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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님은 신이에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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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님은 신이에요, 신" [나는 어린이집 교사입니다①] 당신은 누구의 옆에 서 있나요?
전쟁 같은 날들이 흐르고 있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곧바로 취직했던 광고회사에서 한 달에 30만 원도 못 받고 1년을 일한 후였다. 너무 힘들고 지쳐 그만두었다. 아는 사람이 어린이집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해왔다. 어린이집 출근 첫 날, "진짜 이런 세상이 다 있구나" 싶었다. '착취'에 시달렸던 광고회사가 차라리 나았다.

김지혜(가명, 33) 씨는 그때 스물세 살이었다. 1년쯤 버티다, 이제는 그만둬야겠다 결심을 굳혔다. "오늘은 원장님께 그만둔다고 얘기를 해야지" 마음먹었던 어느 날이었다. 한 아이가 지혜 씨의 마음을 바꿔 놓았다. 지우(가명)였다.

지우는 자폐 아동이었다. 늘 양 갈래로 묶던 머리를 풀어 하나로 다시 묶어줬다고 한 시간이 넘도록 울던 아이였다. 손가락에 감은 밴드를 갈아주려고 해도 난리가 났다. 교사와 상호작용은 전혀 안 됐다. 그런 지우가 그날 지혜 씨를 보고 처음으로 웃었다.

"그만두기 전에 마지막으로 볼 풀 청소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처음으로 저와 상호작용을 하는 거예요. 눈을 마주치고 웃어줬어요. 그 순간이 저한테 딱 꽂혔던 거예요. 내가 공부를 제대로 해봐야겠다, 내가 잘 몰라서 힘이 들었나 봐, 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진짜 어린이집 교사가 되었다.

"나름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시작한 직업인데 지금 '이 지경'이 됐어요."

지혜 씨는 웃었다. "제가 이렇게 웃어도 속이 터집니다"라는 말과 함께.

보육교사로 살아온 10년, "몸도 버리고 속도 터지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고 들어선 길이 아니었다. 노래도 부르고 물감을 뒤집어쓰면서 행복감에 취한 아이들의 모습을 더 자주 보고 싶어 했던 것뿐이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은 교사가 되어 있었다.

김지혜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보육 교사 김지혜(33, 가명) 선생님이 <프레시안>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선생님들이 어린이집을 떠난다…"터질 게 터졌구나"

"살 수가 없어요. 숨도 못 쉬겠어요."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이후 분위기를 묻자 김지혜 씨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그런 날이면 "어머님들에게 바로 반응이 온다"고 했다. 괜히 날카로운 눈으로 선생님을 본다거나, 직접 "선생님은 그러지 않으시죠"라고 묻는 경우도 있단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많이 모이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작은 사건이라도 발 빠르게 공유가 되는 것은 "그런 반응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실질적 필요성 때문이다.

"사건이 날 때마다 그렇게 견뎌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견뎌서 승화시킬 시간조차 없었어요. 다들 '멘붕'이죠. 떠나겠다는 선생님들이 많아요."

경력이 많은 교사일수록, 자긍심이 컸던 교사일수록, 이 사건 직후 조성된 사회 분위기로 큰 상처를 받았다.

김지혜 씨는 어린이집 교사이면서 동시에 다섯 살 아이의 엄마다. 동영상을 보고 "엄마 입장으로 울컥했다"고 토로했다. "해서는 안 될 나쁜 짓"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동시에 김지혜 씨는 물었다. "그 교사는 정말 나쁘지만, 보육교사만 문제인 건가요?"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불신의 절정을 보여주는 사건이에요. 응축되고 응축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시스템 때문에 벌어진 일이죠. 그런 점에서 터질 게 터졌다 싶었어요."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었을 뿐인데, 언론도 정치권도 몰랐다는 듯이 새삼 관련 대책을 쏟아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처음에는 그 교사로, 다음에는 전체 보육교사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더니, 갑자기 '전업맘'이 타겟이 됐다. 김지혜 씨는 "엄마들이 애들을 너무 많이 보내서 이런 사건이 터진 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사는 맡은 아이만 보면 돼요. 어린이집에 보내는 아이들이 많다고 교사에게 부담이 늘어나는 건 아닌 거죠."

한쪽에서는 무상보육이라는 복지제도를 문제의 원인으로 꼽지만, 또 한쪽에서는 보육교사의 처우 등 열악한 노동조건이 진짜 원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김지혜 씨는 둘 다 고개를 저었다. 그럼 진짜 문제는 뭘까.

그 답은 김지혜 씨가 최근 몇 년 동안 겪었던 일들 속에 들어 있다.

물감 수업 못 하게 하고, 엄마들과 대화도 못 하게 하는 원장님

김지혜 선생님은 경기도의 한 시립어린이집 교사다. 가정 어린이집에도 있어 봤고, 민간 어린이집에도 있어 봤고, 다른 시립어린이집에서 일한 적도 있다. 지금의 어린이집에서는 2011년부터 일을 했다. 그런 김지혜 선생님은 지금 징계 중이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일까.

