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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사망·94명 구속·125억 손배소·9억 가압류…쌍용차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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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6명 사망·94명 구속·125억 손배소·9억 가압류…쌍용차는 지금? [쌍용차 파업, 그 후①] 철옹성으로 변해버린 평택공장
2009년 8월 6일,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은 77일간의 옥쇄 파업을 마치고 공장 문을 나섰다. 직접적으로는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로 시작된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더 원인을 파고 들어가면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해외자본의 국내기업 인수의 예고된 비극, 노동자 입장에서 따지면 한국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성이 낳은 칼바람이었던 쌍용차 사태는 한국사회에서 큰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로부터 200여 일이 지난 지금 파업 참가 노동자들은, 쌍용 공장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디쯤에 서 있는 것일까?

미행(美行)과 쌍용 파업 참여 노동자, 가족들 그리고 금속노조를 비롯한 다양한 노동, 정치, 사회 단체들과 현장 활동가, 르포작가, 교수, 작가, 블로거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각의 관점에서 오늘을 진단해본다. "파업 그 후"부터 "88만원 세대와 쌍용"을 거쳐, "한국 사회와 노동자 파업"에 이르기까지 그들과 우리가 처한 오늘을 기록한다. 편집자


지난 해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이 끝난 지 훌쩍 반년을 넘겼다. 대규모 정리해고 문제를 둘러싸고 자본과 노동자들의 대리전으로 인식되었던 77일간의 비타협적 파업투쟁은 새로 단장된 쌍용자동차 도장 공장처럼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국가권력과 자본이 합동하여 생존권 사수를 외쳤던 노동자들을 잔혹하게 진압했던 쌍용차 파업,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대규모 실형 선고에 임금채권 및 집에 대한 가압류까지…

그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만 나열해 보아도 현재 상황의 본질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형사책임과 관련해 노동조합 단일사건으로 최대인원인 무려 94명이 구속됐다. 이 가운데 22명이 지난달 12일 선고를 받았는데, 한상균 지부장이 징역 4년, 지부 간부 7명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10명은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또 다른 4명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일반 조합원 30명은 1인당 200~400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아마도 이 약식명령서는 파업에 참가한 다수에게 계속해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민사책임과 관련된 부분을 보면 이미 지난해 5월 28일 쌍용자동차가 한상균 지부장과 상집간부 9명에 대해 5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낸 바 있다. 한 달 뒤인 6월 22일 다시 쌍용차지부 및 간부, 조합원 등 191명을 상대로 5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됐고, 7월 13일에는 민주노동당과 금속노조, 사회단체 등 62명을 상대로 또 5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이 걸렸다.

경찰도 가담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7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회단체의 간부들 60명을 상대로 2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총 청구된 금액이 무려 125억 원에 이른다.

가압류도 잇따랐다. 지난해 10월 19일 쌍용차지부 간부 및 조합원 65명을 상대로 20억 원의 가압류를 신청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이 제기한 가압류 일부가 인정되어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67명, 금속노조 28명, 기타 6명에 대한 6억7000만 원의 임금채권이 가압류 됐다. 또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15명, 금속노조 조합원 7명이 소유한 집에 대해서도 2억2000만 원 상당의 가압류가 결정됐다.

▲ 국가권력과 자본이 합동하여 생존권 사수를 외쳤던 노동자들을 잔혹하게 진압했던 쌍용자동차 파업,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프레시안(손문상)

'살려주기로' 했던 48%는?…社, '산자'들마저 44명 징계해고

그렇다면 48%의 고용을 지켜주기로 했던 지난해 8월의 노사 합의는 지켜지고 있을까?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정리해고 대상자 2646명 가운데 이미 파업 이전에 150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8월 6일 노사 합의 당시 남은 976명 가운데 48%인 467명의 무급휴직자 가운데 또 150명이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징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일명 '산자'이면서도 파업에 참여했던 144명에 대해 해고 등 징계가 결정됐다. 44명이 해고됐고, 62명이 정직됐으며, 30명은 경고·견책·감봉됐다. 5명만이 의결보류 결정을 받았다. 같은해 12월 21일 열린 징계위원회의 재심에서 해고 및 정직은 최종 확정됐다.

파업 이후 조합원들의 상태도 확인해보자. 투쟁 과정에서 뇌출혈, 심금경색, 자살로 인해 목숨을 끊은 사람이 이미 4명이나 됐다. 충격으로 조합원의 가족이 사망한 경우도 2명으로 77일의 파업 동안 모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파업이 끝난 후에도 후유증과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해 2명이 자살을 기도했다. 이밖에도 경찰과 용역의 폭력으로 인해 골절 등 중상자 포함 현재까지 70여명이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200여 명이 한꺼번에 대리운전으로

▲ 공장 안은 노동자들의 목구멍을 볼모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철옹성으로 변해버렸다.ⓒ프레시안(손문상)
이런 것들만 보아도 점거파업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법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적·법적 가혹행위는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지키기 위하여 자신의 땀과 노력이 배인 공장에서 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고, 임금과 주택을 차압당하고, 또다시 수백 명이 공장을 쫓겨났다. 파업 종료 직전 48:52의 합의로 정리해고 대상에서 간신히 제외되어 살아남은 무급휴직자들조차 복귀 여부마저 알 수 없고 쌍용차지부 노동조합 사무실은 파괴된 채 폐쇄되었다.

