선거의 시작과 끝, 허선윤이 함께 했다 [영남공고, 조폭인가 학교인가] 교사 회식 자리에 참석한 강은희 후보

회식 참석 요구는 그날따라 집요했다. 출석체크를 지시하더니 교사들이 다른 길로 새지 않을까 감시했다.

교사 약 100명을 한 식당에 불러 모은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 그가 유난스럽게 행동한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손님이 뒤이어 식당을 찾았다. 그는 전체 교사 앞에서 크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대구시교육청 교육감 예비후보 강은희입니다."

이사장이 교사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고, 강은희 교육감 후보가 연설로 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상황. 강 후보는 불법 선거운동을 의식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어 우연히 지나가다 이 식당에 들렀습니다."

우연히 들렀다는 강 후보의 주장, 믿을 수 있을까? 정말 우연인지, 기획된 사전 선거운동인지 2018년 4월 17일로 돌아가 보자. 교육감선거 등 지방선거를 약 2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이복석(가명) 영남공고 교사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목요산악회(목산) 일정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목산 일정을 알려드립니다. 산행 장소는 청계사 일대, 일시는 2018. 04. 19(목)입니다. 이번 주 목산은 참석여부를 조사해야 합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참석 여부를 오늘 중으로 카톡 부탁드립니다."

목요산악회는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이 교직원 통제 등의 이유로 만든 조직이다. 외적으로는 친목회지만, 실상은 자율성이 없는 조직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태풍이 와도 '넘버 원'이 요구하면 교직원은 산에 가야했다. 빠지면? 질책 등 불이익을 받았다.


▲ 산행 참석 독려 문자. ⓒ셜록

이복석 교사는 유별난 그날의 목요산악회 참여 독려를 이렇게 회고했다.

"다른 날과 달랐어요. 보통은 목요산악회 장소와 시간만 공지를 하는데, 그날은 참석 여부를 미리 파악했어요. '4월 19일 목요산악회는 무조건 필참해야 한다'고 자꾸만 강조했습니다."

카카오톡 메시지가 연이어 도착했다.

"OOO 선생님 참석유무 부탁드립니다. 오늘 퇴근 전까지 조사해달라고 합니다."

"선생님들, 이번 주 목산 참석유무 조사한다고 합니다. 톡 보시는 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급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이 교사는 권유에 못 이겨 그날 산행에 참석했다. '밥만 먹고 오자'는 심산이었다. 2018년 4월 19일, 이 교사는 오후 5시 무렵 산행 장소인 대구시 수성구 청계사로 갔다. 집합 장소에 모이자, 목요산악회 총무가 교사 출석체크를 했다.

"참석 인원 파악하겠습니다. 산행은 안 하더라도, 식당에는 꼭 오셔야 합니다."

허선윤 이사장도 청계사에 왔다. 그는 산행하는 교사 중 제일 끝에 섰다.

"허선윤 이사장이 제일 뒤에서 쫓아오는데, 마치 다른 곳으로 새는 교사가 없는지 감시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산에 절반 쯤 올랐을까? 목요산악회 총무는 갑자기 하산을 독촉했다.

"오늘은 꼭 시간 맞춰 식당으로 가야 합니다. 이쯤에서 내려갑시다."

어차피 자율성 없는 조직. 교사들은 산행을 멈추고, 허선윤 이사장이 약 10년간 세금 1억2000만 원을 몰아준, 영남공고에서 급식비리를 일으킨 여성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오후 6시 30분, 식당에는 영남공고 교사 약 100명이 모였다. 참석률은 목요산악회 회원 수 113명 대비 84% 정도였다.

"오늘 무슨 날입니까? 왜 이리 다들 모였습니까?"

이복석 교사는 사정을 몰랐지만, 그때 이미 허선윤 이사장 등 영남공고 교직원 10여 명은 식당 밖 주차장에서 도열한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흰색 스타렉스가 주차장에 들어섰다. 강은희 예비후보와 수행원 두 명이 차에서 내렸다. 강 후보는 허선윤 이사장 등 도열한 교직원과 악수했다. 강 후보는 교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대구시교육청 교육감 예비후보 강은희입니다."

예상 못한 교육감 후보의 등장.

'강은희 때문에 이 많은 교사들을 다 불러 모았구나.'

