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유승민 "1막 끝났다…황교안 보수통합 의지 판단 불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유승민 "1막 끝났다…황교안 보수통합 의지 판단 불가"

변혁 대표 사임, 보수 통합 속도조절?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즉 유승민계-안철수계 연합세력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이끌던 유승민 의원이 변혁 대표 자리에서 돌연 물러난다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우파 대통합'을 제안한 가운데, 이에 화답했던 유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면서 변혁이 통합 속도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유 의원은 14일 오전 변혁 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변혁'의 1막이 끝났다"며 "오늘을 마지막으로 변혁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오신환 원내대표가 신임 대표를 맡기로 만장일치로 확인했다"며 "오 대표가 변혁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사퇴 배경과 관련해 "신당기획단이 출범하면서 변혁도 새로운 모습, 새로운 각오로 다가가려 한다"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젊은 대표와 공동단장들을 앞세워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권은희·유의동 신당추진기획단 공동단장과 오신환 신임 변혁 대표 3명이 다 70년대생이다. 이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변혁과 신당기획단을 이끌어 주게 된것에 스스로 굉장히 뿌듯한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저희들끼리 그 동안 많은 고민을 하고 상의하고 진통도 일부 겪은 결과가 신당기획단이라 생각한다. 권은희·유의동 의원이 공동단장을 맡아줬고 7명의 청년을 기획위원으로 모시게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 원내대표도 "바른정당-국민의당 통합 때부터 '젊은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일정 정도 물리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다. 젊은 기획단과 함께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걸어가겠다"고 했다. 신당기획단장인 권은희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전원 1978~88년생으로 구성된 기획위원 인선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 의원의 2선 후퇴에 대해 '보수통합 속도 조절'로 보는 풀이가 많다. 당장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도 '황교안 대표에게 보수 통합의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 변혁 대표를 사임한 것이 그 판단과 관계가 있는 것이냐?'라는 질문도 나왔다. 유 의원은 "그런 차원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다"라며 "황 대표가 보수 재건의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는 판단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유 의원의 답변 내용이나 진의와는 별개로, 정치적 상황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그간 변혁 내에서 보수 통합에 대한 스펙트럼은 다양했다. 바른정당계 내에서도 정병국·이혜훈 전 대표 등 다선 중진들은 한국당과의 통합에 비교적 긍정적·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고, 오신환·유의동·지상욱 의원 등 초재선 그룹은 상대적으로 '원칙'을 더 강조했다. 실제로 황 대표의 '우파 대통합' 제안 당일이었던 지난 6일, 초재선 그룹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안철수계는 더 부정적이었다. 이날 유 의원이 간담회에서 '보수 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가자 △헌 집을 헐고 새 집을 짓자)이 변혁의 입장이냐'는 질문이 나온 데 대해 "보수재건 3원칙은 '정치인 유승민' 개인의 생각"이라며 "변혁 내에는 이에 동의하는 사람도 동의 못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 3원칙에 대한 저의 생각은 변함 없지만, 변혁 차원에서 동의를 구하고 합의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한 것은 다분히 안철수계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런 사정을 놓고 보면, 황 대표의 제안에 대해 그날 바로(6일 오후) "보수 재건의 원칙을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겠다", "보수를 근본적으로 재건하는 대화라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힌 유 의원이 그나마 한국당과의 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축인 셈이다. 이는 보수진영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유 의원의 위치와 무관치 않다.

단 유 의원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앞으로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를 그저 관망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변혁 대표로서의 역할은 오늘로 끝나는 것이고, 저도 변혁 소속 국회의원의 한 사람이니 그 역할은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제 황 대표와의 대화는 오신환 신임 대표에게 맡기는 것이냐'는 질문이 두 차례 나온 데 대해 "정해진 게 어디 있겠느냐"며 "(황 대표 측과의 연락 방법이) 정해진 것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 사람과 사람이 연락을 하는데 아무한테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 의원은 그러나 한국당과의 대화를 당장 추진할 뜻은 없음도 시사했다. 그는 "변혁이 한국당과 통합하려고 만든 것도 아니고, 신당기획단을 어렵게 어렵게 출범시켜서 최선을 다하려는 때 아니냐"며 "우리 쪽 사람을 정해서 공식 대화를 공개적으로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황 대표를 겨냥해서 "제가 던진 화두에 대해 보수를 제대로 재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황 대표(에게)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라면 응하겠다'고 했지만 분명한 답을 들은 상태는 아니다"라고도 했다. "제가 그 분의 답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유 의원은 말했다.

유 의원은 한국당 원유철 의원이나 황 대표 측근 등이 변혁과의 대화 과정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데 대해 "다른 당 의원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내가) 자세히 말할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면서도 "어떤 대화든 신뢰가 중요한 것이고, 그 신뢰 위에서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작 한국당의 황 대표는 '공식 기구를 통한 대화' 입장에서 전혀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 의원이 말한 3원칙에 대해 방침이 정해졌느냐'는 질문을 받고 "논의를 해 가야 의견이 모아지는 것"이라며 "앞으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어 "여러 자유 우파 정당·단체들이 여러 얘기를 하는데 잘 모이질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변혁을 주된 논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여러 정당·단체' 중의 하나 정도로 보는 인식이 드러난 발언이다.

황 대표는 또 다른 기자가 '협의가 언제부터 진행되느냐'는 물음에 "협의체를 만들어서 그 협의체에서 논의하고, 그것이 각 당·정치세력의 위쪽(지도부)에 전달돼서 소통을 하는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