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주장?
평양의 신 경제정책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이 내리는 부정적 평가는 북한 체제가 식량난에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반복하고 있으면서 이 같은 대규모 사업에 매달리는 것이 과시적 목적 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지난 2011년 11월에 발표된 한국은행의 북한 경제 성장률 수치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예년보다 무려 5개월이나 늦은 시점에 2010년도 북한의 경제 성장률이 -0.5%에 그쳤다며 이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밝혔다. 기본적인 식량 생산도 부족하여 마이너스 경제 성장에 머무르는 체제가 수도 건설이나 새 세기 산업혁명이니 운운하는 자체가 사치라는 레토릭을 뒷받침하는 발표였던 것이다.
이쯤 되면 -0.5% 성장이라는 수치에 대해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실제 예년보다 5개월이나 늦어진 발표, 그것도 -0.5%라는 근사한 마이너스 성장률에 대해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론들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북한 GNI 통계의 문제점은 여러 학자들이 지적한 바 있다. 북한 경제 수치에 대한 정보의 정확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북한 최종 생산물을 동일물의 남한 (최저)가격으로 계산한다는 점에서 오류가 발생하고(이는 기준 가격을 수정할 때마다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될 수 있다), 그렇게 계산한다면 일관성 있게 한미 간의 구매력 지수 환율로 계산해야 할 것을 한국의 대미 시장 환율로 계산하는 과정에서 일관성을 상실한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 한국은행이 일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세를 분석하는 데서 한국은행 통계가 갖는 장점이 있고 그리고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동 자료는 거의 유일하게 북한 성장률을 분석하는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매년 6월에 발표되던 한국은행 통계가 2011년에는 5개월이 지체된 11월에 발표되어 석연치 않은 사정이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1월 10일 '무엇을 노린 경제 쇠퇴설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남한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지난 3일 '북한 경제가 2년 연속 뒷걸음질 쳤다'며 내놓은 북한 관련 통계를 "잡소리" 또는 "낭설"이라며 비난했다. 지난 시기 한국은행의 북한 경제 성장률 통계에 대해 북한이 비판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이 대응 역시 주목을 끌었다.
한국은행은 "장마로 인한 냉해와 태풍 등 기상조건의 악화로 농업과 어업 생산이 전년대비 2.1% 감소한데다, 식료품과 담배 등 경공업분야에서 생산이 감소한 것"이라며 그 원인을 분석했지만, 최근 평양을 다녀온 많은 내외국인들의 체감 지수는 이와 너무 달라 의문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북한 통계의 가격 기준년도 변화
아래 표를 자세히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한국은행은 2009년 발표 시까지 즉 2008년 자료까지는 북한 성장률의 근거가 되는 기준년도 가격을 2000년도로 설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 발표 즉 2009년 자료부터는 기준년도를 2005년으로 수정하여 연간 성장률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0년 기준 가격과 2005년 기준 가격 모두에 의해서 비교된 2006년, 2007년 그리고 2008년은 두 개의 성장률 수차가 겹치게 되고 그 사이에 미세한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 그것은 다음 표와 같다.
이에 따르면 2006년의 경우 2005년 기준 가격으로 수정할 경우 2000년 기준 가격으로 계산할 때 -1.1%를 기록했던 북한 경제 성장률이 -1.0%로 소폭 상승한 결과로 나타난다. 2007년의 경우는 -2.3%였던 것이 -1.2%로 그 상승 규모가 제법 큼을 알 수 있다. 반면 북한이 3.7%의 + 경제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난 2008년 시기는 그 상승폭이 줄어들어 3.1%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2010년의 경우 2000년 기준 가격이 없기 때문에 2005년 가격 기준으로만 제기되고 있다. 만일 2009년, 2010년을 2000년 기준 가격으로 계산해 본다면 어떨까? 2007년의 경우 기준 가격의 차이만으로도 1.1%p의 오차가 발생하였고 2008년의 경우 0.6%p의 오차가 발생하고 있으니 2010년이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한국은행의 주장에 대해서 북한 측이 문제를 삼을 경우 무시하고만 있을 수 없게 된 셈이다.
남북한 비교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GDP 기준 가격을 변경함에 따라 북한 역시 이에 맞게 변경하는 것이 적절하나, 남북간 경제 격차 때문에 남북 비교의 의미가 와 닿지 않는다는 점에서나 북한 경제 성장률의 추이를 자세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기준 가격 변화로 1% 이상의 성장률 차이가 나타날 정도라면 그 기준 변화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2000년 기준 가격으로 북한 통계를 병기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그 경우 -0.5% 라는 미세한 변화에 대해서 더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쿠바의 경우 가격 기준년도를 81년으로 삼고 있다가 2000년에 97년 기준 가격으로 수정한 이후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기준 년도 가격 변화에 따라 그 이전에 발표한 기존 실질 성장률의 변화가 나타났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가격 기준을 변화시키는 데 따라 미묘한 변화들이 발생하고 그렇다면 이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적절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쿠바의 경우 2000년 이후 2004년,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GNI 계산 방식을 수정했지만 가격 기준만큼은 97년을 유지하고 있다. (쿠바의 경우 서비스 부문의 계상 방식에 따라 2% 이상의 성장률 상승효과도 나타났던 경험이 있어, 북한 통계에서도 이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은행 자료의 경우 불투명성 때문에 더욱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 북한의 시장 모습 ⓒ연합뉴스 |
농업 생산량이 좌우한 마이너스 성장론의 허실?