처음 '찍힌 교사'가 된 건, 수업 때문이었다. 원래 프로젝트 연구수업도 하고, 교재도 만들던 지혜 씨는 새로 들어간 시립어린이집에서도 프로젝트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색 물풀을 몸에 묻혀 커다란 상자를 칠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틀어놓고 몸을 움직여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원장 선생님이 지혜 씨를 불러 말했다.

"선생님, 물감 수업 하지 마."

황당했다. 재료비 많이 든다고 할까 봐, 재활용품을 찾아서 수업 재료로 쓰기도 했었다.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 하지 말라는 이유를 물어봤다.

"아 글쎄, 안 했으면 좋겠어. 엄마들도 싫어하고 만 1세에게 물감은 위험해."

맥이 탁 풀렸다. 지혜 씨는 "그 후로도 원장님과 교육관 충돌이 심했다"고 했다. 어머님들과 소통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혜 씨는 고민에 빠졌다. 엄마에게 얘기 해줘야 할까. 원장 선생님은 말렸다.

"엄마가 상처받으니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얘기하면 큰일 난다고. 그런데 엄마들의 입장처럼 이야기는 했지만, 결국 원장님은 껄끄러운 상황을 피하고 싶어하는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본인이 원장으로서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도 말이죠."

어렵더라도, 조금 일찍 부모와 소통을 했더라면, 오해를 받아도 한번은 이야기해볼걸, 자괴감이 드는 일도 있었다. 그 아이 엄마가 '멀쩡한 내 새끼를 이상하게 본다'고 나를 욕해도, 한 마디 얘기는 해볼걸. 그랬더라면 좀 더 빨리 치료받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지혜 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부모들과 소통할 공간이 더 많았더라면, 또 달랐을지 모른다. 그러나 원장님은 부모 교육도 싫어했다. 교사가 부모와 소통하는 것 자체를 반기지 않았다. "3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부모교육을 해본 적이 없다"고 지혜 씨는 말했다. 교사들이 먼저 하자고 해도 원장님은 고개만 저었다.

일상의 사소한 충돌은 쌓이고 쌓여 갔다. '찍힌 교사'가 되고 나자, 서류 한 장도 빌미가 됐다. 원장님은 지혜 씨가 서류를 써서 내면 포스트잇을 붙여서 다시 돌려보냈다. 포스트잇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다시 기록해서 주세요"라는 요구가 들어 있었다.

원장님은 외출하고 돌아오면 CCTV부터 돌려봤다. "꼭 선생님들이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감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교사들에게 출근하면 휴대폰을 제출하라고 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노래 시험도 봤다. 매달 동요 3~5곡을 정해주고, 전체 교사가 모인 자리에서 돌아가며 혼자 노래를 불러야 했다.

"가사 틀려도 다시, 음정 박자 틀려도 다시. 저는 계속 재시험이었어요. 제가 워낙 음치에 박치거든요. 게다가 암기도 정말 못해요. 그런데 무슨 쪽지시험 보는 기분인 거예요. 엄청난 스트레스였어요. 다른 수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어요."

유산 중인 교사에게 "나와서 일해"…엄마들만 믿고 노동조합 만들었는데

동료 교사 다섯 명과 함께 노동조합을 만든 것은 지난해였다.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것은 원장님이 들고 온 새로운 내용의 포괄 근로계약서 때문이었다.

다른 원장님들도 모두 같은 뜻이라며 가지고 온 계약서에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보육교사처우규정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시간외수당도 사실상 안 주겠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미 매달 19.5시간을 초과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 돈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못 받고 있는 수당을, 안 받겠다고 스스로 서명하란 얘기였다.

"계약서 문제로 시작된 거지만, 사실 노조를 만든 진짜 이유는 좀 살아보자고 한 거예요. 원장님 눈치 안 보고 아이들을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해주고 싶었어요."

지혜 씨는 '찍힌' 지 오래였다지만, 다른 동료교사도 선뜻 노조에 든 이유가 궁금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어린이집은 흔치 않다. "저 말고도 다 힘들어했어요." 지혜 씨가 말했다.

"한 선생님은 두 번이나 유산했어요. 유산 휴가도 안 줬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하혈을 하며 유산 중인데 원장님이 나와서 일하라고 한 적도 있어요. 임신한 선생님을, '숲 놀이'가 요즘 트렌드라고, 매일 산에 가게 한 거예요. 그건 원장님 재량이잖아요. 탓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물론 최우선은 아이들이었어요. 2년 동안 평교사로 아무리 원장에게 바른말을 해도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까. 노조를 만들면 우리 얘기를 좀 들어줄까 싶었어요. 장애통합 보육시설인데, 특수반 보조 선생님을 원장님이 자기 행정처리 시킨다고 개인 보조로 쓰기도 했거든요. 특수반 선생님 1명이 애들 3명을 혼자 보긴 힘들어요. 그래서 '원장님 이대로는 사고 나요. 보조교사 넣어주세요' 아무리 말을 해도 원장님은 들은 척도 안 했어요."

