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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여, '인구 폭탄'을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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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여, '인구 폭탄'을 두려워하라!

[프레시안 books] 앨런 와이즈먼 <인구 쇼크>

몇 년 전 결혼을 할 때 평소 존경하던 김성훈 선생님께 주례를 부탁드렸다. "주례는 칠순까지만 서기로 했다"며 고사하시는 선생님께 결혼식이 음력으로는 섣달이니 꼭 부탁드린다고 집요하게 매달렸다. (마침 그해 선생님께서 칠순이셨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허락을 얻었는데, 김 선생님께서 조건을 달았다. 결혼식에서 아이 둘을 낳겠다고 서약을 하라는 것이다.

"이 땅에 태어나서 최소한 자기 몫의 후손을 남기는 건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둘이니까 둘 이상은 꼭 낳으세요. 그거 약속 못하면 주례 못 섭니다."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터라서, 나와 처는 결혼식장에서 아이 둘을 낳겠다고 공개 서약을 했다. 아마도 김성훈 선생님 외에 결혼식에 참석한 대부분의 하객은 기억도 못하겠지만. 앨런 와이즈먼의 <인구 쇼크>(알에이치코리아, 2015년 1월 펴냄)를 읽으면서 계속 그 서약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책대로라면 나는 정말 큰 실수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인구 조절'은 악인가?

ⓒ알에이치코리아
토머스 맬서스의 저주받은 책 <인구론> 이후로 '인구 조절'은 금기어 가운데 하나다. 그 때문인지 중국 공산당의 한 자녀 정책이나 박정희 정부가 추진했던 정부 주도의 피임과 같은 적극적인 산아 제한 정책은 끔찍한 독재의 기억과 연결된다. 그런데 과연 그때 그런 산아 제한 정책은 틀린 것이었나?

와이즈먼의 <인구 쇼크>는 바로 이런 금기를 깨고자 하는 생태주의자의 조심스러운 시도다. 그의 질문을 한 번 따라가 보자. 지금의 추이대로라면 세계 인구는 2100년에는 100억 명을 넘어설 것이다. 그만큼 많은 인구를 과연 이 지구가 감당할 수 있을까? 당장 그 많은 사람이 필요한 먹을거리, 물, 지하자원 그리고 가장 중요한 땅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물론 지역에 따라서 인구 증감의 추이가 천차만별일 테니,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서 체감하는 인구 압력은 크게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역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이는 인구 숫자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저개발국에서 서로 부대끼며 비참한 상태에 빠진 성난 젊은이들이 선진국 노인의 쾌적한 노년 생활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없으니까.

좀 더 중요한 사실은 지구가 인간만의 터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 같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수많은 생물을 절멸 상태로 몰아넣었다. 인구 100억 명이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또 얼마나 많은 생물이 자신의 삶의 자리를 양보해야 할까. 그리고 그들이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인간이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와이즈먼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묻고 또 묻는다. "우리에게 가장 적정한 수준의 인구는 몇 명일까요?"

이란, 인구 기적의 비밀

사실 이 질문에 간단히 답하기는 어렵다. 또 다른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쓸 자원의 양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 인류의 적정 수명은 도대체 몇 살일까? 환경, 자원, 경제 수준 등 모든 면에서 불평등한 지역 간의 격차는 어떻게 조정해야 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맞춤한 정치 체제는 무엇일까?

물론 성급한 답변이 있긴 했다. 맬서스의 <인구론>을 잇는 <인구 폭탄>(1968년)으로 유명세를 치른 폴 에를리히는 세계 인구가 약 15억 명이라면 1인당 약 4.75킬로와트의 에너지(부유한 나라의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의 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를 사용하면서 인류가 계속 생존 가능하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니까 인류 전체가 영양 섭취도 충분히 하고, 자동차도 굴리고, 휴가철에는 비행기로 외국 여행도 다니며 살 수 있으려면 인구 수준이 1900년 수준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세계 인구는 약 15억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렇게 인구 수준이 10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많은 이들이 기겁을 하겠지만 세계 전체가 중국 공산당이 강요했던 한 자녀 갖기 정책을 따른다면, 21세기 안에 인구는 정확히 1900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물론 와이즈먼은 중국 공산당의 강제적인 한 자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대신에 중국보다 훨씬 더 극적으로 인구를 줄였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나라를 언급한다. 바로 이란이다.

