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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이 하나로? '뉴 판게아' 시대에 불러내야 할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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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이 하나로? '뉴 판게아' 시대에 불러내야 할 영웅! [유라시아의 영웅, 실크로드로 '다시' 보다·7]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소장 엄구호)는 지난 4월 6일부터 5월 25일까지 총 8회에 걸쳐서 "유라시아의 영웅, 실크로드로 '다시' 보다" 시민 강좌를 진행했다. 이 강좌는 러시아·유라시아 전문 연구 기관을 표방한 아태지역연구센터가 고선지, 혜초 등 역사 속 인물을 통해서 실크로드의 현재적 의미를 재발견하고자 마련되었다.

<프레시안>과 아태지역연구센터는 매주 한 차례씩 이 강좌를 지상 중계한다.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 역사학자 김기협 프레시안 상임기획위원, 지배선 연세대학교 교수, 김규현 한국티베트문화연구소장, 김호동 서울대학교 교수, 이희수 한양대학교 교수에 이어서 성동기 인하대학교 교수가 강의의 핵심 내용을 글로 정리했다.

유라시아 대륙의 일원으로서 미래를 준비해야 할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편집자>

(☞관련 기사 :
"'빨갱이', '스킨헤드'의 나라? 美·中 견제할 새 파트너!")

유라시아 대륙은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지평선, 높이를 상상할 수 없는 산맥들, 그리고 깊이를 측정하기 어려운 강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약한 바람을 순식간에 태풍으로 변화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태풍을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게도 한다.

이러한 법칙은 대륙을 살아가는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그 존재조차 찾을 수 없었던 집단이 어느 순간 대륙의 지배자가 되기도 하고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제국이 한 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대륙에서 영원한 권력을 가지고 신화를 창조한다는 것은 사실상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대륙이라는 바둑판과 체스판에는 셀 수 없는 무한의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륙은 역사 속에서 미약한 인간이 역사의 흔적을 새길 수 있도록 허락해왔다. 유감스럽게도 인류의 역사에서 단지 세 사람만이 대륙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겨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스스로 대륙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륙을 설계하고 경영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어야 대륙은 한 인간의 지배를 허락하였다. 우리가 잘 아는 알렉산더 대왕과 칭기즈칸이 이러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 인물이자 대륙이 허락한 인류 최후의 정복자는 누구일까? 바로 14세기 중앙아시아가 배출한 아미르 티무르(Amir Temur)이다.

▲ 아미르 티무르의 초상 ⓒ//orexca.com
고향인 몽골을 떠나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후 몰락해버린 역적 가문에서 태어나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종교에 심취한 아버지 슬하에서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아미르 티무르였지만, 그는 800년마다 한 번씩 유라시아의 밤하늘을 밝힌다는 별 중의 별 "샤히브키란"의 기운을 타고 태어났다. 아미르 티무르는 기존의 유목민들과 달리 문무를 겸비하면서 성장하였으며, 그의 성장을 두려워한 삼촌의 살해 위협을 극복하고 마침내 중앙아시아 몽골 동포들 사이에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아미르 티무르는 중앙아시아 통일 전쟁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으며 급기야 세이스탄 전투에서 화살을 맞아 오른쪽 팔다리에 부상을 입고 평생을 절름발이로 살아야만 했다. 그의 서양식 이름인 테멀레인(Tamerlane)은 '절름발이 티무르'에서 유래한다. 이러한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침내 중앙아시아를 통일하였다.

아미르 티무르는 120여 민족이 공존하는 중앙아시아의 다민족·다문화 사회를 소통과 화합으로 이끌면서 수니와 시아에 염증을 느껴 발생한 이슬람 수피즘을 장려하여 자신의 국가를 새로운 세력을 키웠으며, 천재적인 군사 전략과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1000일이 넘는 원정을 떠나 국제전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토대로 그는 실크로드의 부활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륙을 설계하였다. 그는 제국의 수도였던 사마르칸트를 14세기 당대 최고의 도시로 만들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유라시아의 경제, 무역, 문화를 발전시켰다. 특히 1402년 중세 최대의 전투인 '앙카라 전투'에서 유럽을 넘보던 오스만제국을 초토화시켜 유럽의 구세주가 되었으며, 이후 유럽 사회는 그의 대륙을 향한 전략과 설계를 배워서 근세의 토대를 만들 수 있었다.

닫힌 중세의 중앙아시아를 열고 세계를 소통시켜 근세의 발판을 만든 아미르 티무르는 1404년 중국의 명(明)을 정벌하러 떠났다가 오트라르에서 병으로 위대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나이 69세였다.

그러나 그는 역사 속에서 정말 완벽하게 사라졌다. 알렉산더 대왕과 칭기즈칸만큼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그를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역사 속에 사라지게 만들었을까? 아니 방치하도록 만들었을까?

후대의 역사가들은 그를 천재적인 군사 전략가이면서 잔인한 학살자라고 평가한다. 천재적인 군사 전략가라면 알렉산더 대왕과 나폴레옹처럼 평가가 있었을 것이고, 한 번도 국제전에서 패배하지 않았다면 칭기즈칸처럼 분석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전쟁 과정에서 파괴와 학살을 자행했다면 칭기즈칸과 히틀러처럼 연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다.