파업 후 공장의 노동 강도는 17잡(job)에서 22잡(job)으로 증가할 만큼 훨씬 강화되었으나 누구도 감히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상태다. 수백 명의 대기자들이 공장 밖에서 줄을 서 있으니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란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의 회사 출입은 철저히 봉쇄돼 있고, 회사의 사주로 민주노총 탈퇴를 주도하고 새로이 설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장안 '독립노조'는 노와 사는 없다며 회사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공장 안은 노동자들의 목구멍을 볼모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철옹성으로 변해버렸다. 쌍용자동차 투쟁 이후 쫓겨난 노동자들 상당수가 취업을 시도하지만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엄두를 내기 어렵고 많은 이들이 임시직, 일용직 '노가다', 심지어 200여 명이 대리운전으로 나설 만큼 생활이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경찰도, 용역도, 구사대 누구도 처벌 받지 않은 '불법적 법치'

반면 경찰은? 누구도 처벌을 받거나 징계를 받은 사람이 없다. 단수, 단전은 물론이고 심지어 의약품 및 음식물의 반입마저 차단하는 등 반인도적 행위를 자행했음에도 말이다. 파업노동자들을 향해 사용이 금지된 발암물질이 든 최루액을 마구마구 뿌려대고 대간첩 및 대태러 작전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다목적발사기(고무탄총)를 발사했지만 그렇다. 순간 수만 볼트가 발생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전자총을 얼굴에 쏘아대고 도망가거나 쓰러진 노동자들을 쫓아가 방패와 곤봉으로 폭력을 휘둘렀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용역과 구사대도 마찬가지다. 파업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대형새총으로 파업노동자들을 향해 볼트·너트를 발사하고 공장 밖으로 나와 수많은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각목 등을 사용하여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가하던 용역과 구사대들 중 누구도 처벌받거나 징계를 받은 자가 없다. 대항하여 서로 싸웠건만 경찰과 자본의 편에서 훨씬 강력한 폭력을 휘두른 자들에 대해서는 조사 자체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정권이 폭력경찰을 동원하여 방어해주려고 한 실체는 자본이요, 그들이 짓밟으려한 실체는 노동자들과 그들을 지원한 노동조합,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한 국민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반증해준 것이다.

이처럼 현 정권의 부자감세, 복지 축소 등을 통한 자본계급에 유리한 재분배 정책, 그리고 사용자 편향의 억압적 노동정책, 이로 인해 초래되는 국민들의 저항을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과 검찰의 수사권으로 통제하는 불법적 법치(불법적 법치란 독일의 철학자 라드부르흐는 '법률적 불법과 초법률적 법'이란 제목의 글에서 법률로써 불법을 저지르거나 또는 그 반대로 초법률적 법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태도의 위험성을 지적한데서 온 말이다)가 쌍용자동차 파업을 통해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권력은 짧고 역사는 길다

그 후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에 자신을 얻은 이명박 정권은 일제고사와 강압통치 기조의 변경을 담은 시국선언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무더기로 기소하고 징계하고, 정권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겠다는 공무원노조의 광고 등을 이유로 공무원들을 무더기로 기소하고 징계하였다. 이 과정에서 통합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함으로써 공무원의 단결권마저 봉쇄하고 있다.

또한 합법적으로 진행하던 철도파업을 대통령 자신이 직접 나서서 진압을 진두지휘하고 파업에 대한 책임을 물어 197명을 해고하고 7262명을 징계하고, 공기업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단체협약을 개악하기 위한 수순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하는 등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파탄지경으로 내몰고 있다.

법원이 교사의 시국선언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무죄라고 판결하자 이번에는 교사·공무원들의 정당 가입 등 정치 활동을 문제 삼아 '중대한 공안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확대하였다. 나아가 교사·공무원들의 정당가입여부를 확인한다며 정당의 모든 정보가 담긴 서버와 계좌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등 더 이상 견제되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사방팔방으로 휘두르고 있다. 우리 현실은 "강화된 경찰력, 정치편향적 검찰, 위축된 법원"으로 상징되는 경찰국가적 독재 상황이다.

이처럼 경찰국가적 독재와 불법적 법치로 인해 노동기본권이 무자비하게 탄압받고 있는 가운데 공장으로부터 쫓겨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공장 밖에 힘겹게 서 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77일간의 파업투쟁은 패배한 것일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을 재개하였고, 지난 2월 7일 쌍용자동차지부에서 지부선거를 치러 3기 집행부를 선출하고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을 선언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조금씩 다시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민중의 삶이 그래왔듯이 쌍용자동차 파업노동자들에게 영원한 패배는 없다. 지난한 시련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이명박 정권과 자본의 폭력에 맞서 비타협적으로 투쟁하였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주체적 경험은 우리 노동자들의 가슴에 또렷이 살아 남아있다. 단언하건대 많은 이들이 민중의 삶을 파괴하는 독재 권력의 횡포에 대한 분노를 잃지 않는 이상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권력은 짧고 역사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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