그렇다면 2005년 기준 가격으로 한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수치 자체는 신뢰할만한가? 왜 체감 지수가 그렇게 다른 것일까? 반론은 있을 수 있다. 북한의 경우 수도 평양과 다른 지역은 확연히 구분되고 북한을 방문했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평양이라는 모델 도시의 분위기만 체감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한국은행은 2010년의 경우 농업과 어업 생산이 전년대비 2.1% 감소한 것을 아슬아슬한(?) 마이너스 성장의 결정적인 이유로 삼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북한에서 늘어나고 있는 시장 활동을 계상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평양에만 있는 현상일 수 없다면 평양만 성장하고 기타 지역은 그만큼 더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논리는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동시에 농업 생산의 경우에도 2009년에 비해 2010년에 FAO와 WFP는 북한 농작물 생산량이 3.1%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통일연구원, 『2010년 북한경제 종합평가 및 2011년 전망』) 그렇다면 2010년의 농수산업의 마이너스 성장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이 타당할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여기서 북한의 농업 생산량 자체에 대한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하고 필자 또한 공인된 국내 기관의 발표에 대해 논쟁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설령 국내 농업 전문가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0년 북한 농업 생산량의 감소와 그것이 미치는 높은 승수 효과를 받아들인다면, 2011년에는 북한이 오히려 높은 성장률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듯하다.
데일리NK가 최근 입수한 '2011년 평안북도 알곡 수확고 종합'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계획량은 104.4만 톤이었는데 수확량은 이 보다 1.8만 톤(1.8%) 초과한 106.2만 톤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대비 42.2% 증가한 수치이다. 평안북도 농촌경영위원회가 작성한 이번 자료는 리(里) 단위 협동농장에서 부터 취합해 시·군 단위를 거쳐 도 위원회가 최종 집계한 것으로 내각 농업성에 보고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최근 연합통신에 따르면(2012년 1월 27일) 북한 당국은 배급량을 10월에 355g으로 늘린 뒤 12월까지 매달 10g씩 증가시켰다고 한다. 1월 배급량은 전달보다 20g이나 많은 것으로, 북한 당국이 작년 말 WFP에 전달한 자료에서 올해 계획이라고 밝힌 380g보다 15g이나 많다.
이 같은 배급량 증대의 이유는 작년 가을 곡물 수확량이 전년에 비해 30만∼40만t가량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통 과정에서 쌀 수매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여하간 북한 당국의 쌀 생산량 자체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2011년 북한 성장률은 높은 플러스 수치를 기록할 듯
이를 종합해서 해석한다면 2010년에 비해 2011년 북한 전역의 농업 생산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른다면 2010년 한국은행의 설명을 수용하더라도 2011년 북한 경제는 높은 수준의 플러스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을 수 없다. 2010년 이래 농업 이외에 생산성이 낮아졌다고 할 만한 것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위 표에서 보듯이 무역량 등 모든 지표가 증가 상태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북한 경제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한국은행의 주장은 여러 가지로 추가 설명이 필요하고, 이를 인정하더라도 2011년에는 북한경제가 상당한 수준의 높은 플러스 성장을 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는 뒤집어보면 한국의 대북 제재인 5.24 제재 조치나 UN의 대북 제재 조치가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5.24 제재 조치를 통한 북한 경공업 생산의 감소론 역시 임가공이 중국 기업으로 선을 모두 돌린 상태로 확인되고 있는 바, 북한 경공업 생산의 감소를 주장할 근거로 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북한 경제는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회복세에 놓여 있고 그만큼 북한 당국의 옵션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평양 건설 사업 역시 "건설 사업은 산업연관 효과와 고용창출 효과가 커, 저개발 국가의 경우 경제 성장 메커니즘을 선순환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의 논리를 참고한다면 이를 89년의 평양 축전식 과시형 사업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지난 20년간 지체된 도시민 주거 환경 개선 사업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북한 경제의 산업 연관도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굳이 과시형 사업으로만 비난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성찰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우리가 고민할 것은 근거 없는 냉소보다는 북한이 2000년대 초반과 달리 한국의 도움 없이도 플러스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이 현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 원제 : 북한 GNI에 대한 한국은행 통계의 의문점과 북한 경제 성장률 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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