14세기의 유라시아 대륙을 설계하고 경영하였던 아미르 티무르는 중세에 번영한 아시아의 마지막 선과 근세를 만든 유럽의 출발선에 서 있었던 인물이다. 따라서 한 세기에 걸쳐 동시대를 지배했던 그를 배제하고 근세의 출발과 발전을 논하기는 힘들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면, 아미르 티무르 사후에 진행되었던 정화(鄭和)의 대항해, 근세 유럽의 출발선인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와 유럽 국가들의 해양로 개척, 인도의 무굴 제국 등은 그와 연관성을 가진다.

실제로 위의 사건들과 연관된 역사 문헌들은 아미르 티무르를 배제하고 시작한다. 서구 학계는 근세 유럽의 르네상스와 이후 근대로의 발전은 자체적인 역량에 의해서 탄생한 것이라고 대부분 주장한다. 그러나 문헌을 살펴보면 유럽의 중세는 오늘로써 끝나고 내일부터 바로 유럽의 근세가 시작되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세상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신(神)만이 할 수 있다. 장기간에 걸쳐 중세 기독교의 암흑기를 경험한 유럽 사회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근세라는 거대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 이러한 논의가 지금 진행되고는 있지만 아미르 티무르는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

20세기 말 거대한 구소련이 무너지고 대륙이 긴 잠에서 깨어나 다시 움직이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 과거 대륙국가들이 부활하고 대륙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그런데 14세기 아미르 티무르가 중앙아시아를 발판으로 국가를 세우고 제국을 만든 시점이 이와 유사하다. 다시 말하면 거대한 몽골제국이 무너지고 대륙이 복잡하게 진행되던 상황이 지금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에는 중세를 넘어 근세가 들어서는 초입이었으며, 현재는 현대를 넘어 또 다른 세기로 들어가는 문턱에 있다는 공통점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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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르 티무르>(성동기 지음, 써네스트 펴냄). ⓒ써네스트
이 시점에서 이제 역사 속에서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는 도대체 어떠한 인물이었기에 역사가 그를 숨겨야만 했는지를 밝혀야만 한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역사 속에서 철저하게 누군가에 의해서 사라졌지만 그의 대륙을 향한 위대한 전략과 설계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다른 누군가에 의해 지금도 살아남아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21세기는 세계를 움직였던 위대한 인물을 복제할 수 있지만 21세기를 움직이려는 자는 위대한 인물의 전략을 진화시키고자 한다는 것을.

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아미르 티무르를 말해야만 하는가? 현재 지구촌은 대륙이라는 섬을 없애려고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구상 중에 있다. 예를 들면, 한국과 일본의 대한해협을 연결하려는 해저 터널 구상, 미국과 러시아의 베링해를 연결하려는 해저 터널 구상, 스페인과 모로코의 지중해를 연결하려는 해저 터널 구상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물론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러한 구상의 종점은 대륙이 연결되는데 있다.

만약에 위의 구상이 실현된다면 세계는 5대양 6대주가 아니라 5대양 2대주로 바뀔 것이다. 섬이 대륙에 붙어 대륙이 확장되고 그 대륙들이 다시 붙어 거대한 대륙으로 인식되는 시대는 과거 지구가 하나의 땅덩어리로 존재했던 판게아 시대가 새롭게 시작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우리는 이를 '뉴 판게아(New Pangaea)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과거 지구가 하나의 땅덩어리였을 때 살았더라면 모든 인류는 어쩌면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누어진 대륙에서 살게 된 인류는 지금과 같이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가지게 되었다. 뉴 판게아 시대의 도래는 바로 균열되고 이질화된 세계가 다시 뭉쳐지는 것을 의미한다.

뉴 판게아 시대에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첫째, 다인종·다민족·다문화가 보편화된다. 둘째, 자원을 통한 새로운 질서가 구축된다. 미래에 부족한 식량 자원, 지하자원, 에너지 자원을 두고 통제할 수 없는 충돌이 발생할 것이다. 셋째,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면서 아미르 티무르를 찾아야 하는가? 우리가 뉴 판게아 시대에 대륙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먼저 잃어버리고 있는 대륙 경영 마인드를 찾아야한다. 이러한 마인드를 우리에게 제시해 줄 위대한 인물들, 다시 말하면 실질적인 국경이 없는 다인종·다민족·다문화가 존재하는 대륙을 정복하여 판게아와 같은 하나의 거대한 대륙을 설계하고 경영하였던 인물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하면, 우리와 같은 상황에 처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대륙을 경영하였던 자가 적합할 것이다. 분명 세계사에는 우리와 같이 대륙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는 바람에 대륙 마인드를 잃어버린 인물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여 대륙을 다시 설계하고 경영하여 역사에 길이 남은 위대한 인물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21세기는 유라시아 시대이다. 남북이 통일되거나 북한이 철길을 개방한다면 우리는 조상의 뿌리인 바이칼 호수까지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부산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머지 않았다. 나아가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하기 이전의 역사에서 유라시아 유목민들이 유럽, 아프리카까지 거침없이 달려갔던 것처럼 우리 앞에 대륙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대륙이 열리기 전에 우리는 대륙을 이해하고 설계하고 경영할 수 있는 대륙 경영 마인드를 회복시켜야 한다. 필자는 알렉산더 대왕과 칭기즈칸이 아니라 아미르 티무르에게서 대륙 경영 마인드를 찾자고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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