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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어도 분쟁과 대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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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어도 분쟁과 대만의 선택 [中國研究性学习] '양다리 외교'의 결과는?
동중국해 남서쪽에 위치한 조어도(釣魚島, 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尖閣))는 중국, 일본, 대만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일본과 중국이 조어도의 영유권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곳의 영유권 분쟁은 1970년대 초부터 표면화되어 온 중일간의 오랜 사안이지만 최근 몇 년 들어 분쟁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촉발된 분쟁의 발단은 이렇다. 조어도는 5개의 무인도와 3개의 암초로 구성된 열도인데, 그 중 3개의 무인도가 쿠니오키 구리하라(栗原國起)라는 일본 기업인의 개인소유로 되어 있다. 올해 4월 극우파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현 도쿄(東京) 도지사)가 도쿄도 차원에서 그 섬들을 매입하겠다는 돌출적인 계획을 밝히면서 갈등이 재발되었다. 결국 일본 정부가 나서 국유화 조치를 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질세라 중국이 조어도를 영해기점으로 삼겠다고 발표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올해로 수교 40주년을 맞은 중일관계는 역설적이게도 이번 분쟁과 함께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러한 중일 양강의 요란한 대립 속에서 대만이 취하고 있는 외교적 스탠스가 우리에게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정부는 이번 분쟁 과정에서 원칙과 실리를 내세우며 적극적인 균형외교의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약소국 외교가 감내해야 할 냉엄한 현실과 한계를 마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중국해 평화구상(東海和平倡議)과 대만의 전략적 선택

마잉주 총통은 지난 8월 5일 조어도 일대 영유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동중국해 평화구상'(東海和平倡議, East Sea Peace Initiative)을 발표했다. 이 평화구상의 전제는 "영토는 분할할 수 없지만 자원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으로,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자원의 공동개발을 제안한 것이다. 마 총통은 평화구상의 구체적 제안으로 5가지 사항(①대립 상황을 높이는 행동을 자제한다. ②분쟁이 될만한 사안은 일단 차치해 두고 대화와 소통을 포기하지 않는다. ③국제법을 준수하고 평화적 방법으로 분쟁을 처리한다. ④컨센서스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며 동중국해에서의 행위규범을 만든다. ⑤메커니즘을 만들어 동중국해의 자원개발에 서로 협력한다)을 촉구했다. 평이하고 모범답안처럼 보이는 이 제안 속에 실은 간단치 않은 전략적 고려가 숨겨져 있다.

평화구상의 내용 속에 조어도가 당연히 중화민국(대만)의 주권 하에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방점은 거기에 찍혀 있지 않다. 지난 8월 20일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마 총통은 조어도가 대만의 부속도서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중국과 협력하여 일본에 대항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즉, 마잉주 총통은 '동중국해 평화구상'의 제시와 후속 발언을 통해 대만이 중국과 다른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동중국해 평화구상'의 전략적 고려는 조어도 분쟁에 있어서 대만이 중국과 분리된 입장을 갖고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대만의 발언권과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 마잉주 총통 집권 후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시장에 크게 의존하면서 대만은 대외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 평화구상은 대만이 균형외교를 회복하고 이를 구체화하려는 제스처이다. 대외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마음을 얻고 중국에 대한 선긋기를 시도한 행보인 것이다. 핵심은 미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강화하려는 데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로의 귀환을 천명하면서 동아시아 각국의 외교는 미국을 어떻게 환대하고 미국과 어떻게 손을 잡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은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협력하면서 안보적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것인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한국, 호주 등 과거의 동맹국들이 소환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만의 마잉주 정부도 타이밍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과의 상호의존성이 깊어짐에 따라 취약해질 수 밖에 없는 안보 문제의 버팀목을 강화하고, 애를 태우고 있는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 등 미국과의 경제협력 강화의 계기로도 삼을 요량으로 예상된다.

