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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위협 요소는 '증시' 아닌 '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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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위협 요소는 '증시' 아닌 '탄소' [유라시아 견문] 일대일로의 사상 ② : 천인합일(上)
이병한 박사의 후안강(胡鞍鋼) 중국 칭화대학교 교수의 인터뷰가 이번 주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관련 기사 : 일대일로의 사상 ① : 지리 혁명과 공영주의(上) "2020년 세계 최강대국은 바로 중국", 지리 혁명과 공영주의(下) "미국, 금융 조작-기생 국가")

녹색 중국?

이병한 : 저는 미국의 '재균형' 전략이 중국의 부상을 막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시간을 지연시키고 비용만 더 지불하겠죠. 그러나 자연과 환경의 '재균형' 기제는 중국의 굴기를 주저앉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지는 자비롭지 않으니까요(天地不仁). '홍색 중국에서 녹색 중국으로'의 이행을 주장하고 계시죠.

후안강 : 국정 연구에 종사하면서 중국의 장기 발전의 제약 요소로 환경 문제를 줄곧 강조했습니다. 에너지와 수자원에 관한 보고서도 여러 차례 작성했고요. 자연과 자원은 대국의 운명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좌우합니다. 응당 중국의 미래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중국은 유럽과 미국, 일본의 산업화 과정을 반복할 수 없습니다. 후발 주자의 혜택을 누릴 수가 없지요. 현재의 선진국처럼 지난 100년의 지구 오염에 대한 책임을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경제 성장과 동시에 생태 문명을 건설하는 것이 중국의 핵심 목표입니다.

이병한 : 대의는 공감합니다. 문제는 각론인데요.

후안강 : 일단 질문을 바꾸어야 합니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미국 스스로 자신들의 체제와 문명을 돌아봐야 합니다. 미국식 생활방식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자각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미국을 지탱하기 위하여 세계가 감당해왔던 지난 세기의 기회비용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소모적인 경쟁이 아니라 생산적인 합작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서방형 발전 모델이란 고낭비, 고소비, 고오염에 바탕을 둡니다.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남용하고 고도의 소비 생활을 구가하면서 지속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흑색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서방의 발전 모델은 자유나 인권, 민주주의 같은 그럴듯한 말들로 포장하여 합리화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지구적 관점에서 폐기되어야 합니다.

이병한 : 서방 모델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책임 대국'의 역할에 모자랍니다. 환경파괴의 대명사는 이미 중국이 된 것 같은데요.

후안강 : 미국은 세계 인구의 20분의 1이지만 에너지는 4분의 1을 소비합니다. 중국은 세계의 5분의 1이지만 에너지 소비는 10분의 1에 그칩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의 모델을 반복할 수도 없습니다. 중국의 재앙이고 지구의 재앙입니다.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중국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를 실천해야 합니다.

자원 절약형 생산 체제를 건설하고, 적절한 수준의 소비 생활을 영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14억 인구와 자연 및 자원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개혁 개방 초기에는 경제 건설, 정치 건설, 문화 건설의 삼위일체를 강조했습니다. 후진타오 시대에는 사회 건설을 추가했습니다. 시진핑 시대에는 생태 문명 건설을 보탰습니다. 즉, 중국 특색의 근대화는 오위일체로서 추진될 것입니다. 생태 친화형 발전 모델과 녹색 근대화로 '녹색 대국(Green Super-China)'을 실현할 것입니다.

물 : Governance와 道

이병한 :
구체적인 사안을 짚을까요. 물 문제가 심각합니다.

후안강 : 물은 생명의 근원이고 생산의 필수이며 생태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객관적 조건이 엄혹합니다. 중국은 인구가 세계의 20%인데 반해 수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합니다. 1인당 평균 수자원도 세계 평균의 30%에 그치지요. 지난 30년간 평균 10%의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수자원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졌습니다.

가뭄이 빈번하고 물의 수요와 공급 간 모순도 심해졌습니다. 수질 또한 나빠졌고요. 수자원 생태계의 퇴화도 심각합니다. 기후 변화는 물 문제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경제 발전의 주요 제약이자, 생태 문명 건설의 장애가 되었어요. 그래서 '水理(수리)'가 독자적인 학술 영역이 된 것입니다.

이병한 : 국정연구원 산하에 수리연구센터도 있더군요. 역사적으로 줄곧 그랬던 것 같습니다. 治水(치수)가 治國(치국)의 기초였지요.

