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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 최초의 女후보와 영부인의 대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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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만 총통 선거, 최초의 女후보와 영부인의 대결이었다" [코리아연구원 현안진단] '젠더정치'의 출현
2012년 1월14일 대만 제5회 직선제 총통선거 및 제8차 입법위원회선거가 동시에 거행됐다. 국민당 후보 마잉쥬(馬英九)가 689만 표를 얻어 51.6%의 득표율로 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이 획득한 609만표(득표율 45.63%)를 80만 표 차이로 앞서 총통 연임에 성공하였다. 동시에 거행된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113개 의석 중 국민당이 과반수인 64석을 획득하여 민진당 40석과 그 외 군소정당의 의석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총통선거와 입법위원선거는 결과적으로 볼 때 국민당이 완전히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겠다.

이번 총통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정서는 마지막까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으며 각종 사건·사고가 난무하였다. 마잉쥬의 부인인 저우메이칭(周美靑)의 표심잡기와 '농가사건', '2위엔 짜리 감사건', '위창(宇昌)바이오제약회사 특혜논란' 등 사건(기사 하단 역주1)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국민당과 민진당 양 진영 후보들은 모두 선거결과를 자신했다.

정치 지도자의 개인적 자질, 조건으로 볼 때 국민당과 민진당 후보자 모두 막강하여 '여자 마잉쥬(차이잉원)'와 '남자 차이잉원(마잉쥬)'의 대결이라 할 정도로 학력(마잉쥬와 차이잉원은 각각 하버드와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치경력(마잉쥬와 차이잉원 모두 대륙사무위원회 주임을 역임) 등이 비할 데 없었으며, 전문가 출신에 이성적이고 온화한 이미지를 주는 등 성격과 자질 면에서도 상당히 유사하였다.

국민당과 민진당 후보 모두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두 후보자의 개인적 조건과 자질 등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으며 짧은 시간에 정치적 사건의 폭로전이 가열되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 또한 대만 선거의 오랜 구조인-남색(국민당 상징) 대 녹색(민진당 상징)이 55: 45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선거를 통해 다음 몇 가지 의미를 고찰해 낼 수 있겠다.

중국 변수

첫째, 대만 선거에서 중국 변수는 여전히 결정적이었다. 국민당과 민진당 양당 구조의 확립은 정책의제에 반영된 유권자들의 가치관 차이를 그 기초로 하고 있다. 오랜 세월, 양당의 주요 차이는 '통일과 독립에 대한 입장과 양안관계에 대한 견해'에 의해 구분되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양안문제는 여전히 단골메뉴로 등장하였고 주요하게 작용하였다. 다만 과거에는 대만과 중국에 대한 인정이냐 불인정이냐의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양안 경제교류라는 외피로 전환된 것이 다를 뿐이다.

마잉쥬 진영의 선거전략은 1기 집권 시의 업적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1기 집권 시 중국과의 직접적 경제무역교류를 크게 확장시킨 것을 대대적으로 강조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었다.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체결 또한 이번 선거과정에서 국민당이 강조한 성과였다.

마잉쥬는 선거 중 작년 10월(2011년 10월17일) 중국과 대만 간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기도 하다 상당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였다. 이는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 가속화에 따른 정치적 위험을 드러내면서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기도 하였다. 이에 마잉쥬 진영에서는 '先경제, 後정치'라는 기존정책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오직 경제, 정치는 노우!'로 방향을 선회하여 경제에 집중시킴으로서 우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차잉원은 양안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수동적, 수세적 위치였는데, ECFA에 대해서도 민진당은 초기의 반대입장에서 선거 중간에 이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선회하였고, (대만)주권에 대해서도 국민당과 마찬가지로 '현상유지'정책을 취하였다.

중-대만 양안정책에 대해 양당은 각기 다른 태도를 취하였는데 국민당은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9.2 공통인식>(기사 하단 역주2)이 존재하며 이를 양안 경제무역 교류의 정치적 전제로 간주한 반면 민진당은 <9.2 공통인식>에 반대하며 우선 (대만)내부의 공감대를 구축하고 다시 중국과 협상을 진행하자는 <대만 공통인식>를 제안하였다. 선거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경제·기업계에서 마잉쥬의 <9.2 공통인식>을 양안의 지속적 경제무역교류의 전제이자 대만경제 발전의 토대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지지를 속속 표명하자 기업의 근로자들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 도미노 현상처럼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마잉쥬는 일약 양안 경제무역을 수호하는 대변자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이러한 경제이익 효과를 통해 정치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빈부격차와 분배정의

둘째, 빈부격차와 계급정의(Justice)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당은 양안 경제무역에서 우세를 점했으며 민진당은 양안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민진당이 주력한 것은 분배정의 문제였다. 최근 몇 년간 대만의 빈부격차는 매우 심해져 비정규직(파견근로자) 문제, 청년빈곤, 거주정의, 토지정의 등이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민진당은 "공평과 정의"를 내놓고 기존의 '통일과 독립' 의제를 대신할 수 있는, 국민당과 차별화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좌우 노선을 그리려 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민진당은 이를 선거의 주전략으로 삼았으나 의제를 주도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할 수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정의의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진 것은 맞으나 의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명확한 차이가 있는지 그것을 과연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는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공평정의'를 앞세운 민진당은 차잉원을 로빈후드로 형상화하고 선거자금도 "세 마리 새끼 돼지의 티끌을 모아 태산" 방식을 통해 모금하는 등 기층 인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민진당이 강조한 상대적 복지 보조와 임금인상 등에 국민당이 바짝 따라왔을 뿐 아니라 오히려 대상과 범위를 더욱 확대시켰다. 보조금은 오랫동안 가장 편리한 정책적 매표방식이다.