청천백일기(青天白日旗) 지우기

지난 8월 15일 홍콩의 민간단체 조어도수호행동위원회(保釣行動委員會)의 활동가들이 조어도 상륙을 감행한 사건이 있었다. 애초에는 중국과 대만의 활동가들도 합류할 계획이었으나 중국과 대만 당국의 불허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홍콩의 활동가들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대만(중화민국) 국기인 청천백일기, 홍콩과 마카오 특구의 상징기를 함께 함께 들고 조어도에 올랐다. 활동가들은 중국과 대만 등 모든 중국인들이 조어도 수호에 있어서 일치단결해야 함을 호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성홍기와 청천백일기가 함께 휘날리는 장면이 사진에 찍혔다. 그런데 다음날 보도에서 중국의 여러 신문들은 당시 사진에서 청천백일기를 오성홍기로 편집하거나 지워버린 채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 당국이 지시했다기보다 언론의 편집 담당자들 스스로 중국을 대표하는 것은 중화인민공화국 하나이며 오성홍기만 나부껴야 한다는 편협한 의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의 네티즌들조차 중국 언론의 실상을 보여주는 일이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하는 등 비판여론이 비등했다.

그렇다면 대만 당국은 어떤 입장이었을까? 대만 당국은 홍콩 활동가들이 청천백일기를 들고 조어도에 오른 행동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보도가 나간 후 대만 외교부 차관이 나서 대만정부에서는 사전에 이러한 정황을 알지 못했고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일임을 미국과 일본 외교 당국에 해명하기 위해 바삐 움직여야 했다. 대만이 조어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절대 협력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였다. 사진 속의 청천백일기를 누가 더 지우고 싶어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청천백일기 사건'을 통해 중화 민족주의에 대한 대만의 애매하고 이중적인 심리를 엿보게 된다.

대만의 '양다리' 외교

미국은 조어도의 주권 문제와 관련하여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조어도가 미일안보조약의 범위 안에 들어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평무사와 중립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이 은근히 일본의 편을 들어주며 자신의 아시아 전략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숨기기는 쉽지 않다. 일본 자위대가 지난 8월 21일부터 한달 여 동안 미군과 함께 괌 해역에서 섬 탈환 실전 훈련을 벌였고 오키나와에서 주일미군과 자위대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이 무력으로 조어도를 점령했을 경우를 가상한 훈련이라고 한다. 중국 측에서 이 훈련들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음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조어도 문제에 있어서 일본이 두려워하는 것은 대만과 중국이 협력하여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마잉주 정부가 중국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하니 일본으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대만이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있다. 일부 중국 언론은 마잉주 정부가 조어도 분쟁과 관련하여 약화된 입장을 보이는 것이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영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양안경제협력이 심화되면서 중국과 대만의 깊어지는 관계를 바라보며 대만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미국으로서는 이번 대만의 커밍아웃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대만의 국방부 차관은 마 총통이 '동중국해 평화구상'을 발표하던 시기를 전후로 워싱턴을 방문하여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는 발언까지 하고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마잉주 정부가 이번 조어도 분쟁을 통해 얻고 싶어하는 것은 조어도 주권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조어도 분쟁을 통해 국제사회에 대만이 중국과 따로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고 미국과 좀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고 베이징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다면, 미중 양쪽으로부터 더 많은 외교적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정치적으로는 반중(反中)적인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지지도를 높이고, 국제정치적으로는 친미(親美)적인 구애를 함으로써 앞으로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편승하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일석이조의 외교를 구사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마잉주 정부의 구상대로 작동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중국 입장에서 마잉주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는 것이 양안관계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하더라도 중국이 호락호락 대만의 국제적 공간을 열어주지는 않을 것이며, 분쟁이 격화될수록 약소국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좁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삼각관계에 놓여있는 대만이 자신들의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외교의 핵심적인 도전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외교가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겠고, 우리의 귀감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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