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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태 '최악의 국면'…"서울도 방사성 물질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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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태 '최악의 국면'…"서울도 방사성 물질 검출" "'악마의 재' 플루토늄 검출, 결과는 신(神)만이 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이제 '신(神)만이 아는' 대재앙으로 가고 있다. 그동안 서방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한 혼합핵연료 멜트다운(노심용해)이 확인된 것이다. 원전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8일 밤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 토양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발표는 그동안 일본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플루토늄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은폐의혹이 거세지자 "이제부터 조사하겠다"는 일본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은 직후에 나온 것이다.

▲ 방사능 공포에 시달리는 도쿄시민들이 방호마스크를 쓴 채 원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
서방전문가들이 경고해온 '종말적 상황' 현실화되나

서방전문가들은 우라늄에 플루토늄을 섞은 MOX를 사용한 제1원전 3호기 등에서 멜트다운이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만일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종말적 상황'이 닥쳐올 수 있다는 경고를 해왔다.

이미 일본 정부는 플루토늄에 대한 조사를 했지만 발표를 늦춰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도쿄전력은 이번 조사가 지난 21일 오후부터 22일 오전까지 원전 부지 내의 5곳의 토양을 채취해 이뤄진 것이며, 일본원자력 연구개발기구가 분석한 결과 플루토늄 238, 239, 240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플루토늄 검출에 대한 발표를 앞두고 원전산업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의 이케다 모토히사 부대신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서는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 이상은 신만이 안다"고 말했다.

"아직은 극소량, 하지만 핵연료봉 손상 진행중"

29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도쿄전력은 이번 플루토늄이 원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아직은 검출량은 극소량"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플루토늄 검출은 핵연료봉의 손상이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공업대의 니노방 히사시 교수(원자로 공학)는 "이번에 검출된 플루토늄은 폭발이나 화재에 따른 연기를 타고 흘러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검출된 플루토늄의 종류는 238, 239, 240의 3 종류. 숫자는 원자의 무게(질량수)의 차이를 나타낸다. 특히 플루토늄 239는 핵무기 원료가 되는 것이며 반감기도 가장 긴 2만4000년이나 된다. 이들 플루토늄은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이번에 검출된 플루토늄의 종류별 비율이 핵실험 때와 다르다는 점에서 원전 사고로 유래된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플루토늄은 세포파괴력이 강한 알파선을 방출하는 등 독성이 유달리 강하다. 이때문에 체르노빌 사태 때 대량 방출된 세슘137이 '죽음의 재'라고 불렸지만, 플루토늄은 '악마의 재'라고 불릴 정도다.

원전 반경 40Km 토양, 세슘 농도 갈수록 짙어져

후쿠시마 원전에서 뿜어져나오는 방사성 물질은 이제 반경 30km를 넘어서 토양들을 오염시키고 있다. 29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40㎞ 떨어진 후쿠시마현 이다테(飯館) 마을에서는 문부과학성이 지난 26일 잡초를 분석한 결과 1㎏당 최고 287만㏃(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

앞서 지난 20일 이다테 마을에서는 잡초 1㎏당 265만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지만 이번 검출량은 더 악화된 것이다. 이미 이런 수준은 체르노빌 당시 주민들의 강제 이주가 결정된 기준보다 6배 이상이다.

냉각을 위해 투입한 바닷물이 방사성 물질이 가득한 오염수로 변한 것도 이번 원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원자로 건물 뿐 아니라 바닷가로 물을 보내는 터널에서도 높은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현재 2호기 터빈실 지하와 바닷가를 잇는 터널에 물이 차 있고, 물 표면에서 시간당 1000mSV의 방사선량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터널의 물은 원래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아야 정상이다.

"방사능 절대 없어야 할 곳에서 치명적 방사능"

<NHK>는 "원자로 건물이나 터빈실은 방사선 관리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터널은 제외돼 있다"면서 "평소에는 방사성 물질이 절대로 들어갈 리 없는 곳에도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이 흘러넘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시간당 1000mSV의 방사선량은 이 곳에 30분 서 있기만 해도 림프구가 줄어들고, 4시간 머문 사람의 절반은 30일 안에 숨질 정도로 치명적인 수준이다. 따라서 이 정도의 방사능이 원래 방사능이 없어야할 물까지 오염시킬 정도라면, 원자로 자체에 큰 손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쿄전력도 전날 2호기의 경우 연료봉이 담겨있는 탄소강 재질의 격납용기 바닥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처음으로 언급했으며, 원자력위원회도 격납용기에 어느 정도 손상이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한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전날 강원도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성 물질 제논이 검출됐다는 발표를 한 데 이어 29일에는 서울 등에서도 방사성 요오도와 세슘 등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래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기술원은 기상청이 극구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라는 반박에도 불구하고, 캄차카반도를 지나 시베리아, 북극과 중국 대륙 등을 거쳐 바람을 따라 한반도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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