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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전격 사퇴, 통합당 '혁신공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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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전격 사퇴, 통합당 '혁신공천' 휘청 김종인-최고위 압박에 사퇴로 배수진?
미래통합당에 총선 공천 칼자루를 휘둘렀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전 국회의장)이 13일 오전 돌연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사퇴의 직접적 계기는 서울 강남병 지역 공천에 대한 공관위의 자체적 철회 결정과 이에 대한 책임론이다. 다만 그의 사퇴 시기가 황교안 지도부의 '재심의 요구' 하루 만에 나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해졌던 강남병 김미균 후보에 대해 추천을 철회한다"며 "또한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저는 오늘부로 공관위원장직을 사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가 준비한 발표문은 이 두 문장이 전부였다.

강남병은 공관위가 IT 스타트업 기업 '시지온'의 김미균 대표(34, 여)를 전략공천한 곳이다. 그러나 김 대표가 과거 기업인 시절 SNS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았다며 감사하다는 글을 올린 점 등으로 인해 통합당 지지자들로부터 '친문 인사'라는 비난이 일었고, 신보라 최고위원 등 당 소속 의원들로부터도 비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안 되는것처럼, 우리는 좋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지만 그것이 유권자 취향과 거리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최종적 판단과 책임은 공관위원장인 저에게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공관위원들의 뜻을 다 받들지도 못하고, 거둬들이지도 못하고, 때로는 판단에 실수도 있었던 것 같다"며 "저의 사직을 통해 더욱 더 단결해 보수의 중심 가치를 잘 지켜나가고 국민 지지와 기대를 받는 당으로 커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사퇴한 후 공관위는 이석연 부위원장이 직무대행 체제로 꾸려나갈 예정이라고 공관위원들은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제가 사직하겠다고 말하니 위원들도 거의 전부 '나도 사직하겠다' 해서 제가 말렸다"며 "이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도 "사실 저도 같이 물러났어야 하지만, 공관위가 출발할 때 '혁신 공천'을 10명이 같이 다짐했다. (그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남은 위원들이 끝까지 공천 혁신을 통해 정권의 폭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남기로 했다"고 직무대행 수임 의사를 확인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강남병 공천보다 더 심한 내홍과 반발이 따랐던 영남권 등 타 지역구 공천도 거침없이 밀어부쳤던 김 위원장이 강남병 공천 철회 때문에 사퇴했겠느냐며 의아함을 표하는 시선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우리 공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맡은 일을 꿋꿋이 해나갈 것이고, 개혁·쇄신의 첫 마음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눈에 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서울 강남갑·을은 변동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습니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 부위원장도 직무대행 수락 의사를 밝힌 후 "끝까지 지켜봐 달라. (김형오) 위원장님 뜻을 받들어 끝까지 완성해 내겠다"고 말했다.

강남갑·을은 태영호 전 주영 북한 대사와 최홍 맥쿼리투자자산운용 사장이 각각 공관위로부터 공천을 받은 곳이다. 그러나 강남갑에 대해서는 통합당 선대위원장 영입이 유력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재고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강남을은 전날 당 최고위로부터 재의 요구가 왔으나 공관위가 만장일치로 원안을 가결해 최고위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공관위의 재의 요구의 배경으로도 김종인 전 대표 영입을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결국 공관위 공천에 반발하는 당내 목소리나, '김종인 모시기' 차원 또는 다른 이유에서 최고위 등 당 지도부가 공관위 결정을 흔들려는 시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사퇴로 배수진을 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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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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