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사업장들이 노조 파업시 ‘손해배상.가압류’를 노조에 대항하기 위한 ‘노조 압박수단’으로 사용해온 행위에 법원의 제동이 걸렸다.
***법원, 발전 손배소송 기각 판결 “실질적 손해 없어 노조 배상책임 없다”**
서울지법 민사42부는 지난해 2~4월 발전노조 파업과 관련, (주)한국동서발전이 노조와 노조핵심간부 10명을 상대로 낸 31억6천8백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발전노조의 파업에 대해 “민영화에 따른 구조조정은 단체교섭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고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파업기간 실제 매출상 손해보다 이익이 더 많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지급하지 않은 임금이 대체인력비보다 훨씬 많다”며 원고패소 판결 이유를 밝혔다.
즉 파업기간 중 실제 손해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불법파업일지라도 노조가 이를 부담할 책임이 없다는 것으로 사측은 그동안 손배.가압류를 통해 노조와 노조원을 부당하게 압박해 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동안 노조에 대한 수억원~수백억원대의 손배.가압류로 일부 노조원들이 자살하는 등 지나친 손배.가압류 행위는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법원이 파업기간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측이 노조에 대해 청구한 3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사측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파문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1월 두산중공업 노조대의원 배달호씨와 최근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주익씨의 직접적인 자살 원인이 사측의 수백억원대 손배.가압류를 동원한 노조 압박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고, 민주노총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44개 사업장에서 1천7백억원대의 손배가압류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번 법원의 판결이 앞으로 노사분규와 이에 따른 손배소송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파업기간 손실보다 매출액이 더 많아 손해 인정되지 않아**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파업기간 중 매출이익 감소로 호남화력발전소에서 24억7천여만원, 울산화력발전소에서 24억2천여원 등 합계 48억9천여만원손해를 봤다”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 “원고의 손해는 인정되지만 (파업으로) 당진화력 3호기, 울산화력 1호기, 동해화력 1호기의 계획예방정비공사를 연기하거나 이를 가동함으로써 얻은 수익이 58억3천여만원으로 원고 회사의 손실을 초과해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연기된 예방정비공사를 (파업기간 후에) 실시하면 다시 손해가 발생한다”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 “한전으로부터 분사 후 예산절감을 위해 예방정비공사 주기 장기화, 정비공사기간 단축 등의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보이고 정비공사 주기가 확정됐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계획예방정비공사가 순연된 기간만큼 정비공사의 주기도 뒤로 늦춰지게 된다”며 “결국 그 가동연한 내에서는 계획예방정비공사가 순연된 기간만큼 당해 발전기의 가동률이 증가돼 전력판매이익도 증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대체인력 인건비보다 미지금 임금이 더 커**
재판부는 원고측이 부담한 파업기간 대체근로비용 18억9천여만원에 대해서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의 합계가 51억여원”이라며 대체근론 관련 손해를 인정치 않았다.
이밖에 회사의 인사, 급여, 후생 등의 관리를 위한 정보시스템 임차비용 손해 주장에 대해서는 노조에 전산관련업무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회사가 파업 기간중 실시한 신문, 방송 광고비는 쟁의행의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발전노조는 발전산업의 민영화에 반대해 지난해 2월 24일부터 4월 3일경까지 파업을 벌여 조합원 5천6백7명중 약 5천3백80여명이 파업에 참여해 95.9%의 파업 참가율을 보였으나, 불법파업에 대한 정부의 공권력 투입으로 업무에 복귀한 뒤, 사측은 파업기간중 손실에 대해 손배.가압류를 실시했다.
사측은 당초 노조 조합비뿐만 아니라 노조 조합원 개인에게까지 손배.가압류를 실시했다가 두산중공업 사태로 인해 조합원 개인 손배.가압류를 해제한 바 있다가 이번 법원의 기각 판결을 받게 됐다.
***노조 압박용 손배.가압류 시정돼야**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여타 손배.가압류가 진행중인 사업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한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현재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손배.가압류가 진행중인 사업장 중에도 하청업체 등의 대체근로 인력 투입 등으로 영업이익상 실제 손해가 없는 사업장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사업장 별로 사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발전노조와 같은 판결을 모두 받기는 힘들거라 예상한다”면서도 “그러나 손배.가압류가 실제 손해보다 영업손실 등을 부풀려 청구해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실제 손해를 판단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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