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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위한 개혁? 현대차만 '흐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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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비정규직 위한 개혁? 현대차만 '흐믓' [노동 시장 구조 개혁 뜯어 보기 ③] 기간제 사용 연장

일명, 노동 시장 구조 개혁 논란이 뜨겁습니다. 정부-여당은 '개혁' '선진화' 등의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개악' '구조 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고요. 임금 피크제,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임금 체계 개편, 일반 해고, 노동 시장 이중구조, 기간제 기한 연장 등 알 듯 모를 듯 용어들이 쏟아지다 보니 누구 말이 맞나 알쏭달쏭합니다.


자, 그래서 하나씩 쉬운 말로 풀어서 정부-여당의 시장 개편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3가지, △임금 피크제와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일반 해고 요건 완화와 가이드라인 논란 △기간제 사용 기한 연장 및 파견 허용 업종 확대를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이 세 가지 모두 남의 일이 아닙니다. 당장에 독자 여러분의 일자리와 미래에 직결되는 정책들입니다.


[노동 시장 구조 개혁 뜯어 보기 ①] 임금 피크제,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

[노동 시장 구조 개혁 뜯어 보기 ②] "업무 성과가 C급? 그럼, 넌 해고야!“


감출 수 없는 속내


지난 기사까지 임금 피크제와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일반 해고 요건 완화와 가이드라인 논란을 뜯어봤습니다. 기사를 찬찬히 보신 분들은 이제 느끼고 계시겠습니다. 포장은 그럴싸한데 내용물을 뜯어보면 '어 이거 뭐야?' 싶은 것들이 숨어있었죠. 취업 규칙 개정 권한을 사장님한테 사실상 다 넘겨주거나,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실제 시장에선 임금인하 압박과 노조 활동 위축이란 커다란 '덤'도 발생한다는 것은 정부-여당이 절대 제 입으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정부-여당이 목청껏 외치는 것은 "비정규직과 청년을 위한 개혁"입니다.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이들을 위해, 중·장년층의 임금을 깎고 고용을 유연화하자고 이들은 말합니다. 이를 어려운 말을 써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라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자,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감춰지지 않는 속내가 있는 법입니다. 정부 구조 개편안에 버젓이 포함돼 있는 △기간제 사용 기한 연장과 △파견 허용 업종 확대. 정말, 비정규직을 위한 대책일까요.

2년 쓰고 버리다 4년 쓰고 버리면 문제 해결?

▲ 정부가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 구성 표.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비정규직 종합 대책'을 만들어 노사정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이 정부 안을 토대로 논의를 해보라는 것이었죠. 바로 이 대책을 뜯어보면, 이후 정부-여당이 추진하려는 비정규직 관련 대책의 윤곽이 대강 엿보입니다. 대책은 기간제와 같은 한시직, 파견·용역·특수고용 등과 같은 비전형 노동자 등을 분류해 '맞춤형'으로 나왔습니다.

이 중 기간제 대책부터 먼저 보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기간제는 최대 2년 사이에 해고가 자유로운 고용 형태입니다. 이를 뒤집어서 2년이 지난 후엔 정규직 전환 의무가 생기는 법이라고도 말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법안은 '기간제법'인데요. 정식 명칭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대책'입니다. 이제는 거의 모두가 인정하듯, 이 법이 만든 현실은 '보호'라는 표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죠.

과거 기간제법을 만들었던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 의무가 생겨 함부로 비정규직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강변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노동계가 우려했던 대로 '2년 쓰고 버리는' 비정규직이 전 업종에 걸쳐 철철 넘쳐나게 됐습니다. 1년 이상 일한 사람에겐 반드시 주어야 하는 퇴직금을 피해 가려고 10개월짜리 11개월짜리 비정규직을 쓰는 곳도 공공 부문에까지 무차별하게 퍼져나갔습니다.

세월이 흘러 흘러 박근혜 정부는 이제 기간제법의 '진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 의무 시점을 2년에서 최대 1회, 즉 4년으로 연장하자는 게 정부 기간제 대책의 핵심 내용입니다. 노동자가 '신청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혹여 연장을 신청하더라도 2년만 더 일하고 싶어서 신청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별도리가 없으니 2년 후 '파리 목숨'일 것을 뻔히 알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연장을 신청하는 이들이 대다수일 텐데요.

비정규직도 쓰고 숙련직도 쓰는 일석이조 정부 대책

'정규직 전환 의무 시점이 2년에서 4년이 되면 고용이 더 안정된다.'

정부의 논리는 실제 현장의 엄혹함과는 너무도 상반되게 이렇듯 간단합니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비정규직이건, 비정규직 사용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기업은 정규직을 채용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외려 2년에서 4년으로 사용 기한이 늘면 숙련직 노동자가 필요하면서도 정규직 채용은 피하고 싶었던 기업들은 '환호성'을 부를 텝니다.

이를 현대자동차 공장을 예로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현대차 공장 안에는 별의별 비정규직이 넘쳐 납니다. 사내하청, 촉탁 계약직은 물론 심지어 아르바이트 학생들도 있습니다. 2014년 기준 사내하청을 포함한 간접고용 인원은 1만1066명에 이르고, 촉탁 계약직으로 불리는 기간제 노동자들은 36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이들이 하는 일이 그렇다면 각각 다르냐고요? 아니요, 별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저 한 공장에서 현대차, OO실업, OO기업 등 다종다양한 업체의 옷을 입고 일할 뿐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형태가 사내 하청입니다. 기업들은 왜 사내 하청을 쓸까요? 기간제 비정규직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기간제 비정규직은 법에 따라 2년을 쓰고 나면 버리거나 정규직 전환을 하는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반드시 골라야 합니다. 정규직을 쓰기 싫어서 애초 비정규직을 쓴 것이니 후자를 택할 일은 잘 없죠. 그런데 2년 후에 또 새 인물을 뽑자니, 새로 기술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해준 것이 사내하청 사용입니다. 정규직은 쓰기 싫은데 숙련 노동자는 쓰고 싶은 기업들의 상반된 두 욕구를 한꺼번에 충족시켜 주는 묘책이었죠.

