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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은 돈이 없다고?

[벼랑 끝 31년, 희망 없는 강의실·27]

대학은 지칠줄 모르고 건축 공사 중

우리나라 대학은 돈이 없다. 이 말은 대학 시간강사들의 교원지위 부여나 강의료 현실화, 강사처우개선문제가 제기될 때 마다 대학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돈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대학은 국공립·사립을 불문하고 어디에서나 공사 중이며 지칠 줄 모르고 건축공사는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항상 돈이 없다고 한다. 그리하여 매년 학생등록금은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비율로 인상하여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은 항상 열악하다고 한다.

또한 국가의 교육예산에서 고등교육 부분에서 차지하는 비율 또한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2005년 OECD 국가의 GDP 대비 고등교육부문 공공재원 평균 비율은 1.1%. 한국은 0.48%에 불과) 고등교육이 국가 발전에 차지하는 중요성을 다시 논할 필요가 있게냐마는 왜 정책집행은 거북이 걸음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 인재강국 아니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어디에서 기르며 세계의 젊은 인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월성을 갖춘 젊은이들을 어디에서 가르칠 것인가를 반문하고 싶다. 고등교육 즉 대학교육이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자신을 가르치는 절반의 교수들이 대학 시간강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입학하며 그것도 3~4학년 정도가 되어야 어렴풋이 정규직교수와 시간강사를 겨우 구분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은 교육의 질로는 구분이 안 되고 주로 연구실이 어디 있느냐, 어느 건물 몇 호냐 물을 때 자동차 넘버를 이야기하게 되면 아 이 분은 정규직 교수가 아니고 시간강사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정도이다. 이미 누차에 걸쳐 시간강사의 현실은 제기가 되었고 현실상황도 소개가 되었기에 더 구차하게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기서 하나의 예만 더 들어 보자. 4년제 일반대학의 경우 엄청난 수의 컴퓨터를 대학에 보유하고 있다.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 8000대 이상의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1대 평균 100만 원으로 산정해 보면 80억 원이며 이를 유지 관리하는데 더는 비용은 얼마가 또 소요되는가?

더 나아가 컴퓨터 1대가 차지하는 면적을 6.6㎡(2평)정도의 면적을 점한다고 하면 5만2800㎡(1만6000평)이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대학 시간강사들이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은 대학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없는 곳도 있고, 600명 정도의 대학 시간강사가 있는 대학의 경우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동연구공간도 99㎡(30평)정도가 주어진 대학도 있다. 컴퓨터가 놓일 자리는 마련이 되어도, 그리고 거기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가 되지만 학생들 교육용이라는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아낌없이 투자가 된다. 그러나 대학은 돈이 없어 강사처우개선은 나 몰라라 이다.

▲ 대학강사는 누구냐? ⓒ장수하

따라서 재정 문제와 관련하여 대학 시간강사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대학 시간강사들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해 달라고 하면 반드시 따라 붙게 되는 것이 물적급부를 어떻게 보장하느냐, 즉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교원지위법정주의에 따라 교원신분을 부여하게 되면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등의 적용을 받게 되고 따라서 엄청난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교원신분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정부와 대학이 보여준 태도이다.

그러면 입장을 바꿔 학생들 편에서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기관에서 교원이 아닌 사람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대학이외에 어디에 있는가 말이다. 교원 신분을 갖지 못한 대학 시간강사들로 하여금 대학교육의 절반을 담당하게 해 놓고 온갖 편법과 굴절된 형태로 대학의 입맛에 맞게끔 법을 개정하여 온 정부와 국회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현재 재학 중인 대학생들에게 이러한 대학교육현실에 대해서 이제 진실로 양심고백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그렇게 인내심이 강한 것 같지 않다. 불의 불편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 정치적 민주화를 위해서 몸과 마음을 바쳐 그리고 목숨을 바칠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런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줄 의무가 국가와 대학에 있지 않는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나서 일자리를 논하는 것이 순서상 맞지 않는가 말이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현재의 대학교육은 예전의 고등학교 수준이라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그것은 사회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는데 반해 교육이 그것을 앞질러 가지는 못할지언정 뒷북을 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본다.

