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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정보망 '에셜론' 구멍…제2의 '위키리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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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정보망 '에셜론' 구멍…제2의 '위키리크스' [분석] "정보 대량 유출, 민감한 외교 자료 많다"
비밀에 싸여 있던 글로벌 전자통신감시망 일명 '에셜론'을 운용하는 다국적 정보연합체에서 정보가 대량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에셜론'의 주축인 미국 국가안보국(NSA)는 '제2의 위키리크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당혹해 하고 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정보 유출의 규모는 위키리크스에 수십만 건의 외교안보 정보가 넘어간 것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 관계자는 "외부로 공개되면 또다시 망신을 당할 수 있는 외교 자료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캐나다의 한 정보 장교가 대량으로 정보를 빼내 러시아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장교는 2007년부터 지난 1월까지 무려 5년간 지속적으로 정보를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 에셜론을 운영하는 다국적 정보연합체 '파이브아이스'의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제프리 덜릴이 28일(현지시각) 캐나다의 지방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AP=연합
최근 5년간 정보 빼내 러시아에 제공한 혐의

제프리 덜릴(Jeffrey Paul Delisle)이라는 이름의 이 장교는 지난 1월에 체포됐으나, 지금까지 그가 빼낸 정보가 어디에 제공됐는지는 보안 사항이었다. 하지만 최근 덜릴이 정보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뒤늦게 알려지고 있다.

'에셜론'은 음모론에 많이 등장하는 초국적인 정보통신감시망이다. 이를 운영하는 다국적 연합체는 이른바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로 불리는데,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영어권 5개국 정보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NSA를 비롯해, 영국 정부정보본부(GCHQ), 캐나다 정보보안청(CSE), 호주 국방보안국(DSD), 뉴질랜드 정보안보총국(GCSB)이 세계 모든 정보통신망을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다국적 정보기관 연합체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과 미국이 정보교환을 위해 구축한 비밀협정에서 시작됐다. 2차 대전 후에도 소련과의 냉전 체제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된 것은 물론 영연방에 속하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까지 포함해 확대된 것이다.

98년에야 존재 알려진 '에셜론'

이 조직의 존재가 오랫동안 극비 사항이어서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음모'로 치부돼 왔다. 1973년까지 호주 총리도 이 존재를 몰랐을 정도다. 또한 이 연합체가 '에셜론'이라는 정보통신감시망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1998년에 유럽에서 던켄 켐벨이라는 언론인이 유럽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파이브 아이스'가 에셜론이라는 감시망으로 함께 모니터하거나 운영하는 위성만 12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슈퍼컴퓨터가 동원돼 지금도 영어로 '폭탄'이나 '미사일' 같은 민감한 단어를 몇 번 반복하면 바로 자동적으로 포착될 정도로 전자화된 어떤 통신이나 통화도 감청이 가능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에셜론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에는 민감한 것들이 많다. 지난 97년부터 2002년까지 영국의 국방부 정부국장을 지내고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의 안보자문을 맡았던 앨런 웨스트는 "파이브 아이스는 해외는 물론이고 정치나 안보와 관련한 '매우 민감한' 국내 이슈도 다룬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개된 한 영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파이브 아이스를 통해 라이벌 정치인들의 동향 파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5개국 정보기관, 대책 마련에 고심

이번 사건에 관련국들은 당혹해 하고 있다. 지난 2월말에서 3월 초 사이에는 5개국 정보기관이 뉴질랜드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캐나다 측은 "크게 문제될 정보 유출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측에서는 비공식적인 통로로 캐나다의 정보조직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내부 관련자가 없으면 정보 유출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캐나다 측도 겉으로는 "큰 일이 아니다"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냉전 이후 캐나다에서 자국민에 의한 간첩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어서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이 터진 후 캐나다 정부는 캐나다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 2명을 추방하고 정보를 유출한 장교가 근무하는 정보조직 주요 요원들을 전원 교체하는 한편, 정보 처리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냉전 종식 후에도 존재하는 초법적 감시망 논란 가열

미국에서는 다국적 정보기관 연합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에는 공산주의 세력과 맞서기 위해 다국적 정보기관 연합체가 필요하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유지할 명분이나 실효성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보수집에만 열을 올리고, 보안을 유지하는 능력은 허술해져 대형 사고를 일으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 등으로 '위헌'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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