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1/3의 성공을 이야기하자면 송호창 안철수 후보 공동선대본부장과 이인영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간에 의원 정수 축소에 대한 오해가 어느 정도 풀렸다는 지점이었다.
송 본부장은 의원 수를 줄이자고 한 발언의 진의를 묻는 질문들에 "몇 석을 줄이자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조금은 오해를 불렀다. 그 말을 했던 배경이 정치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논쟁을 시작하자는 것이고, 후보들의 정치적 비전과 정책에 검증을 받자고 한 것이다. 절대적 수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서 의원 지위 누리는 사람을 빼자는 취지에서의 발언이었다"라고 답변을 했고, 이에 이 위원장은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말이 절대적 숫자를 줄이자는 말이 아니라 정치권의 특권을 내려놓자는 이야기였고, 숫자에 집착한 게 아니라니 참 다행'이라며 화답을 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정치권을 말 그대로 발칵 뒤집어 놓은 안철수 후보의 정치혁신안에 대해 문재인, 안철수 캠프의 두 선대본부장이 서로 오해를 풀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반길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송호창 의원 발언 영상 1]
[이인영 의원 발언 영상]
하지만 다시 이 위원장의 "비례대표제만 하면 모든 정치개혁 다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좀 더 긴 시간을 갖고 전반적인 정치혁신안 논의할 자리가 있으면 좋겠고, 이를 통해 진전된 안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제안에 송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그것은 과거의 방식이지 않나 생각한다. 단일화보다는 의제를 통해 힘을 모아나가는 게 필요하다"라고 답하며 두 사람 간의 거리는 다시 멀어지고 말았다. 앞서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는 이야기를 나눈 후 "그렇다면 어떻게"라는 것으로 논의가 모이기를 기대했던 나로선 매우 아쉬운 지점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이 앞서 이야기한 1/3의 아쉬움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2부 청중 질의 시간에 필자가 송 본부장에게 "이인영 위원장이 전반적인 정치혁신안을 논의할 협의체를 구성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셨는데 이에 대해서 응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송 본부장이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이에 대해 다시 이 위원장이 반박하면서 나오게 된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질문은 사실 단일화를 전제로 한 질문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의원 정수 줄인다는 것이 절대적 수를 줄인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서로 확인한 만큼, 서로의 공통분모인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놓고 충분히 머리를 맞댈 수 있지 않느냐"를 물어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 질문을 단일화에 대한 압박으로 느끼는 송 본부장의 모습을 보며 사방에서 받는 단일화에 대한 압박이 안철수 캠프로 하여금 정책협의 테이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단일화 압박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방책으로 안철수 캠프 내부에서 의원정수 축소 같은 극약 처방을 내놓는 것은 아니냐라는 질문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비록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안철수 캠프에서 제시한 11월 10일까지는 안 후보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전체 판을 키우는 측면에서도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향후 내용상으로 실질적인 정치개혁안을 담아내면서도 국민들의 마음 또한 사는 단일화를 이뤄내야 하는, 즉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야권 진영에게 남겨진 과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날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 고문에 의해 이 과제를 풀 해법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먼저 노 대표는 이날 포럼에서 각 대선후보에게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개혁 없이 정치개혁은 불가능하다"며 근본적인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긴급제안을 했다. "첫째,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비롯해 국민의 지지에 정비례하여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를 도입하자. 둘째, 이 근본적 선거제도 개혁방안을 새 대통령 임기 1년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나설 것을 합의하고 공동공약으로 선언하자"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서 "이제까지의 정치개혁이 실패한 이유는 정치적 기득권층의 완고한 저항과 반발 때문이었다"며 "정치개혁의 실패한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국회에만 정치개혁을 맡기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뒤 이 제안을 놓고 각 대선후보가 함께 토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정치개혁안을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구체적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평소 선거제도개혁의 전도사가 되겠다고 이야기해왔던 그다운 준비된 비판과 대안 제시였다.
[노회찬 의원 발언 영상]
이뿐 아니라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정동영 상임고문 또한 문·안 두 후보의 공통점을 살리는 최적의 정치개혁 대안으로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제안했다. 정 고문은 "정치개혁과 관련하여,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늘려서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국회의원 수 축소 등 정당의 기득권 양보를 주장하면서도 '비례대표 의원 수는 늘리고,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는 정당체제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정치개혁 주장에서 차이점도 있지만, '비례대표 의원 확대-민의를 제대로 대변하는 정당체제-지역구도 해소'라는 공통점도 있다는 걸 발견했다."며 "두 후보의 공통점을 살리는 최적의 정치개혁 대안으로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오래전에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한 뉴질랜드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국민들의 바람인 타협과 연합의 정치가 활성화되면서 '싸움의 정치'가 크게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지역 독점 구조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양대 정당의 반대와 무관심 때문에 그동안 논의만 있었을 뿐 제대로 국민적 공론의 장에 올라가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야말로 올바른 정치개혁의 완성을 위해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릴 수 있는 최적기이다. 따라서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위해 제(諸)정당·시민사회·학계가 모두 참여하는 협상 테이블 마련이 필요하다"며 각 정당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어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방안에 대한 협의체를 마련할 것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노회찬 대표의 제안과도 맥이 맞닿아 있는 제안이었다. 이 같은 노 대표과 정 고문의 제안은 남은 1/3의 아쉬움과 1/3의 과제를 풀 중요한 해법책들이 아닐까 싶다.