교육은 위촉하되 교권 부여 안하는 기이한 현상

교육은 위촉을 하되, 교권은 부여하지 않는 기이한 현상, 즉 교원지위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하는 극심한 차별은 그 정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힘이 없는 대학강사들이 결사체를 구성하여 끊임없이 교원지위를 부여해 달라고 외쳤지만 아직도 무소식이다. 현재 대학교육의 절반 가까이를 대학시간강사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이들의 처우는 소위 말해 비명을 지를 정도의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정부나 국회, 대학마저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30여 년을 유지해 왔다.

교원지위 부여와 직결되는 것이 바로 재정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부도 대학도 이 문제를 방기해 왔던 것이다. 또한 교과부나 그 어느 기관에서도 정확하게 현재의 대학강사 수를 말하지 않고 있고, 추정치만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중복되는 숫자를 가감해도 순수전업강사는 5만 명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확한 숫자가 파악되어야 법적 신분이 변화되면 이에 따라 재정문제를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해 달라고 하면 교과부나 대학측이 난색을 표명하는 제일의 문제는 재정이다. 한마디로 교원지위법정주의에 의해 교원지위를 부여하면 이에 따른 물적 급부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가 나오면 대학은 돈이 없고, 교과부는 예산편성권을 가진 부처로 떠넘기는 식으로 일관해 왔다. 돈이 없다고? 대학도 없고 정부도 없다면, 그러면 폐업을 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그런데도 IMF 때 부실기업을 정리한다면서 투입한 공적자금은 얼마며, 대학이 소유한 자산규모는 얼마이며, 주요사립대학 누적 이월금은 또한 얼마인가? 사립대학의 누적이월적립금은 2002년부터 4년간 총 1조6000억 원이 증가해 2006년 총 155개 대학의 누적이월금은 31.9% 증가한 6조8503억 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면 매년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등록금 인상률은 정부나 대학이 돈이 없기에 그 모든 것을 학부모 학생들에게 전가해 왔다는 것인가?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고등교육이 국가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해왔으며 대학에서 키운 인재가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온 적이 있는가 말이다.

나아가 대학강사 처우개선문제와 등록금 인상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어느 대학이건 시간강사들의 강의료 예산은 대학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정도에 불과 하다. 이하인 대학도 있고 그것을 조금 넘는 대학도 있을 뿐이다.

대학 시간강사들이 교원신분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이것이 핵심 요구사항인데, 이를 과도하게 확대해석하여 모든 물적급부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하여 돈이 없어 곤란하다고 한다.

국가 발전과 인재육성에 중대한 고등교육, 그 고등교육의 절반을 담당하는 대학 시간강사들이 교원 신분이 아니라 지식전달의 매개체 역할로 그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과연 대학시간강사는 교원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이는 '고등교육법'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시간강사들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는 교원들의 지위를 보호하고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는 법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교원예우에 관한규정',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교섭 협의에 관한 규정', '교원징계처분 등의 재심에 관한 규정', '대한교원공제회'등이다.

그러나 대학 교육의 절반을 담당하는 대학 시간강사들은 그러한 법들과 전혀 무관한 시간제 노동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바로 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간강사는 교원이 아님으로써 받는 불이익을 교원지위 회복과 동시에 일시에 이 모든 혜택을 보장하라는 것이 아니다.

한편 법적 장치를 마련할 때 가장 간단하게 대학시간강사들을 제외시키는 가는 법 조문 자체를 보면 누구나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그 법조문의 제일 끝에 괄호하여 '(대학시간 강사 제외)'라고 표기 하면 그것으로 대학 시간강사들은 그 법에서 제외되는 간단한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법적 제도적인 차원에서 볼 때 완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대학 시간강사의 문제는 이제 국가 차원에서 해결을 모색해야 할 차례가 되었다고 본다. 참여정부는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떠들어 되었고, 인재강국이 5대국정지표에 있는 현 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지난해 교과부가 대학자율화 2단계 방안을 내놓았을 때도 대학시간강사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안이 전무 했다.

