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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제임스 본드?"…'초법적 살인면허' 문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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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제임스 본드?"…'초법적 살인면허' 문서 공개 [해외발언대]'테러와의 전쟁'도 전쟁인가?
1971년 6월 13일 <뉴욕타임스>를 통해 폭로된 미 연방정부 최고 기밀서류 '펜타곤 페이퍼'로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했다. 베트남 전쟁이 북베트남이 미 군함을 먼저 공격해 도발을 해서 촉발된 것이 아니라, 미국이 베트남을 침략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는 것이 이 문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펜타곤 페이퍼'의 폭로 당시를 연상시키는 '화이트 페이퍼'가 <NBC> 방송을 통해 폭로돼 발칵 뒤집혔다. 요약 사본이 폭로되자 존 브레넌 CIA 국장 지명자의 상원 청문회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화이트 페이퍼' 전문을 1급 비밀문서 직인을 찍어 의원들에게 제공했다.

이 문서에는 미국이 21세기 들어 수행하고 있는 주요 전쟁인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돼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미국의 대통령에게 초법적인 '살인면허'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살인면허'가 부여된 대상은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자다. 명확한 근거는 없어도 된다. 놀라운 점은 미국 시민권자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대 명분은 '테러와의 전쟁'도 전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만일 '테러와의 전쟁'이 조지 오웰이 경고한 '빅브라더 사회' 건설을 위한 의도적인 도발이면 어쩔 것인가? 전쟁터에서의 교전 상황도 아닌데, 테러리리스트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재판 절차도 없이 즉결 처형식으로 죽이는 권한을 행정부 스스로 부여해도 되는 것일까? 이 권한이 남용된 것이 드러나면 누가 책임을 지는가?

'화이트 페이퍼'가 폭로되기 전에 이미 미국은 무인기(드론)로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자를 폭격하는 과정에서 애꿎은 민간인 수천 명을 살해해 유엔도 진상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7일(현지시간) 미국의 진보성향 웹사이트 <커먼드림스>에 게재된 '알카에다와의 전쟁이라는 상상의 세계(The Imaginary World of the "War Against al-Qa'ida")는 이 의문을 다루고 있어 주목된다. 필자는 콜로라도대 종교학 교수 이라 처너스다. 편집자.
▲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 경호를 받으며 참석하고 있다. 브레넌은 미국의 드론 공격 기획자이며, 청문회를 앞두고 미국 대통령에게 '살인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논리를 제시한 '화이트 페이퍼'가 폭로돼 청문회장 앞에서는 반전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AP=연합

9.11 테러는 '전쟁행위'로 규정될 수밖에 없었나?

미국의 행정부는 적법한 절차 없이 미국 시민권자를 암살할 권리가 있는가? 최근 누군가 미 국방부의 내부 극비문서 '화이트 페이퍼'를 폭로했는데, 이 문서에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 질문에 '예스"라고 답변하는 논리가 담겨있다. 핵심 논리는 미국은 전쟁 중이며, 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에는 기본적인 전제를 간과하고 있다. 미국이 어떤 나라와 전쟁 중인가? '화이트 페이퍼'도 '국가간의 충돌'이라는 전통적인 전쟁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알카에다를 국가처럼 취급하면서 이 전쟁을 국가간의 전쟁처럼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어떻게 시작된 것을 돌이켜보자. 9.11 테러 공격 당시 부시 행정부는 '전쟁 행위'라고 매우 계산된 규정을 내렸다. 명백히 다른 규정을 할 수도 있었다. 1993년 세계무역센터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을 때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군대가 아니라 경찰 등 사법당국이 처리할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어떤 식으로 규정하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야기가 압도해버렸다.

모든 이야기는 스스로의 세계를 창조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며 확장된다. '알카에다와의 전쟁'이라는 이야기는 창작의 소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수많은 영화, 소설, TV 쇼 등에서 이들의 세상이 묘사되고 있다.

