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공천심사에서 배제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황교안 대표를 향해 자신의 '컷오프'를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전 대표가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앞두고 지도부를 상대로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홍 전 대표는 9일 경남 양산을 지역구 내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산을 지역구 후보자 경선에서 자신이 배제된 데 대해 "공천이 아니라 막가는 '막천'"이라며 "이 막천을 황교안 대표가 직접 나서서 바로잡아 달라. 이제는 이것을 바로잡아줄 사람은 황 대표밖에 없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내가) 마지막 출마는 고향에서 하겠다고 하고 내려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고향 출마 불가' 통보에 굴복했다"며 그러나 '김형오 공관위'가 나동연 전 양산시장을 설득해 이 지역구 후보로 내세우려 했다면서 "공작", "협잡"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홍 전 대표는 "나 전 시장에 따르면, (공관위가) 끊임없이 나 전 시장의 출마를 요청·종용했고, 심지어 김형오 위원장이 직접 종용하기도 했고 서울에서 두 사람이 내려와 수 시간 동안 '응모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응모 당일 나 전 시장이 제 측근에게 '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이익이 오니 받아들여야겠다'고 하자, 제 측근이 '(홍 전 대표를) 양산으로 오게 한 사람이 당신인데 당신이 홍 대표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했고, 나 전 시장은 제 측근이 있는 자리에서 김형오 위원장에게 전화해 포기 의사를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나 전 시장에게) '당신 그렇게 안 봤는데'라며 불쾌해 했다고 한다"며 뒷얘기를 폭로했다.

홍 전 대표는 이어 "저는 그 얘기를 듣고 나 전 시장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러 갔는데, 나 전 시장 사무실에 가서 좋게 얘기하고 있는데 김형오 위원장이 제게 전화해 '나동연을 설득해서 응모하게 하지 못하면 당신도 컷오프하겠다. 설득하면 같이 경선을 시켜 주겠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옆에 있던 나 전 시장에게 '저렇게까지 하는데 어쩌겠나. 양해하겠다'고 하니 나 전 시장은 내 손을 꼭 잡으며 '절대 배신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나 전 시장은 서울에 갔다오더니 돌변해서 '이제 경선을 하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주변에 도와달라고 전화를 하더라"며 "저를 양산에 보낸 장본인이 거꾸로 칼을 들이대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으나 묵묵히 경선 준비를 시작했는데, 지난 5일 오후 5시께 김형오 위원장이 전화해 '이번 총선은 쉬어라. 컷오프다'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고 김 위원장을 비난했다.

홍 전 대표는 "당에 25년 헌신하고, 당 대표를 2번 하고, 대선후보까지 하며 당을 구한 저를 지난 40여 일 간 모욕과 수모를 주며 팽개친다는 것은 정치 이전에 인간이 할 도리가 아니다"라며 "이 공천은 원천무효다. 선거도 임박하고 하니 조속히 답을 달라"고 황 대표에게 거듭 요청했다.

다만 홍 전 대표가 이의신청 등의 절차를 통해 공관위에 정식으로 재심을 요청한 게 아니라 황 대표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점, 그러나 현재 통합당 지도부가 공관위 결정사항을 뒤엎은 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보면, 홍 전 대표 또한 황 대표가 최고위를 열어 공관위에 재의를 요구(당규 28호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규정' 제31조에 의거)하기를 기대한다기보다는 탈당의 정치적 명분 쌓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황 대표를 겨냥해 "속이 얼마나 좁은지 한 번 보겠다"거나 "황 대표의 그릇을 보자. 종지만 한지, 아니면 큰 그릇인지를 판단하는 기회가 이번 양산을 공천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달렸다)라고 나는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대표에게 선처를 부탁한다고 하면서도 오히려 그를 자극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홍 전 대표는 또 이날 "300만 당원이 눈에 밟혀 지금은 탈당을 할 수가 없다", "제가 김태호 전 의원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하면서도 황 대표가 자신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에 대해 "그 이후엔 제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 전 대표는 다만 무소속 출마를 하더라도 현재 예비후보 등록을 한 경남 양산을을 떠나 고향인 창녕으로 돌아갈 뜻은 없다고 했다. 그는 "쉬운 길로 가려면 제 고향으로 돌아가면 된다. 나는 선거에 자신이 있다. 밀양·의령·함안·창녕으로 돌아가면 무소속으로도 자신 있다"면서도 "그러나 배지 한번 더 달기 위해서 그런 쉬운 길은 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는 양산으로 나간다"며 "양산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다. 김두관 의원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당의 조건'에 대해 "국민·당원들이 '이런 무도한 짓을 이 사람들이 하고 있으니 (홍준표가) 탈당하는 것은 당연한다'고 납득을 해야 한다"며 "내가 탈당한다고 해서 민주당 가겠나? 탈당해 본들 선거 끝난 직후에 돌아오고 당연히 복당을 한다. 그래서 당원들·국민들이 납득할 때 제가 결행하는 것이 맞겠다"고 언급했다.

무소속 출마를 이미 선언한 김태호 전 지사와의 '무소속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며 "무소속 연대라는 건 당의 결정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 제 문제에 대해서만 얘기할 것이고, 어떤 경우에 처해 불가피하게 무소속 출마를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당의 결정을 전면 부인하는 무소속 연대는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