현재 대학 정규직 교수사회와 대학운영자들은 지금 이대로의 방식을 내심 원하고 있다고 본다. 말로는 시간강사들의 처우개선 운운 하지만 자신들의 파이가 깎일 것을 우려하며, 경영적인 측면에서 과도한 인건비 지출 및 경상비 증액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되며, 따라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을 통하여 끊임없이 입법저지 로비를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들이 이렇게 양적팽창을 할 수 있었고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가 시간강사를 착취함으로써 가능했음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교원지위 부여에 단 한 푼의 재정도 필요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항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때 시간강사들이 교원 신분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사안이다. 법을 개정하여 명실상부하게 교원신분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자긍심을 가지고 교육자로서 교육에 임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과연 법을 개정하는데도 엄청난 재원이 소요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다. 교원신분을 부여 하는 데는 단 한 푼의 재정도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달리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즉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교원지위법정주의에 따라 신분이 바뀌면 물적급부까지 보장해줘야 한다. 그런데도 교원신분만을 보장 하라는 것은 꼼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학들이 과연 그렇게 규정을 준수하고 엄격한 법 논리대로만 대학을 운영해왔는가 반문하고 싶다. 정부와 국회 또한 법을 준수하여 대학을 통제해 왔는가?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30여년 이상 누적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기에 작금의 대학 현실에서 재정문제를 넘어 학생들을 생각하면 교원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며, 그 외 문제는 후차적인 문제이다. 지금 현재의 정규직 교수사회가 누리는 모든 혜택을 다 보장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사안마다 세밀한 정책검토가 따라야할 문제들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교원지위법정주의에 따라 물적급부를 보장하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의 강의(교육)와 연구 조건을 갖추어 달라는 것이다.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원지위 회복과 동시에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문제도 1~2년 경과과정을 거치면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4대 보험의 보장도 마찬가지로 재정문제가 따르기에 정책적 검토를 거쳐 최소1~2년의 심의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그리고 대학들이 우려하는 연구공간 문제도 개별 연구공간보다 학과(부), 또는 계열별로 공동연구공간을 보장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끝으로 고등교육 부분에 "특별교부금법"의 제정을 통하여 대학을 지원하면 어느 정도는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할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를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예산은 0.6%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3%만큼 예산을 증액시키려면 1년에 7조 원 정도가 든다. 이는 대학원생을 포함한 모든 고등교육기관 재학생 등록금 총액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 눈 내리는 국회 앞의 마박사. ⓒ김영곤

한가지 남은 문제는 시간강사들에게 교원지위부여와 동시에 전임교원확보율 산정에 포함하느냐하는 문제는 또 다른 별도의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며, 대학 시간강사들의 처지도 마찬가지로 개별적 사정이 상이함을 고려한 것이다.

이러한 총체적인 고등교육의 부실은 결국 국가 장래를 기약할 수 없게 만들 것이며, 교육의 효과는 백년후(敎育百年大計)에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요구된다. 왜 한국은 교육문제에 대한 접근에 교육행정가와 실제 교육자의 관점이 괴리하는가? 문제는 여기서도 출발한다고 본다.

나아가 대학 시간강사 문제 해결을 시장 메케니즘에만 맡겨서는 해결되기 어려우며 정부의 개입이 요구된다. 이는 국가 폭력에 의해 교원지위가 박탈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방식의 개입으로 첫째, 법률적 지위나 급여 개선 문제는 대학에 대한 규제라는 형태의 개입이 요구되며 둘째, 교육(강의)와 연구 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지원을 통한 개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다. 국가가 대학등록금의 절반을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을 정부지원학자금융자제도나 후불제로 하면, 공약도 실천할 수 있고,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으로 5대국정지표 중의 하나인 인재강국이란 국정목표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 길에 바로 대학 시간강사 문제의 해결이란 과제가 놓여 있는 것이다.

*이 연재는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회의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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