'화이트 페이퍼'는 이 상상의 세계가 오바마 행정부와 국가안보체제에 매우 실제적인 세계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귀중한 자료다. 모든 미국인들이 살고 있는 현실의 세상이 되었다. '화이트 페이퍼'는 그 신화적인 토대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공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 대라"고?

'화이트 페이퍼'에 그려진 세상에서 알카에다는 사실상 국가다. 이 나라의 지도자들은 통합되고 잘 훈련된 군대를 보유하고 끊임없이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알카에다라는 것이 통합된 조직이 아니라, 수많은 개별 단위들이 '알카에다'라는 이름 하에 활동한다고 보는 것과 다르다.

'화이트 페이퍼'에는 알카에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정부는 알카에다가 무엇을 획책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공격이 일어날지 아닐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우리는 공격이 일어나기 직전이라는 상황에서 살고 있고 이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없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매일 매순간 공격의 위협이 "임박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화이트 페이퍼'에서 미 행정부가 말하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야기의 중요한 전제가 바로 이것이다.

'테러와의 전쟁', 사실인가 이야기인가

도대체 누가, 또는 무엇이 항상 공격 받을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것인가? 바로 이 점에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야기가 그린 세상이 수상쩍어진다. '화이트 페이퍼'는 미국의 대통령은 국가를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 점으로 볼 때 공격의 대상은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다.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 이 문서에는 미국의 대통령은 미국 시민권자 개개인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점도 빈번하게 언급하고 있다.

두 종류의 공격이 같은 수준으로 취급된다. 그렇다면 모든 미국 시민권자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현신이다.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공격이 알카에다 또는 그 동조세력과 연결된 것이라면, 알카에다 군대가 미국을 침공한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어떤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공격은 미국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전쟁행위'라는 것인가? '화이트 페이퍼'는 '알카에다 또는 그 동조세력이 계획하고 수행하는 공격이라면, 그렇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런 주장을 입증할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긴 '전쟁 스토리'를 전제로 하는 이상, 근거라는 것을 댈 필요가 없다. 근거 자체가 동어반복이 되어버린다.

'화이트 페이퍼'에는 때때로 '미국의 이해관계'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미국의 이해관계'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미국의 이해관계'에 대한 공격도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취급된다. '미국의 이해관계'가 해외에 있어도 마찬가지다.

충격적인 미국인 여론조사 "드론 정책 압도적 찬성"

'화이트 페이퍼'가 제기하는 중대한 문제는 "이게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이냐"는 것이다. 이런 세상이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이런 세상에 산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이런 세상을 선택한 궁극적인 결과는 분명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들도 포함된다.

누군가 미국 땅에서 사람들을 죽이려는 공격을 계획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테러와의 전쟁' 중 아무 죄도 없이 죽고 있다. 그들의 죽음은 반미 감정을 증폭시켜 사람들이 미국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반미 감정이 확산될수록 미국인들의 삶은 어느 사이엔가 불안이 만연한 사회로 끊임없이 내몰릴 것이다.

미국 국민이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세상을 집단적으로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조짐이 보인다. 2011년 11월 <CBS>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대통령이 미국 시민권자를 재판절차 없이 살해하는 권한을 갖는 것에 미국인들은 53%대 35%로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다.

그런데 2012년 2월 워싱턴포스트-ABC 공동조사에서는 무려 83%가 오바마의 드론 정책에 찬성했다. 이미 여론조사의 대상이 될 만큼 논쟁거리도 안될 정도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 1년 동안 이런 질문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미 '다른 이야기 구조'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었거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전쟁 중인 미국'을 선호하는 것 같다. 전쟁이라는 이야기, 전쟁 그 자체는 강력한 호소력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야기가 지배하는 세상을 원한다면, 최소한 알면서 하는 선택이어야 한다. 그러면 미국 땅에서 다시 공격이 일어날 경우, 우리가 택한 이야기가 그런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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