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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효율화 투자, 안 해도 너무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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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에너지효율화 투자, 안 해도 너무 안 해 [초록發光] 에너지다소비사업장의 에너지절약 투자비, 전년 대비 10% 감소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00석유환산톤(toe, 이하 톤)이 넘는 에너지다소비 사업장은 매년 에너지 사용량을 신고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이를 모아 에너지 사용량 통계를 발표하는데, 2018년도 에너지사용량 통계 자료가 작년 6월에 나왔다. 자료에 따르면 신고업체 수는 총 4694개로서 전년 대비 0.3% 늘었다. 신고업체 에너지사용량은 전년 대비 5.0%가 증가한 총 1억899만1000톤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국내 최종에너지소비 중 45.8%를 차지하는 양이다. 특히 산업부문의 경우 신고업체의 에너지 사용량이 산업부문 전체의 70.2%나 차지한다.

반면, 에너지절약 투자비는 전년 대비 무려 10.0%나 감소해서 전체 합쳐 1조여 원에 그쳤다. 우리나라 최종에너지소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업체 전부가 한 해에 에너지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 쓴 돈이 1조 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출처: p35, 2018년도 에너지사용량 통계 2019. 6 한국에너지공단

지난 5년 동안의 추이를 살펴보면, 먼저 2000톤 이하이던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00톤을 초과하면서 새로이 에너지다소비 사업장으로 편입되는 업체 수가 산업과 건물부문에서 매년 200개 이상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사용량은 수백만 톤씩 늘어나는 반면, 에너지 절감량은 매년 140여만 톤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 산업과 건물부문이 지출한 투자비는 2014년 1조7000억 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2000억 원가량 줄어들더니 드디어 2018년 1조 원대로 떨어져 버렸다. 더욱 놀랍고 안타까운 것은 산업부문 전체 최종에너지소비의 70.2%나 차지하는 업체들의 투자비 전체가 800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에너지 절약이나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은 도저히 바랄 수 없는 형편이다. 2017년 7억900만 톤을 기록한 우리 배출량, 거기서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부문과 건물부문이 미미한 에너지 효율화 투자를 한 2018년에는 2017년보다 수천만 톤이 늘어났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왜 에너지효율화 투자를 하지 않는가

산업부문이나 건물부문은 왜 에너지효율화에 투자하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게을리할까? 필자가 직접 경험하고,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고민해 본 결과 대체로 이와 같은 까닭이 아닌가 한다.

[에너지효율화 또는 온실가스 감축 투자가 외면 받는 이유]

-왜 해야 함? - 했을 때의 이득을 잘 모르겠고 또 안 했을 때의 불이익이 없는 것 같음.
-설령 해야 한다고 쳐도 돈(여유자금)이나 융자받을 때 필요한 담보 없음.
-돈이 있어도 다른데 써야지 여기에 왜 우선적으로 써야 할지 그 이유를 모르겠음.
-에너지나 온실가스를 다루는 공장의 관련 부서인 에너지팀이나 환경안전팀은 대체로 힘이 없고, 공장에서는 투자 아이템을 이미 다 들고 있지만 임원진을 비롯해서 본사의 힘 있는 사람들(재무팀, 구매팀 등)을 설득하기 너무 어려움.
-에너지비용이 적어서 그걸 투자하면서까지 줄여야 할 이유를 임원진과 본사의 힘 있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고 또 느끼게끔 하기 위해 납득시키는 과정이 너무 힘듦.
-잘 안 되면 책임지라고 하는 통에 실무자나 제안자들이 굳이 욕먹으면서까지 고생해 가면서 우리가 이걸 왜 하고 있을까 하는 회의에 빠짐.
-우리 회사에 접목할 수 있는 효율화 기술이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겠음.
-그 효율화 기술이 우리 공정에 활용 가능하며 적합한지 모르겠음.
-제대로 돌아갈지, 공정에 영향을 주지나 않을지 확신이 서지 않고, 안심해도 된다고 설득하기가 너무 어려움.

대기업의 경우 공장에서 직접 '에너지혁신팀'이나 '에너지T/F'를 상시 운영하면서 에너지 비용절감, 원단위 개선, 신기술 도입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들은 '우리가 우리 회사의 공정을 제일 잘 안다', '개선과 혁신은 현장에서 나온다'는 자부심을 갖고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한 여러 방안들을 도입해서 추진한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본사의 힘 있는 부서로부터 제동이 걸리기 십상이다. "ROI(투자회수기간)가 절대로 3년이 넘으면 안 된다", "돈 쓰면 누가 못 하냐, 돈 들이지 않는 제안을 가져와라", "에너지비용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굳이 줄일 필요 있을까?", "지금 꼭 해야 하는가?"하는 저항에 맞닥뜨린다.

반면 중견·중소기업 이하의 업체들은 이들과 달리 에너지에 투자할 여력도 없고, 에너지 업무 전담 담당자도 드물다. 각자의 공장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며 그 사용량은 적절한지, 더 줄일 곳은 없는지, 어떤 설비와 공정을 어떻게 교체해야 효율이 좋아질지 등 에너지 효율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늘 부족하다.

정부가 나서야

결국 해법은 ①투자의사 결정권이 있는 사람이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②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이 분명하며 ③했을 때 돌아올 혜택이 예측 가능하고 또 충분하며 ④적합한 기술을 잘 알고 있고 ⑤그 기술에 대한 성능이 어느 정도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한다.

따라서 대기업에는 앞으로 낮은 에너지 비용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장기 시그널과 함께 효율화와 온실가스 감축 투자에 나설 적절한 외부 신호가 필요하다. 즉 규제, 인센티브, 향후 에너지 비용 추이 같은 '제도·환경'이 '에너지 효율에 투자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신호가 계속적으로 보내져야 한다. 반면 중소·중견기업들에는 에너지 효율화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

그러므로 정부가 대기업에는 에너지 효율투자가 성공할 수 있는 제도·환경을 만들어 주고 중소·중견기업 및 영세사업자들에게는 직접적인 개입과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런 도움 없이 지금처럼 그대로 방치한다면, 정부가 각종 계획에서 밝힌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는 절대 달성할 수 없다.

*이번 원고를 비롯하여 그 동안 원고작성에 의견을 주시고 자료를 제공해 주신 안산산업경제혁신센터 김성욱 책임연구원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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