현 집권당인 국민당은 행정상의 우위를 통해 복지문제에 빠르게 대처하여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민진당은 '공평과 정의'가 대만 민주화 이후 장기적으로 가야할 과제임을 먼저 제시하였으나 경제구조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 처방을 내놓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의제 자체도 독점하지 못했다. 따라서 내부의 분배정의 문제는 주목을 끌기는 하였으나 양당 모두 특별한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다.

젠더정치

셋째, 젠더정치가 출현하였으나 영향력은 모호하였다. 이번 총통선거에서 대만 최초로 여성 후보자가 등장하였다. 아시아에서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태국 등에서 여성 지도자가 등장한 적은 있었으나 대부분이 정치가 집안의 세습에 가까웠다. 아시아의 전통적 정치문화에서 여성은 여전히 전통적인 남성가족의 정치적 영향력 하에 복속되어야 권력의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

민진당의 차이잉원은 극히 드믄 비정치가 집안 출신의 매우 우수한 여성 대통령 후보자로 그녀의 입후보는 역사적,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또한 대만 민주화 이후 여성운동이 추진해온 젠더평등의 사회적 가치를 보여주며 여성 후보자가 공정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와 기회를 제공하였다 하겠다.

차이잉원은 선거과정에서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을 부각시켰으며 그녀의 입후보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여 여성의 정치참여의 상징성과 이정표적 의의를 드러내었다. 이에 마잉쥬 진영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부인 져메이칭(周美靑)을 앞세웠는데 그녀의 소박하고 참한 현모양처의 이미지는 국민들에게 높은 호감을 사 그 지지도가 마잉쥬보다 더 높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마잉주 진영은 미디어와 선거 인쇄물 등에서 영부인 카드를 대대적으로 활용하여 모범적 가정이라는 선거광고까지 내보내도 하였다.

이에 총통 선거에서 '최초의 여성 총통 대 영부인'이라는 웃지 못할 현상이 초래되었다. 근본적으로 비견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닌데 비견되는 -한 사람은 헌법과 그로부터 부여된 법적인 직권을 가진 후보자이고, 또 다른 이는 아무런 정치적 권력이나 직책도 없는 영부인이나 같은 선상에서 비교가 되는- 현상이 초래된 것이다.

'최초의 여성 총통 대 영부인'의 대결구도는 두 여성이 각기 다른 사회적 가치를 대변하며 이들에 대한 기대와 검증의 방식 및 기준도 각기 다른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비교는 매우 자연스럽게 여성을 총통의 권력 경쟁에서 영부인의 안전하고 위협적이지 않은 위치로 치환시켰다. 이번 선거는 대만 여성이 처음으로 이래저래 총통의 위치에 근접하여 젠더적 평등을 보여준 진보적 측면이 있었으나 영부인으로 최초의 여성 총통 후보자와 경선시키는 대결구도를 보여줌으로써 젠더적 평등이 정책적 운영에서 좌초한 실패를 보여주었다.

선거의 결정 요인: 양안 경제무역

젠더에서 계급, 그리고 양안문제까지 전반적으로 볼 때 이번 총통선거는 최초의 여성 총통의 역사적 의의는 떠올랐으나 모호하게 가라앉았으며, 내부의 분배정의는 사회적 지지와 정당성을 확보하는데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양안 경제무역이라는 이익의 문제가 가장 크게 결정적 영향을 발휘하였다 할 수 있다. 결국 유럽 채무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 경제위기의 그림자 하에서 자본가들은 국민당이 양안관계에서 취한 정치를 배제한 신자유주의 무역노선을 지지했으며, 중산층 또한 보수화되어 양안 경제무역을 선호했으며, 이는 이번 총통 선거의 결과를 결정지었다 하겠다.

<역주>

역주1: 농가사건은 국민당적 입법위원 치우이가 민진당 부총재 수쟈첸이 불법으로 농지를 점유하여 호화주택을 짓고, 그 형이 농민농지사용 원칙을 어기고 야시장과 노점상에게 땅을 임대해 주었다고 폭로한 사건이다. '2위엔 짜리 감사건'은 민진당 진영이 국민당의 농업정책을 비판하면서 감 한 근에 2위엔 이라는 선거 포스터를 배포하였는데 이것이 실제 감 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져 농민들의 시위로 번진 사건이다. 위창 제약회사 특혜 논란은 차이잉원이 입법위원 시절 입안한 생명공학기술 조례안과 이에 근거한 재정적 지원이 특정제약사에 대한 특혜와 연관이 있다는 논란이다.

역주2: 1992년 중국과 대만이 구두로 합의한 '하나의 중국'원칙 견지에 관한 공통인식을 의미한다. 양안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나 각자 표현한다고 하여 동상이몽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 원제 : 2012년 대만 총통선거 고찰

* 코리아연구원(연구기획위원장: 이정철)은 네트워크형 싱크탱크로 정치ㆍ외교, 경제ㆍ통상, 사회통합분야의 정책대안을 제시합니다. 홈페이지() 또는 전화(02-733-3348)로 회원 등록하실 수 있으며, 회비 및 기부금은 공익성기부금으로 인정되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생각네트워크 코리아연구원과 아름다운 동행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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