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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금강산 부동산 동결 집행…금강산 가는 길에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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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금강산 부동산 동결 집행…금강산 가는 길에 '한파' 면회소 등에 '동결' 스티커 부착, 조선족 관리 인원 추방
금강산 가는 길에 '살얼음'이 얼었다. 북한은 앞서 예고한대로 13일 금강산 관광 지구 내 남측 부동산 일부에 대한 동결 조치를 집행했다. 그동안 구체적인 집행 방법이 밝혀지지 않았던 가운데 이날 동결 조치는 예상됐던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

북측 인원들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두시간 동안 이산가족 면회소, 소방대(이상 남한 정부 소유), 온천장, 문화회관, 면세점(이상 한국관광공사 소유)을 순서대로 돌며 건물들의 열쇠구멍과 출입문에 '동결' 스티커를 붙였다. 스티커는 흰 바탕의 코팅된 A4용지 뒷면에 양면 테이프를 부착한 것으로, '동결'이라는 검정색 글자 위에 금지를 뜻하는 붉은 사선이 그어져 있었다.

이 밖에도 북한은 이산가족 면회소를 위탁 관리하고 있는 6명의 현대아산 근로자 가운데 한국 국적인 2명을 제외한 중국 조선족 근로자 4명에게 24시간 내에 출국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4명의 근로자는 14일 오전 중 남쪽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매우 유감이며,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래 해당 건물들이 사실상 사용되지 않아 동결 전후 상황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특별한 대응 조치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천 대변인은 "상황을 지켜보며 이후의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동결 조치는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소속 인원 등 북측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하고 금강산 사업소에 있는 현대아산 관계자들이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동행한 가운데 치러졌다.

북한이 앞서 이날 9시40분까지 현장에 입회하라고 요구한 해당 부동산 소유자인 정부와 관광공사 측 인원은 모두 불참했다. 정부와 관광공사의 불참에 대해 북측 인원들의 별다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금강산 관광 지구 전경.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된지 1년 만인 2009년 7월에 촬영된 모습이다. ⓒ뉴시스

당장은 미미한 동결 효과

앞서 북한이 말하는 동결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때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서 제기됐던 해석대로 이번 조치는 해당 시설의 통상적인 사용을 제한하는 상징적인 수준에 그쳤다. 단어 자체로도 동결은 사용권을 아예 박탈하는 '몰수'와는 달리 잠정적으로 묶어둔다는 의미로 읽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조치가 앞으로 북한이 꺼내놓을 '금강산 카드'의 신호탄에 불과하다면 얘기가 다르다. 북한이 앞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경고한 내용을 보면 정부, 관광공사 측 부동산 동결에 이어 △현대증권 등 3개 업체 사업권 박탈 및 금강산 출입 불허 △새로운 사업자와의 금강산 관광 재계약 △개성공단 사업 재검토가 뒤따른다.

실제로 9일 오전부터 금강산 지구 내 온천장 정문 앞에 초병 2,3명이 이동 배치됐다는 사실이 13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실질적인 대남압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초병이 온천장 정문 앞에 배치되긴 했지만 그냥 서 있는 정도"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동결 조치 이후의 상황을 계속 지켜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북한이 남북경협에 진전이 안 보일 경우 개성공단 폐쇄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이같은 입장이 한국 정부에도 간접적으로 전달됐다는 사실이 베이징 대북 소식통들에 의해 국내 언론에 보도됐다. 이는 금강산 부동산 동결의 미래가 남북경협 전면 재검토 및 북중 협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남북관계 동결'로 이어지나

남북이 대화를 통해 단계적인 압박을 철회할 수 있는 여지도 분명히 남아있지만, 정부의 대북기조가 여전히 강경한데다 천안함 침몰 사고가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변수로 상승 작용할 경우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남북 양측이 마주 앉아 대화를 하려고 해도 꼬이기 일쑤다. 남측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포함한 '3대 조건'이 전제되어야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북측은 '이미 지난해 8월 현정은 회장의 방북 시 김정일 위원장이 구두로 보장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입장차가 크다.

이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수 있지만 향후 회담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지난 1일 통일부는 "북측에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내용의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일시나 장소의 제시는 없었다. 사실상 북측의 회담 제의를 '기다린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전체적인 대북기조를 고려할 때 금강산 관광 문제가 대화로 풀릴 가능성은 적다"며 "북한이 앞서 밝힌대로 다른 사업자, 즉 중국과 곧 관광 사업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른 대북 전문가도 "이번 동결 조치는 당국 간의 협상을 유도하기 위한 압박 수순인 것으로 해석되지만, 현재 상황에서 남측이 그런 압박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금강산 관광이 파기로 치달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회의에서 "(북한이) 부당한 조치들을 확대 실시해 나갈 경우 남북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보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혀, 남북관계 경색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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