노조를 만들었다고 하니, 시립연합회에서 임원들이 찾아왔다. "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고 지혜 씨는 말했다.

"보자마자 '당신 누군데?' 하더라고요. '네, 저는 경기도 보육분회장 김지혜입니다.' '그럼 교사 아니네.' '아뇨, 교사 맞는대요.' '니가 무슨 교사야!'"

부모교육도 싫어하던 원장은 발 빠르게 엄마들을 모아 만났다. 그리고 "나는 호봉대로 다 주는데 교사들이 돈을 더 달라고 노조를 만들었다"고 했다. "노조가 생기면 어린이집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엄마들은 그 불안감을 견디지 못했다. 시청에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서너 명씩 어린이집에 찾아와 CCTV를 돌려봤다.

"사실 엄마들 믿고 노조를 만든 거거든요. 우리가 학대받지 않고, 좀 인간답게 일하고 인간답게 아이들 돌보고 싶어서, 원장에게 휘둘리지 않고 힘을 키워서 제대로 된 지원 받으면서 교육하고 싶어서. 노조를 만들었다고 하면, 당연히 응원해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우리 편이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그저 '돈 밝히는 교사'가 돼 버렸죠."

엄마들은 교사들에게 "나가달라"는 탄원서를 들고 왔다. "저희가 다 나가면 원장은 누가 견제해요?" 지혜 씨는 버텼다. 지옥 같은 날들이었다. 매일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이 불안해 할까 봐 감정은 숨겨야 했다. 한 선생님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다. 포도 한 상자와 함께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또 다른 선생님도 나쁜 교사로 나가야 했다. 그리고 지혜 씨는 '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는 많아요. 3년 동안 아침 당직 한 번 까먹은 것도 들어가 있고, 관찰일지 늦게 낸 것도 이유 중 하나고, 명령 불복종도 있고…."

김지혜 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냈고, 지난 12일 노동위로부터 부당징계 판정을 받았다.

"한 번쯤 물어보고 싶었어요. 내가 진짜 나쁜 교사인지. 객관적으로, 중립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당신은 지금 누구의 옆에 서 있나요?

'좋았던 기억'을 물어보기가 어려웠다. 뜻밖에 김지혜 씨는 "엄청나게 많다"고 했다.

"아이들이 제가 의도한 바대로 제 수업을 거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행복해할 때. 행복감에 취했을 때 나타나는 특유의 표정이 있어요. 애정이 솟구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모습을 볼 때 너무 행복해요. 그리고…. 지난해 한창 힘들 때, 엄마들이 저희 다 자르라고 민원 넣고 그럴 때."

그 시절도 좋았던 기억이 있을까? 한 엄마가 지혜 씨의 손을 잡고 말했단다.

"선생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선생님 응원해요. 제가 무서워서 못 나오는 거 죄송해요. 이해해주세요."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참 슬픈데 참 기뻤다"던 지혜 씨는, 엄마 손을 잡고 답했다.

"알아요, 어머님. 이해해요. 제가 다 받겠습니다."

지혜 씨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직 기간이 끝나면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혼자 버틴다고, 달라질 문제는 아니다. 이미 어린이집은 우리 사회의 이슈 중심에 들어와 있고, 어쩌면 너무 늦게 들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지혜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 모든 이야기가 이른바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나마 모든 여건이 낫다'는 곳이 국공립 아니었던가.

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혜 씨에게 다시 물었다. 딱 한 가지만 고칠 수 있다면, 무엇을 제일 먼저 고치고 싶냐고.

"원장님들한테 모여 있는 힘이요. 어린이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 자격 없는 원장들이 진짜 많이 생겼어요. 교사의 생활을 제대로 겪어보지도 않은 원장님들도 있고요. 그러니 교사들을 다루는 방법도 모르고 그저 힘으로 누르거나 스스로 나가게 괴롭히기도 하죠. 그것도 안 되면 어떻게든 나쁜 교사로 만들어 매장하는 거예요.

게다가 어린이집에서 원장님은 신이에요, 신. 누가 감히 대들겠어요. 옳은 목소리를 낼 수도 없어요. 입을 다물어야 교사가 사는 시스템인걸요. 또 다른 학대 교사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지혜 씨는 "보육교사 처우개선? 해주면 좋지만 다 필요 없다"고 했다. 오히려 지혜 씨는 "어머님들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원장님도, 보육교사도 힘을 쓸 수 있는 건 엄마들 뿐이에요. 엄마들이 진짜 교사들 편에 서 주면 교사도 말을 할 수 있어요. 정치적으로 좌지우지되는 단체 말고, 진짜 중립적인 어머님들 단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양쪽 말을 다 들어보고 판단해주고 힘이 되어주시는. 보육교사들은 힘이 되어주는 곳이 없어요."

누가,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까. 지금도 우리 아이를 돌보고 있을, 어린이집 교사들은 묻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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