이란은 1980년대 수많은 사상자를 낸 이라크와의 7년 전쟁(1980∼1988년)을 치르며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폈다. 1979년 3700만 명이었던 인구는 전쟁이 끝날 무렵인 1988년에는 거의 5000만 명으로 늘었다. 그간 어린 소년을 포함한 1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전쟁터에서 이라크의 독가스 등에 목숨을 잃었지만, 이런 인구 증가는 막지 못했다.

그랬던 이란의 출산율은 2000년에 여성 1인당 2.1명으로, 2012년에는 1.7명으로 떨어졌다. 2명이 결혼해서 2명을 낳는 대체율 수준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한 자녀 정책 같은 강압은 없었다. 무엇이 이런 자발적인 출산율 감소를 낳았을까? 아무리 봐도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바로 교육 받은 여성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출산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인구는 기존의 증가 추이에 따라서 7000만 명 수준으로 늘었다. 그리고 이란 정부는 다시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책을 시도 중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와이즈먼에게 이란의 한 학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꼭 우리나라가 연상된다.

"자녀를 한 명 또는 두 명 낳는, 혹은 아예 낳지 않는 쪽을 선호하는 태도는 이제 이란 문화의 일부가 되어 있다."

인구 폭탄 vs. 인구 붕괴

물론 인구 증가가 과연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문제인지 따져 묻는 이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저널리스트 프레드 피어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0년에 펴낸 책(<다가오는 인구 붕괴(The Coming Population Crash)>)에서 "지금 세계는 인구 폭탄을 해체하는 중"이라고 단언한다.

피어스에 따르면, 여성이 더 이상 출산과 육아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탓에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여성 1인당 2.6명으로 떨어졌다. 이는 이란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꼭 선진국뿐만이 아니다.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도, 심지어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에서도 출산율은 여성 1인당 세 명 이하로 떨어졌다.

피어스는 인구가 21세기 중반 약 90억∼100억 명 정도에서 정점을 찍고 나서 점진적으로 하락하리라고 전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반대 입장을 가진 와이즈먼과 피어스가 걱정하는 대목은 공명한다. 피어스는 인구 증가가 아니라 "진짜 걱정해야 할 문제는 소비 증가"라고 주장한다.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전 세계 사람이 미국인처럼 살기 시작하면 지구가 끝장나리라는 것.

사실 와이즈먼과 피어스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인구를 줄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야말로 자연스런 소비 증가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와이즈먼이 인용한 로저 마틴의 말처럼 문제는 "소비냐 인구냐가" 아니다. "소비와 인구 양쪽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전체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니까.

더구나 이제 막 자동차를 타고 휴대전화를 쓰기 시작한 가난한 나라 사람에게 이미 누릴 만큼 누린 부자 나라 사람과 똑같은 희생(소비 감소)을 강요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공평하고 설득력도 없다. 부자 나라 사람은 좀 더 줄이고, 가난한 나라 사람은 좀 더 쓰도록 하면서 전체 소비를 줄이려면 결국은 인구가 줄어야 한다.

[프레시안 북스 지난 호 바로 가기]


인구-소비-성장, 악의 고리

정작 현실에서는 인구 증가를 놓고서 피어스와 똑같은 입장을 가지면서 정반대 상황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특히 선진국의 인구가 정점을 찍고서 하락하는 것에 공포감을 가진다. 왜냐하면, 인구가 감소하면 곧바로 소비 감소로 이어질 테니까. 이들에게 인구의 감소는 곧 성장률 하락이다.

결론은 명백하다. 인간이 지구에서 좀 더 오랫동안 다른 생물과 더불어 생존하려면 인구-소비-성장, 이 악의 고리를 깨야 한다. 와이즈먼은 그 약한 고리를 '인구'로 본 듯하다. 김성훈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현재로서는 둘째 계획이 없다. 나 역시 다음과 같은 와이즈먼의 주장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선생님도 공감하시리라 믿는다.

"이 행성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시도할 법한 방법 가운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이 기술은 다른 어떤 방법보다 엄청나게 비용이 덜 든다. 바로 출산율을 조절해 먹여야 할 입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자연이 우리를 위해 그 일을 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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