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특정 시점에 근무한 재직자에게만 주는 정기 상여금은 통상 임금이 아니다”라는 지도 지침을 23일 발표했다.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도 통상 임금”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정기 상여금’ 지급 조건에 “특정 시점에 재직할 때만”이라는 단서를 달면 대법원 판결이 무효가 되도록 조치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늘어난 임금을 추가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 ‘신의 성실의 원칙’ 적용 시점 또한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가 아니라, 기존 ‘단체협약 유효기간’까지 늘려 해석했다. 위법한 임금·단체협약이라도 대법원 판결 즉시 효력이 정지하지 않고, 새 협약을 체결할 때까지는 유효하다고 판정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노동계는 “고용노동부가 대법원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편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2월 18일 내놓은 ‘통상 임금’ 판결의 핵심은 2개월, 3개월, 분기별 등 “일정 기간마다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도 통상 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명절 귀향비, 여름 휴가비, 생일 축하금 등 ‘특정 시점에 근무하는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돈’은 통상 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통상 임금의 조건인 ‘소정 근로의 대가’와 ‘고정성(근무 일수 등에 비례해 지급하는 임금 성질)’이 결여됐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적용해 “근로 여부와 무관하게 재직만이 ‘정기 상여금’ 지급 조건이면 통상 임금이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반대로 “특정 시점에 퇴직한 사람에게 ‘정기 상여금’을 근무 일수에 비례해 지급하면 ‘고정성’과 ‘소정 근로의 대가’가 인정돼 통상 임금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고용노동부가 ‘통상 임금’에 포함되는 ‘정기 상여금’ 범위를 대폭 축소함에 따라, 노사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10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퇴직자에게 정기 상여금을 근무 일수에 비례해 지급하는 곳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고용노동부 지침에 대해 “모든 상여금과 수당 등에 ‘재직자’ 기준을 추가하려는 사측의 편법을 조장할 여지가 크다”며 “‘재직자만’이라는 추가 조건을 붙이면 통상 임금성이 부인된다는 논리는, 기본급도 ‘재직자만’ 지급한다고 하면 통상 임금에서 제외된다는 터무니없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 상여금 등은 소정 근로의 대가라는 성격이 명확한 통상 임금이라고 판결했다"며 "오히려 정기 상여금이 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는 것이 분명한 이상 퇴직자에게 근무일수에 비례한 임금 지급 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신의 성실의 원칙’ 만료 시점도 논란거리다. 대법원은 노사가 기존에 “정기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 소급해 추가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 판결 이후에는 ‘신의 성실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 판결 이후’라는 문구에 대한 노동계와 정부의 해석이 갈린다.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 이후인 지난해 12월 18일부터 발생한 체불 임금에 대해 소급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지만, 고용노동부는 기존 임금·단체협약 유효기간까지 ‘신의 성실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해석했다. 즉, 기존 임금·단체협약이 만료되고 노사가 올해나 내년에 새로운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할 때까지 임금 소급 청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의 지도 지침은 그동안 판례가 인정해 온 체불 임금을 못 받게 하는 것은 물론,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이 판결 이후’를 ‘임금 협약 만료일’까지로 확장 해석하는 것은 노사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대립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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