[정동영 의원 발언 영상]
사실 이날 포럼에서 "각 후보 모두 비례대표제 확대에는 동의하시죠?"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각 캠프를 대표해서 나온 네 명의 토론자 모두 "그렇다!"라고 답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의 대선 후보 모두가 비례대표제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는 사실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정치학자, 주요 언론들이 한국 정치 발전의 주요 해법으로 비례대표제 확대를 이야기해왔으나, 진보 정당을 제외한 기존 정당들이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해왔다는 그간의 사실과 비교해볼 때 매우 놀라운 진척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악마는 늘 디테일에 숨어 있다.
복지제도에도 미국식 복지제도가 있고, 스웨덴식 복지제도가 있듯이 비례대표제에도 여러 가지 모델이 있다.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있고, 노 대표와 정 상임고문이 제시한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어느 제도나 그렇듯이 실제 설계에 따라 개혁이 될 수도, 개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냐, 전국구 비례대표제냐를 놓고서도 서로 치열하게 논쟁하고 검증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이뿐 아니라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여야 합의에 의해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법이 있고, 뉴질랜드와 영국의 경우와 같이 국민투표에 의해 결정하는 방식이 있다. 또한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국회의원 정수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의석을 확대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한 만큼 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전자는,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고려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고, 후자는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방안이 실제 입안을 하는 국회의원들의 저항을 고려한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대선 후보가 비례대표제 확대라는 안에 동의했다고 할지라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치열하게 대립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누가 진짜 정치개혁을 할 의지가 있느냐는 각론 부분에 들어갔을 때야 비로소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안철수 후보의 준비되지 못한(부디 준비되지 못한 발언이라고 믿고 싶다) 의원정수 축소 등의 발언으로 인해 야권 대선 후보 모두가 비례대표제 확대라는 개혁안에 동의했음에도 이를 구체화시킬 방안에 대해선 서로 근처에도 가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도록 하는 것은 차기 한국을 이끌겠다는 대선후보로서 결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결자해지라고 했던가? 어찌하였든 민주당과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제 확대에 대한 구체적 안을 내어놓았다. 이제는 안철수 후보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을 때이다. 다행히 지난 한 주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원정수 축소에 대해선 송 본부장이 절대적 숫자가 아니었고, 특권을 줄이자는 맥락에서 한 이야기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따라서 그 부분에 대한 논쟁은 이제 그만하면 어떨까 싶다. 그러나 송 본부장나 안 후보가 아무리 손가락 아닌 달을 보라고 읍소를 한다 한들 달을 가린 구름을 걷어주지 않으면 달을 볼 수 없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안철수 후보가 제시하는 달이 과연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안 후보는 '비례대표제 확대에 대한 구체적 안을 포함한' 정치개혁안을 속히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와 캠프 역시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자는 안에 대해서는 무려 71.9%가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는 최근의 설문조사 결과를 가지고 이를 안철수 캠프의 주요 아젠다로 계속 끌고 가려는 유혹을 이겨주길 바란다. 이에 대해서는 이 여론조사를 수행한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의 "안 후보의 현재 지지를 '안철수 개혁안'에 대한 정치적 지지로 봐야 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들 스스로도 우리 정치의 문제가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아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쇄신에 대해서는 둔감할 뿐 아니라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하는 정치권에 강한 징벌 의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통쾌감에 박수는 칠 수 있지만, 의원 수를 줄인 것으로는 절대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당장 국회의원을 줄인 후 하고자 하는 '다음 스텝'이 무엇인지 묻게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에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지난 3회 비례대표제포럼에서 비례대표제 확대에 대한 안철수 후보 측의 구체적 안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포럼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 "그렇다면 비례대표제 확대에 대한 안철수 후보의 구체적 실천 계획이 무엇이냐"는 청중의 질문에 대해 송 본부장이 "사실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6~7페이지 넘게 자료를 준비해왔는데 다른 이야기를 하느라고 하나도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앞으로 이 부분을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포럼에서 그 내용을 끌어내지 못했던 점이 못내 아쉬웠지만 이 답변을 통해서나마 구체적 안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원정수 숫자로 좁혀져 버린 정치개혁논의를 건설적 토론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라도 안철수 후보는 송호창 본부장이 채 말하지 못한 6~7페이지 속에 담긴 구체적 개혁안을 속히 들려주기 바란다. 우리도 어서 빨리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고 싶다.
[송호창 의원 발언 영상 2]
[취지문] 비례대표제 청년포럼은 비례대표제 포럼의 청년그룹으로서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는데 동의하는 개인, 청년단체, 시민사회단체, 언론사, 정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례대표제 포럼에서는 청년들이 다양성이 인정되는 속에 합의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비례성, 다양성, 공정함이 보장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얼마나 열망하는지, 이를 위해 비례대표제 확대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조금은 거칠지만 생생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열망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정치의 해인 2012년에 비례대표제 확대가 우리 사회 주요한 사회적 아젠다로 자리매김하는데 청년들의 이 작은 몸짓들이 마중물이 되어주길 간절히 소망하며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연재를 시작해봅니다. 비례대표 청년포럼 홈페이지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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