▲ 식당에 온 당시 강은희 교육감 후보. ⓒ셜록

이복석 교사는 유난했던 산악회 동원 이유를 그때서야 이해했다. 강 후보는 선거법 위반을 의식하며 "우연히 지나가다 들렀다"고 연설에서 말했다. 직접 주차장에서 도열해 강은희 후보를 맞이한 조철종(가명) 교사는 속으로 웃었다.

"저는 산행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높은 분 온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직접 마중도 나갔고요. 그런데 강 후보가 우연히 들렀다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는데... 정말 웃겼죠."

강 후보는 연설로 볼 만한 인사를 하고 교사 모두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악수를 청했다. 허선윤 이사장이 강은희 후보 옆에 서서 거들었다. 강 후보가 떠난 뒤 허선윤 이사장이 조철종 교사에게 말했다.

"니 악수 했나?"
"네, 했습니다."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해라. 니 언제 장관 손 만져보겠나."

조철종 교사 등은 현장에서 '강은희 후보 – 허선윤 이사장'의 불법 선거운동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허선윤이 교사 동원하고, 강은희가 와서 연설도 했습니다. 당연히 불법 선거운동이죠. 그날 많은 선생님들이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허선윤 이사장이 강은희 후보 도우려고 선생님들을 위력으로 불러 모은 거잖아요."

허선윤 이사장과 강은희 교육감의 유착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강은희 후보의 선거운동 시작과 끝에는 항상 허선윤 이사장이 있었다.

작년 6.13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작년 5월 31일, 강은희 후보는 대구 남구 앞산 충혼탑을 찾았다. 이날 허선윤 이사장이 동행했다.

허 이사장은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강은희 후보 캠프에서 지켜봤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TV 카메라에 잡혔다. 민경호(가명) 교사는 그 순간을 이렇게 기억한다.

"개표방송 보다가 까무러칠 뻔 했습니다. 작년 4월에 강은희 후보를 '급식비리 식당'에서 만난 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확신했죠."

강은희 후보는 득표율 40.73%로 대구시교육감으로 당선했다. 민 교사는 당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허 이사장이 강은희 후보 캠프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때가 어느 시점인지 아십니까? 영남공고 감사기간이었습니다. 여러 비리와 갑질 의혹으로 허선윤 이사장은 감사 대상이었구요. 교육감 당선인과 비리 이사장이 함께 있는 걸 보고, '이번 감사는 엉망으로 끝나겠구나'하고 탄식했습니다."

민 교사의 말대로 대구교육청은 작년 5월 말부터 7월까지 영남공고를 감사했다. 민 교사는 강은희 교육감 당선 이후 교육청 감사가 동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강은희 교육감 당선 이전과 이후의 교육청 감사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당선 바로 다음날, 대구교육청 감사실에서 A감사관이 '강은희 교육감이 당선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영남공고 감사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교육청 감사 결과가 모든 걸 설명해 주지 않습니까?"

대구시교육청은 채용 비리 의혹, 임신-출산 방해 등 허선윤 이사장의 여러 문제에 면죄부를 줬다. 김규욱 장학관 술접대, 임신포기 각서 등은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강은희-허선윤의 불법 선거운동 도모에 대해서도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허선윤)이사장이 (강은희) 교육감 후보에게 사전에 모임 여부를 알려주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고, 강제 참석 여부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대구시교육청은 "평소와 달리 산행 및 회식 참석여부를 통보해달라는 다소 강압적인 내용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강은희-허선윤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 강은희 교육감 후보는 작년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 충혼탑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 허선윤 이사장(오른쪽 끝부분)도 함께 했다. ⓒ셜록

대구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셜록>과의 인터뷰에서 “이사장이 1)선거운동을 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2)특히 학교 회의실, 강당 같이 자기 지위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자리에서 교사들을 모아놓고, (예비후보자가) 와서 명함을 돌렸다면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에 위반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알고 있을까?

자신이 불법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는 행위를 한 그 식당이 바로 김규욱 장학관(현 달서공고 교장)이 술접대를 받은, 허선윤 이사장이 여성 교사에게 접대를 강요한 현장이란 걸 말이다.

식당 사장은 학교급식 비리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고, 허선윤 이사장은 그 식당에 세금 1억2000만 원을 몰아줬으며, 영남공고 교사들은 강압적으로 그 식당에 드나든다는 걸, 강은희 교육감은 정말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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