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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밀어주는 2014년 불온 도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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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밀어주는 2014년 불온 도서들

[프레시안 books] 책으로 되짚는 세월호 참사

어느새 10월이다. 2014년과 작별하기까지 100일도 남지 않았다. 한 해를 결산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세월호를 말하지 않고 2014년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아픔,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 많은 사람에게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그러하다. 유족만의 문제로 몰아가고 싶어 하는 일부 세력의 바람과 달리, 유족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님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단순한 교통사고일 뿐이라고 뻔뻔하게 우겨대는 이들은 하루빨리 이 문제가 사라지기를 바라겠지만, 세월호 참사는 그와 차원이 다름을 많은 국민은 잘 알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사람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끔찍한 자본의 논리, 그걸 바로잡아야 함에도 오히려 방조하고 부추긴 주류 정치 세력, 총체적 무능을 여지없이 보여준 국가 기구, 인간으로서 함께 아파하기는커녕 밑도 끝도 없는 이념 공세만 또 늘어놓은 '빨간 칠 광신도들'…. 2014년 한국 사회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 문제 항목들은 물론 이것만이 아니다. 훨씬 더 많다. 그것들 하나하나가 무겁고 중요한 사안들이다. 진실과 마주하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의 소망과 달리, 며칠 앓으면 자연스레 낫는 감기처럼 세월호 문제도 그저 그렇게 사라질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사람다운 마음을 버릴 수 없는 이들의 숨결이 담긴 책들

ⓒ별숲
4월 16일 그날 이후 반년 가까이 흘렀다. 그사이에 세월호 참사를 다룬 책도 여럿 나왔다. 프레시안 북스에서는 세월호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이 함께 볼 만한 책을 몇 권 소개한다.

<0416>(한겨레, 2014년 9월 펴냄)은 <한겨레>에서 '한국 사회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6월에 공모한 에세이들을 담은 책이다. 먼저 떠난 또래를 생각하며 10대가 쓴 글부터 떨리는 손으로 볼펜을 꾹꾹 눌러가며 썼다는 92세 전직 교사의 글까지 200편의 에세이가 <한겨레>에 왔고, 그중 59편이 이 책에 실렸다. 함께 아파하고 분노할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들의 숨결을 각각의 글에서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세대의 탄생>(궁리, 2014년 8월 펴냄)에서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다. 인디고 서원에서 엮은 이 책의 절반은 위험천만한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나머지 절반은 다섯 명의 기성세대(문인 김선우, 정치학자 박명림, 철학자 이왕주, 경제학자 이정우, 역사학자 한홍구)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어이없는 사고 발생부터 어처구니없는 사후 대응까지 단계별로 살필 수 있는 책으로는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생각의길, 2014년 9월 펴냄)이 있다. 사고 발생 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법률 지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유족 및 진실을 원하는 국민들과 함께해온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작품이다. 출항부터 침몰까지 상황, 사고를 대형 참사로 키운 10대 원인, 진상 규명과는 반대 방향으로 치닫는 대통령의 행태 등을 조목조목, 비판적으로 정리했다.

<세월호 이야기>(별숲, 2014년 9월 펴냄)는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었던 동시인, 동화 작가, 그림 작가 65명이 모여서 쓰고 그린 한뼘그림책이다.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기를 염원하는 비통한 마음을 작품 하나하나에서 느낄 수 있다.

<대형 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사회운동, 2014년 9월 펴냄)는 잊을 만하면 터지고 또 터지는 대형 참사의 역사를 짚으며 구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책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사람 목숨을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무분별한 민영화와 규제 완화를 막을 것, 참사를 책임지기는커녕 솜방망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처벌만 받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일이 많은 기업들을 제대로 처벌할 것(기업 살인법 이야기도 당연히 나온다) 등을 힘주어 말한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이 책들에서 제시한 사항들은 대부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프레시안>을 비롯한 몇몇 언론과 진보적 시민사회에서 줄기차게 지적한 것들이다. 그러나 지배 세력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고 끝내 참사를 불렀다.


반성 없는 저들의 거칠 것 없는 역주행

4월 16일 그날 이후에도 안전한 사회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는 역주행은 계속되고 있다. 상당수 국민들은 그 중심에 청와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적으로,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민영화 흐름은 세월호 참사 후에도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또한 '여당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온몸으로 막고 있고(일부 여당 의원은 유언비어를 유포하기까지 했다) 그 뒤에는 청와대가 있다'는 많은 국민의 이유 있는 믿음을 강화한 건 다름 아닌 청와대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만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만 놓고 봐도, 낡고 위험한 배들의 수명을 대폭 늘려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도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국방부는 <세계화의 덫>을 비롯한 23권을 불온 도서로 지정해 파문을 일으켰다. 국방부의 시대착오 덕분에 이 책들은 더 잘 팔렸다. 국방부가 앞장서서 판매 도우미 역할을 한 셈이다. 물론 국방부가 의도한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한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책들을 보며 2008년 국방부 불온 도서 파문을 떠올렸다. 이 글에서 소개한 세월호 관련 책들을 청와대에서 밀어주는 2014년 불온 도서들 중 일부로 여긴다면 지나친 말일까? 물론 현 정부에서 이 책들을 불온 도서로 지정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참사 발생 가능성을 대폭 높인 위험한 결정이, 침몰하는 배에서 사람들을 제대로 구해내지 못한 무능함이, 참사 후 철저한 진상 규명을 가로막는 후안무치함이 없었어도 이 책들이 탄생했을까? 참사 후 그리 길지 않은 시기에 이렇게 여러 권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 그 모든 것에서 청와대는 자유롭지 않다.

아울러 과거의 망령인 줄만 알았던 '각하 심기 경호'가 스멀스멀 되살아나는 느낌이라고 적잖은 이들이 입을 모으는 이 시대에 감히 대통령의 책임을 따져 묻는다는 점에서도 이 책들은 충분히 불온하다. (관련 기사 : '각하 심기 경호' 위해 헌법 짓밟는 나라 부활하나)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금과옥조로 삼는 시대에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고 외친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월호로 상징되는 참사를 만든 저들은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다운 마음을 저버리지 못하는 이들, 함께 아파하고 공감할 줄 아는 이들만이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며 아프게 반성하는 모습만 보이는 것이 2014년 한국 사회다.

저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권하고 밀어주는 세월호 관련 책들을, 사람답게 아파할 줄 아는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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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말을 못 하니?
……
얼른 대답해 보렴
……
대답해 봐. 다시 태어난대도, 응?
……
응?
……
응?
……

김미희 글, 조경희 그림, <세월호 이야기>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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