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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던 외침은 여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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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던 외침은 여전한데…" [왜 나는 자율형 사립고를 반대하는가]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면 들로 산으로 뛰어다녔던 기억, 중·고등학교 시절, 새롭게 배우는 내용이 재미있던 수업 시간, 시험 기간을 빼고는 만화책도 보고, 새로 생긴 빵집에서 맛있는 빵도 사먹던 시절…. 나의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의 추억은 그때로 돌아가고픈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난 후에 학창 시절의 기억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로 추억할 수 있을까, 방과 후 뛰놀던 운동장을 그리워하며 유년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지금의 교육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떻게든 고3만 지나가라, 대학만 가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며 입시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지나가기만 기다리던 아이들이 고3시절이 끝나기 전에 학교 옥상에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지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중학생, 초등학생까지 무한 경쟁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지금 교육의 현실이다.

▲ 최순영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자율형'이라는 외피를 쓴 귀족학교, 자율형사립고의 설립 기준이 완화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경기권의 많은 학교들이 자사고 신청을 하고 있다. 연간 등록금 1000만 원이 넘고 자사고를 다니기 위해 퍼부어야 하는 사교육비는 그 배가 넘는 비용이 든다는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그런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득 상위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자사고는 교육의 공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교육의 시장화, 차별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심지어 계급 상속 사회로 가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나라의 교육은 개인의 영역이 아니라 엄연히 공적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교육당국은 힘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돈과 권력을 이용해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마저 짓밟고 있는 것을 오히려 돕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좋은 고등학교에 가야 하고, 좋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좋은 중학교, 좋은 중학교를 위해 초등학교, 아니 그 이전부터 교육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은 그 어디에도 없는 듯 보인다.

지난 봄, 일제고사를 거부하며 체험학습을 떠난 아이들이 따온 딸기를 먹은 기억이 있다. 빨갛게 잘 익은 딸기에 담겨진 아이들의 평등하고 소중한 꿈을 입안에 담으며 어른들이 해주어야 할 몫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자사고 설립 반대 1인 시위를 하면서 오래전 학창시절을 행복하게 추억하는 나처럼 한창 꿈을 갖고 커나가야 할 아이들이 이 사회의 어른이 되었을 때 돌아가고 싶은 학창시절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다시 한 번 무겁게 가져보았다.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고 외치던 아이들의 외침이 아직도 귓가에서 큰 소리로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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