후안강 : 중국만도 아닙니다. 인류의 4대 문명은 모두 대하 유역에서 발원했습니다. 강은 각종 문명의 발원지입니다. 황하를 다스리는 것은 역대 중화 민족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대사였습니다. 예부터 우(禹)왕의 치수가 전설로 전해졌습니다. 한 무제는 황하를 다스림으로써 나라의 기틀을 다졌고요. 수나라는 대운하를 건설함으로써 대당제국의 초석을 두었습니다. 강희제 역시 치수 사업을 통해 대청제국의 번영을 이루었습니다. 마르크스의 주장처럼 대하 유역이라는 지리적 조건이 강력한 중앙 집권적 정부가 공공 사업을 집행하도록 이끌었던 것입니다.

이병한 : 아시아적 생산 양식은 동양의 정체(停滯)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악용되기도 했는데요.

후안강 : 중국의 역사는 분열과 통일의 반복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분열과 할거의 시대가 거듭 출현했습니다. 그러나 대세는 역시 통일과 재통일이었습니다. 분열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통일의 기간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현재 중국은 유럽의 50개 국가 7억의 인구에 중남미의 34개 국가, 6억의 인구를 합한 규모입니다. 슈퍼 인구이고 슈퍼 사회이며 슈퍼 국가입니다.

왜 유럽처럼 수많은 국가들로 나뉘지 않고 대일통이 반복되었을까요? 여기에 아시아적 생산 양식의 요체가 있습니다. 중국의 지리 조건과 긴밀한 관계를 갖습니다. 즉, 중국의 자연과 지리가 대규모 치수 사업을 필요로 합니다. 작은 나라들로 쪼개져서는 황하와 장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다스릴 수가 없습니다. 통일된 중국이 치수에 더 유리하고, 치수의 과정이 다시 중앙 집권을 더욱 강화시킵니다. 그래서 치수가 곧 치국이고, 치수의 길(治水之道)이 곧 치국의 길(治國之道)이 됩니다.

이병한 : 그러고 보니 길 '道(도)'자에도 물 '水(수)' 변이 들어가 있네요.

후안강 : 중국인들은 '도'라는 글자를 통하여 우주 만물의 진리를 표현하기 좋아합니다. 지고의 지혜를 '도'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治理(치리), 즉 거버넌스(governance)와 연결시킵니다. 좋은 거버넌스란 곧 良治(양치)의 道(도)를 구하는 것입니다. 물을 다스리는 과정 자체가 좋은 거버넌스를 갈고 닦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병한 : 水理(수리)와 治理(치리), 재미난 비유입니다. 궁금한 것은 실제인데요.

후안강 : 국정연구원에서 치수 연구를 본격화한 것도 이미 10년이 넘었습니다. 치수의 도, 양치의 도에 관한 종합적 관점을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계획 경제 시대 황하의 치수는 홍수 방지면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대처만으로도 일정한 효과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개혁 개방에 따라 수자원의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황하의 곳곳에서 강물의 흐름이 끊어지는 단류(斷流)가 발생했습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는 지역에서 과도하게 물을 이용함으로써 농촌 지역에는 가뭄이 심해졌지요. 소득 수준의 격차뿐만이 아니라 생태 환경의 격차도 발생했던 것입니다. 즉, 황하 단류의 위기는 겉으로는 자연과 환경의 위기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거버넌스의 위기인 것입니다. 국가 거버넌스부터 지방 거버넌스까지 포함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거버넌스 문제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물 문제는 거버넌스 변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좋은 거버넌스의 신형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병한 : 어떤 모델일까요?

후안강 : 저는 계획 경제 시대의 전통적 명령과도 다르고 완전 시장형도 아닌 '준(準)시장'을 제안합니다. 지방 정부에 수권(水權)을 부여하고 유역의 상/하 지역에 수시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수권'과 '수시장' 등의 수단을 도입하여 공공성과 시장성을 결합시키는 것입니다. 수자원 관리에 시장 기제를 도입하고, 수자원 배분의 공평과 효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치수 실천의 진일보에 따라서 수리 거버넌스의 정보와 지식 또한 증대할 것입니다. 중국 특색의 수자원 관리 이론을 확립해 갈 것입니다. 수리만큼이나 치리 또한 풍부해질 것입니다. 녹색 문명은 세계사적 조류와도 합치할뿐더러 天人合一(천인합일)이라는 중화 문명의 전통적인 大道(대도)와도 부합합니다.

