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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탄소세' 도입 최종 결정…"기념비적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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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탄소세' 도입 최종 결정…"기념비적인 날" <로이터> "지난 10년 간 가장 큰 경제 개혁 중 하나"
호주 상원이 탄소세 도입을 포함한 '클린 에너지 법'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호주는 수 년에 걸친 탄소세 도입 논란을 마무리지었고 줄리아 길라드 총리는 정치적 모험에 성공했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호주 상원은 8일 찬성 36표 반대 32표로 클린 에너지 법안을 별도의 수정 없이 통과시켰다. 18개 패키지 법안으로 이뤄진 이 법의 핵심은 호주의 500대 탄소 배출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탄소세 부과 대상 기업은 내년 7월부터 탄소 배출 1톤당 23호주달러(약 2만700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2013년에는 톤당 24.15호주달러(약 2만9000원), 2014년에는 25.40호주달러(약 3만 원)로 부담이 더 늘어난다. 호주 정부는 탄소세 부과를 통해 2020년까지 호주 전체 탄소 배출량을 2000년 수준보다 5% 감축하고 2050년까에는 80%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탄소세로 늘어나는 세원 중 92억 호주달러(약 10조6272억 원)는 당장 경쟁력이 약해질 광산·철강업계 등에 한시적 보조금으로 투입되거나 화력발전소 폐쇄에 쓰이고, 일반 노동자에게도 연간 1인당 300호주달러(약 34만6518원) 가량의 세금을 경감해 주는 등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호주 정부는 동시에 석탄 규제가 강화됨으로써 기업들이 천연가스나 신재생 에너지 쪽으로 대규모 투자를 할 것으로 대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호주 탄소세 통과는 지난 10년간 가장 커다란 경제 개혁 중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제17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탄소 배출 제한 움직임에 새로운 추동력을 더해준 표결이었다고 덧붙였다.

호주는 전력 생산의 80%를 석탄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탄소 배출 국가다. 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불과하지만 1인당 배출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는 수년 전부터 석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탄소세 부과 방안이 의회에서 37차례 질의 대상에 오를 정도로 뜨거운 주제였다.

길라드 총리, 탄소세에 건 '정치 도박'에서 일단 승리

탄소세 부과 결정은 그 동안 관련 업계와 야당의 반대, 국민들의 낮은 지지를 무릅쓰고 법안을 추진했던 길라드 총리의 정치적 승리이기도 하다. 길라드 총리는 표결이 끝난 뒤 웨인 스완 부총리 겸 재무장관, 그레그 콤베트 기후변화부 장관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표결은 호주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에 기념비적인 일"이라며 "이로써 호주인들은 미래 청정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길라드 총리는 앞서 광산업 등에 세금을 부과하려다 정치적 반발에 부딪혀 물러난 케빈 러드 전 총리의 뒤를 이어 당선된 후 재임 중 탄소세 도입은 없을 것이라고 공약했지만 올해 7월 법안을 추진하는 쪽으로 말을 바꿨다. 당시 추락하던 지지도를 반전시키기 위한 도박이었지만 자칫 러드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위험한 시도였다.

페니 웡 호주 재정장관이 표결 직후 "최근 역사에서 가장 최악으로 공포를 조장한 캠페인"이라고 술회할 정도로 탄소세 도입에 대한 야당인 자유당과 관련업계의 반발은 거셌다. 호주가 다른 나라보다 앞서 탄소세를 추진하는데 대한 불만과 자칫 경제위기 속에서 경쟁력만 상실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다.

▲ 지난 8월 호주에서 정부의 탄소세 입법 추진에 항의하는 시위 주행을 벌이는 대형 트럭들. ⓒ로이터=뉴시스

정부가 제출한 클린 에너지 법안은 지난달 12일 하원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면서 파란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결국 8일 집권 노동당과 녹색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는 상원에서 통과됨으로써 경제적 이슈에 대한 길라드 총리의 정치력도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야당과 업계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이날 표결 당시 외국 출장 중이었던 토니 애보트 자유당 당수는 성명에서 총리와 노동당이 국민들을 배신했다고 맹비난했다. 자유당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면 탄소세 법안을 폐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다음 총선은 2013년 후반에야 치러지지만, 단 1석 차이로 집권하고 있는 길라드 정부가 보궐 선거 등에서 질 경우 자유당이 내각을 넘겨받을 가능성도 있다.

호주 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를 대표하는 호주기업위원회(BCA)도 자국의 탄소세가 국제 기준에 비해 너무 가혹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탄소 배출 비용이 최소 8.7호주달러(약 1만 원)로 거래되고 있는 점에 비출 때 호주 산업의 경쟁력이 깎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콤베트 기후변화부 장관은 유럽의 경제위기가 극복되면 탄소 배출 비용도 장기적으로 호주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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