원청 기업은 형식적으로는 사내 하청 업체와의 민법상의 도급 계약만 갱신하면 됩니다. 그리고 하청 업체가 원청 기업에서 일할 인력을 노동법상으로 근로 계약하면 만사 해결이죠. 중간에 업체를 하나 또는 두 개씩 끼워 넣음으로써 비용(하청업체의 마진)이 늘어나는 한이 있어도, 기업들이 굳이 기간제 노동자가 아니라 사내 하청을 쓰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이보다 더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지면의 한계상 생략합니다.)

기간제 사용 연장에 흐믓할 현대차, 고개 숙일 비정규직

그러나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 업계의 이 같은 사내 하청 사용을 지방 법원, 대법원 할 것 없이 줄줄이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금도 사내 하청 업체에 특정 업무를 오롯이 맡긴 '진짜 도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다른 것이죠.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사실상 같은 일(컨베이어 벨트 공정 업무)을 하고 있다면서 "이건 도급이 아니라 파견"이라고 법원은 판단해 왔습니다.

현대차와 같은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선 일시·간헐적 사유가 아니면 현행법상 파견직을 원칙적으로 쓸 수 없습니다. 이러니 도급이 아니라 파견이요, 그냥 파견이 아니라 '불법 파견'이 된 것입니다. 불법 파견으로 적발되면 현행 파견법에 따라 직접 고용 노동자로 전환해야 합니다. 정규직을 쓰기는 싫고, 2년짜리 기간제 비정규직을 쓰자니 새 교육이 계속 필요하고 사내 하청을 쓰자니 이제는 불법이 된 상황. 현대차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 잠시 생각해 보면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불법 사내 하청이 아닌 합법 기간제 노동자를 쓰면서도, 동시에 재교육이 필요 없는 숙련 노동자를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그런데 때마침 정부가 그 방법을 던져줍니다! 기간제 사용 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면 현대차는 남몰래 흐믓한 미소를 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 피를 4년 단위로만 계속 수혈할 수 있게 되니까요.

이는 막연한 상상이 아닙니다. 실제로 현대차에서 일하던 최병승·천의봉 두 해고 노동자가 고공 농성을 하며 불법 사내 하청 사용이 한창 사회 문제가 되어 가던 2012년, 현대차는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합의해 촉탁 계약직(기간제)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정규직 채용을 하랬더니, 비정규직 종류만 사내 하청에서 기간제로 바꿔 사용한 것입니다. 불법 파견 판결이 나오고 10년이 훌쩍 지난 기간, 현대차의 정규직 전환 인력은 여전히 '0명'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굳이 긴 지면을 들여 현대차의 상황을 설명한 것은, 이것이 단 한 기업의 사례에서 그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기간제법이 2년으로 제한돼 있는 탓에, 기업들이 사내하청 인력을 늘리는 '풍선 효과'가 늘었다고 진단합니다. 하지만 사례에서 본 것처럼, 그래서 나온 '기간제 사용 기한 연장' 대책이 시행되면 다시 기간제 사용이 늘어나는 '역 풍선효과'가 벌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규직을 왜 쓰나요. 이렇게 비정규직을 쓰기 좋아지는데 말입니다.


▲ 현대자동차 울산 2공장. ⓒ연합뉴스

사용기한 연장, 기간제만이 아니다. 파견도 4년으로 연장

이제,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보겠습니다. 정부 대책 발표는 정말 꼼꼼히 봐야 합니다. 어느 구석에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 쏙 숨어져 있을지 모르니까요. 작년 12월 30일 나온 '비정규직 종합 대책' 기간제 사용 기한 연장 대목을 다시 한 번 볼까요.

■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및 격차 완화
(사용기간 연장) 기간제·파견근로자 고용 안정을 위하여 근로자 신청 시 사용기간 제한을 연장(예: 2년 범위 내, 35세 이상자 대상)하되 그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약해지 시 이직수당을 별도 지급.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요. '사용 기한 연장' 대상엔 기간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간제뿐 아니라 파견직에도 기한 연장 정책이 도입되려 합니다. 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늘릴 정책임에도, 많은 언론이 지나치고 있는 지점이죠.

위에서 형식적으로는 원청-하청의 도급 계약을 맺어놓고도 원청이 하청 업체의 인력을 제 인력 부리듯이 사용하면 불법 파견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이 경우 하루만 불법으로 사용한 것이 적발되어도 현행법(신파견법)상 직접 고용으로 전환할 의무가 생깁니다.

그런데 이론적으로는 합법 파견도 가능합니다. 파견 허용 업종에 한해서, 정해진 요건에 맞게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면 합법이죠. 그러나 이 경우에도 법에 따라 파견 사용 기한을 2년 넘길 수 없습니다. 2년이 지난 파견 노동자는 반드시 직접 고용 노동자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바로 이 2년을 기간제 기한 연장 대책과 마찬가지로 4년으로 연장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기간제법과 함께 파견법도 손을 보겠다는 작정이죠. 이로써 기업들은 파견직도 편안한 마음으로 오래오래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파견 노동자들은 '2년 후 직접 고용 전환'이란 꿈을 접어야겠고요. 정말 이번 노동시장 구조개편이 비정규직 대책일까요. 현대차 대책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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