이병한 : 치수 거버넌스와 일대일로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후안강 : 황하와 장강은 히말라야와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합니다. 그러나 지구의 지붕에서 대양으로 흘러나가는 물줄기가 황하와 장강만은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서에서 동으로 흐르지만, 동남아에서는 북에서 남으로 흐릅니다. 동남아의 젖줄인 메콩 강의 수원도 히말라야와 티베트 고원에 있습니다. 즉, 메콩강은 황하와 장강의 자매 강입니다. 남아시아로는 갠지스와 인더스 강도 흐르지요.

즉, 중국 안에서 중앙과 지방이 합작하여 수리 거버넌스를 형성해 가는 것처럼, 중국과 동남아, 남아시아 또한 합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동 관리와 공동 보호로 공생과 공영을 실현해야 합니다. 일대일로의 지리 혁명과 공영주의와 무관할 수 없습니다. 아니 매우 깊이 연동되어 있습니다. 유라시아 단위의 초국적인 거버넌스 마련이 시급하고 절실합니다. 일대일로의 모든 국가들은 같은 물을 먹고 마시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 후안강 중국 칭화 대학교 교수. ⓒ이병한

에너지 : 기후 적응형 사회

이병한 : 지난 2015년 12월 파리에서 신(新)기후 협정(파리 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현장에 계셨지요?

후안강 : 만족스럽지 않지만, 일정한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중국의 책임을 더욱 절감합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입니다. 따라서 중국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세계 여타 국가들이 어떠한 행동을 취하더라도 인류에게 최악의 결과가 도래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중국의 14억 인민부터가 환경오염, 생태 파괴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는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가뭄 피해 인구가 매년 1000만 명에 육박합니다. 홍수와 폭풍 피해 규모는 5000만 명에 달합니다. 인도에 비해서도 1.3배가 많아요. 중국과 비슷한 영토를 가진 미국에 견주면 90배나 많습니다.

최근에는 기후 이상으로 인한 재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8년 말과 2009년 초 화북 지역에 가뭄이 극심했습니다. 2009년 말에는 서남부에서 가뭄 피해가 컸습니다. 2010년 3월에는 황사가 중국의 절반을 뒤덮었습니다. 중국인의 입장에서는 아시아 금융 위기나 세계 금융 위기보다 자연재해의 피해가 훨씬 컸던 것입니다. 그 후유증 또한 더 심각하고요.

금융 주권 확보로도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보복입니다. 기후 온난화가 지속되고 해수면 상승이 현실화된다면 중국에서 가장 발달한 동남부 연해 지방부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개혁 개방의 성취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반드시 중국 자신을 위해서, 또 인류 전체를 위해서 선도적이고 즉각적으로 탄소 배출을 감소해야 합니다. 미국이나 브라질, 인도 등 여타 이산화탄소 배출 대국의 감소 여부와 무관하게 자주적이고 주동적이며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근본 이익이며, '과학적 발전관'의 필연적 요구이기도 합니다.

후안강 칭화 대학교 교수의 인터뷰는 계속 이어집니다. (☞관련 기사 : 일대일로의 사상 ② : 천인합일(下) 시진핑 책사 "中, 미국-월家 에너지 카르텔 깨부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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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
20대는 사회과학도였다. 서방을 선망했고, 새로운 이론의 습득에 골몰했다. 30대는 역사학자였다. 동방을 천착하고, 오랜 문명의 유산을 되새겼다. 자연스레 동/서의 회통과 고/금의 융합을 골똘히 고민했다. 그 소산으로 1000일 <유라시아 견문>을 마무리 짓고 40대를 맞이했다. 개벽학자이자 지구학자이며 미래학자를 지향한다. 인간 이전의 자연적 진화는 물론이요, 인간 이후의 자율적 진화에, 인간만의 자각적 진화를 두루 아울러야, 지구의 진화에 일조할 수 있는 미래학자의 자격이 갖추어진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공진화,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공진화, 생물과 활물과 인물의 공진화, 만인과 만물과 만사의 공진화, 개벽학과 지구학과 미래학의 공진화,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깊은 미래(DEEP FUTURE)를 탐구하는 깊은 사람(Deep Self), 무궁아(無窮我)이고 싶다. www.byeong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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