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개봉 도중 상영중단된 것은 인터넷 게시물 하나 내린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영화는 건물과 비슷하다. 건물 하나 짓는 데 건축가부터 시작해서 벽돌 한 장을 나르는 막노동꾼까지 생계를 건다. 영화 하나 찍으려면 감독부터 라이트나 마이크 하나 들고 있는 사람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모아져야 한다. 냉정하게 숫자로 따져 보자면 평균 제작비가 30억 원 정도가 들고 개봉까지 했다면 평균 10억 정도의 홍보 및 광고비용도 거의 지출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영화계가 거세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생계를 모으고 그에 대한 대가를 엄청난 돈으로 치른 후에 영화를 만들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상영이 중단된다면 앞으로 누가 영화를 만들겠는가. 아무도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라이트나 마이크 들 사람도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고 결국 영화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알 수 없는 이유"이다. 모든 영화가 비용회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영화가 개봉 후 원하는 만큼 길게 상영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천안함 프로젝트>는 개봉 후 이틀 동안 다양성 영화 예매율 순위 1위, 전체 영화 예매율 순위 9-11위를 달릴 정도로 흥행성이 검증되었던 영화이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들어도 극장에서 내려져야 한다면 도대체 영화인들은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어차피 밝혀질 리가 없고 영화 <26년>의 제작을 MB정부 5년 동안 유예시켰었던 '보이지 않는 손'이 다시 작용했을 개연성이 농후하지만 그건 우리 분단사회의 상수이다. 나는 그 상수가 작동하도록 허락하는 영화산업의 구조에 집중한다. <천안함프로젝트> 상영을 거부한 CGV와 롯데, 이번에 이틀만 상영하고 내린 메가박스의 스크린 수는 우리나라 전체 스크린 수의 90%이다. 3군데만 담합하면 90%를 내릴 수 있으니 압력을 행사해볼 유혹을 느껴을 것이다. 수십군데에 연락을 해야 한다면 유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또 그렇게 시장지배력이 있는 기업이니 '특권층적 감수성'을 가지고 전화를 받아주었을 것 아니겠는가. 스크린이 이렇게 독과점된 상황에서는 앞으로 어떤 영화들이 어떤 이유로 내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앞으로 어떤 영화들이 어떤 이유로 아예 올려지지도 못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작년 겨울 숱한 찬사 속에서도 이른 새벽이나 아침이 아니고는 볼 수 없었던 <범죄소년>이 생각난다.
물론 '보이지 않는 손'을 놓쳐서는 안된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상영 중단 상태로 표현의 자유 이슈가 된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원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영화였다. 신상철 씨가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군의 고소로 명예훼손 형사재판을 받게 되자 정지영 감독이 그야말로 언로를 뚫기 위해 제작자로 나선 영화이다. 명예훼손 형사처벌제도는 권위주의 정부들에 의해 반대파들을 탄압하기 위해 남용되는 제도다. 국제인권기구들이 반복해서 폐지권고를 내리고 있는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PD수첩> 광우병 보도 재판처럼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이용되고 있어 창피했는데 신상철 재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신상철 씨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다면 이 영화는 제작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영화 마저도 극장들의 담합으로 또는 해군의 입장을 옹호하는 보이지 않는 손 때문에 상영을 못하게 되다니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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